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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D와 뉴 스피크(New Sp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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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D와 뉴 스피크(New Speak)

김민웅의 세상읽기 <78>

MD는 미사일 방어망, Missile Defense의 약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W가 앞에 붙어 WMD가 되면 Weapons of Mass Destruction, 즉 대량살상무기의 약자로 바뀌게 됩니다. 가공할 핵무기를 가장 많이 가진 나라인 미국이 자신이 적이라고 지목하고 있는 나라의 무기체제는 WMD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같은 MD가 다른 단어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인데, 이런 군사전략적 의미만이 아니라 MD는 다르게 따지고 보면 또 미국의 메릴랜드 주의 약자이기도 하고, 또 의사 Medical Doctor의 MD가 되기도 합니다.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방식에 있어서 이 MD 체제, 즉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은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레이건 정권 당시 이른바 스타워즈라고 해서 우주전쟁을 구상했던 시기에 출발했던 이 MD는 오늘날에 있어서 지구촌 어디에서나 미국이 원하는 곳을 타격한다는 지구적 공격 Global Strike로 변하게 됩니다.

이 가공할 군사무기 체제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미국은 지구 곳곳에 안보적 위협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MD 설치의 중요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지역에서 “북한 위협론”은 이 MD 설치의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이러한 미국의 MD계획에 협력하고 있고, 우리도 이 MD계획을 공식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있지 않지만 이미 이를 위한 작업은 전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말은 방어라는 Defense를 쓰고 있지만, 사실은 미사일 방어망이 일단 장착되면 그것은 언제든 공격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도 이를 막아내기 위해 필연적으로 그에 맞서는 군비강화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말하자면 군비경쟁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MD는 아직 그 실험단계에서 계속 실패를 거듭하고 있어서 군사적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의 군사전략가와 군수산업은 이 작업에 대한 기대를 전혀 포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MD체제에 쏟아 붓게 되는 돈은 천문학적인데다가 일단 이것이 이루어지면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의 국방부 Department of Defense는 본래 전쟁성 War Department였다가 2차대전 이후 그 이름이 국방부로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 국방부는 방어전략보다는 공격 전략에 치중해왔던 것이 역사적 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소설 <1984년>을 썼던 조지 오웰이 지적했던 것처럼 그것은 이른바 “뉴스피크(New Speak)”, 즉 새로운 방식의 언어 선전술과 다를 바가 없는 듯 합니다. “전쟁”을 “평화”라고 부르고, “예속”을 “자유”로 인식하게 하는 그런 세계의 언어소통 방식입니다.

조지 오웰은 <1984년>을 통해 구체적인 낱말은 줄어들고 지배 권력과 언론이 제공해주는 단어들만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세상에 대한 비판을 제기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사상이 통제되고 자율적 판단능력이 마비되는 것입니다. 독자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은 체제 내부의 이단자가 되어 배제되는 운명에 처하게 되는 상황을 그는 암울하게 그렸습니다.

작품 <1984년>에 등장하는 <사랑부 Department of Love>는 사실상 그 하는 행위가 인간과 인간 사이가 서로 진실 되게 관련되는 것을 가로막고 감시하며 통제합니다. 내세운 이름과 그 진정한 면목이 서로 모순관계에 있는 것을 폭로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의미하면서 “아메리카의 평화”를 이르는 “Pax Americana”는 사실상 “아메리카의 전쟁”이 됩니다. 실제로 그 평화는 전쟁으로 확보되는 미국의 독점적 질서를 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WMD 이야기로 돌아가 보지요. 그것은 대량살상무기를 의미하는 Weapons of Mass Destruction을 뜻하지만, 요즈음 미국의 세계전략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미국이 정작 가지고 있는 보다 본질적인 무기는 WMD, 즉 Weapons of Mass Deception 대량사기무기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언론과 정부의 프로파간다, 그리고 각종 조작된 정보로 진실을 왜곡하고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아예 거짓정보 생산기능을 담당하는 전략국까지 설치, 가동하고 있는 중입니다.

세상을 파괴하고 속이는 무기나 거짓을 양산하는 선전술의 발전을 의미한 MD가 아닌,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과학의 발달 MD 즉 Medical Development, 그래서 그 앞에 World의 W가 붙는 그런 WMD가 더 소중해지는 시대는 올 수 없는 것인지, 평화와 생명을 갈구하는 새로운 언어, 새로운 현실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 이 글은 김민웅 박사가 교육방송 EBS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김민웅의 월드 센타"(오후 4시-6시/www.ebs.co.kr )에서 하는 5분 칼럼을 프레시안과 동시로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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