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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가 북핵위기를 서로 다르게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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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ㆍ미가 북핵위기를 서로 다르게 보는 이유

미래전략연구원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 <14> 한미 차세대 미래 포럼을 다녀와서

***한미 차세대 미래 포럼이란**

한미 차세대 미래 포럼은 한국과 미국의 차세대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상호간 의견교환을 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결성되었다. 차세대간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한 이유는 기존 세대의 한미관계에 대한 선입견을 가능한 한 배제한 상태에서 한미관계의 미래를 새롭게, 합리적으로 그려보기 위해서이다. 젊은 세대는 아직 비교적 사고가 신선하고, 진취적이며, 창의적이기 때문에 한미 양국의 차세대 네트워크는 기왕의 한미관계의 명암을 넘어설 수 있는 인프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미래전략연구원이 한국에서 비교적 정파적 성격을 띠지 않은 객관적인 젊은 학자들과 젊은 의원,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미국의 가능한 한 많은 차세대의 여론주도 세력을 만나고자 하였다. 차세대 미래포럼은 2005년 5월 2일에서 5월 4일까지 3일에 걸쳐서 열렸고, 첫날은 미국의 KEI(Korea Economic Institute)에서 '동북아시아와 한미관계'라는 주제로 비공개 전문가 회의를 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를 방문하여 한미무역관계의 현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전망을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하였다.

둘째 날에는 미국 의회 상원과 하원의 동아시아 담당 젊은 전문가들을 만났고, 북한을 다녀온 커트 웰든 하원의원과의 미팅, 그리고 국무성에서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담당 차관보 및 담당관들과 미팅을 가졌다. 그리고 저녁에는 주미 한국대사관저에서 동아시아 및 한국문제에 관심이 있는 가능한 한 많은 전문가와 관료들을 초청하여 리셉션을 가졌고, 이 리셉션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의견교환을 하였다. 리셉션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빅터 차 국장도 참석하였다.

마지막 날에는 미국의 국방대학을 방문하여 국방대학의 전문가들과 미국의 안보정책 전반 및 동아시아 정책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 부통령실과 국방부는 당시 그쪽에서 긴급회의가 계속 열려 시간 조정이 어려워 회의를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 측 참가자는 학자는 전 미래전략연구원 원장이며 전 외교부 장관인 윤영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미래전략연구원 원장이며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이근(국제정치), 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이며 KDI 국제대학원 교수인 박진 교수(북한경제 및 한미경제관계), 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이며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정종호 교수 (중국 정치인류학),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박철희 교수(일본정치), 한양대 법대 교수인 이재민 교수(한미 통상관계, 통상법)가 참여하였고, 구해우 미래재단 상임이사, 한나라당의 원희룡, 남경필 의원, NSC의 박희권 국장 등이 비학자로서 참석하였다. 열린우리당 의원도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재보선 선거기간 중 일정조정이 어려워 부득이 불참하게 되었다. (미국측 참석자의 명단은 미래전략연구원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자료집 참조).

이제 연재하게 되는 몇 편의 글은 우리 측 학자들이 이번 한미 차세대 미래포럼에서 가진 회의와 또 접촉한 인사들과의 의견교환을 종합하여 각자의 분석이 들어간 각 분야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측과의 회의는 전부 비보도 (off the record)를 전제로 하여 개최되었기 때문에 실명은 인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한국과 미국이 북핵위기를 서로 다르게 보는 이유**

한미관계에 있어서 현재 가장 민감한 정책 사안이라고 한다면 단연 북한 핵문제와 한미동맹의 재조정 문제이다. 이 중 북한 핵문제는 그 문제의 성격과 해결방안을 둘러싸고 양국간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문제여서 한미동맹의 갈등요인으로까지 언론에 보도되는 사안이다. 이 글에서는 북한 핵문제에 관한 양국의 입장 차이를 중심으로 현재 핵문제 해결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를 밝히고, 현명한 접근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고자 한다. 먼저 북핵문제의 성격을 보는 양국의 시각 차이에서부터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성격의 규정에 맞추어 해법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1. 북핵문제의 근원에 대한 양국간 시각 차이**

북핵문제에 관한 양국의 기본적 시각 차이는 단순화를 위하여 한국은 온건노선(soft line)을 미국은 강경노선(hard line)을 취하는 것으로 양분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물론 한국 내에도 강경론자(hard liner)들이 있고 미국에도 온건론자(soft liner)들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한국 정부는 soft line이 다수설이고, 미국은 hard line이 정부 내에서 다수설이라고 보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soft line은 다시 단순히 정의하면 북한이 협상을 통하여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협상파라고 할 수 있고, hard line은 북한은 협상을 통하여 핵을 포기할 의도가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북핵 진압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hard line이 다수설이라는 증거를 정확한 자료를 통하여 현재 제시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그간 다녀온 대부분의 회의, 그리고 이번의 회의에서 통찰적(intuitive)으로 받은 인상이다. 다만 이번 회의는 비보도 (off the record)를 전제로 하여 진행되었으므로 통찰적 인상의 소스는 밝힐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현재 진행형인 현실문제는 정보의 비공개가 많아 제3자가 사회과학적으로 신빙성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 사회과학적으로 100% 정확한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 그러므로 필자의 통찰적 인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일단 인정하나, 현실문제는 사회과학적으로 견고한 결론이 내려지기 전에 풀어야 할 현안이어서 한 학자의 일개 견해로서 글을 쓰기로 하였다.

그렇다면 한미 양국의 이러한 입장차이의 근원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북한의 핵무기의 "용도"에 대한 양국 다수설의 서로 다른 해석에서 찾을 수 있다. (이하 다수설을 그냥 한국, 미국의 시각으로 대체하여 사용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다수설이지 항상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정책결정과정에서 개입되는 국내적 그리고 국제적 정치 게임으로 인하여 다수설이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유보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의 용도를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는 경향을 갖는다. 여기서 외부라 함은 미국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의 용도를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창출"한다는 관점에서 이해하는 경향을 갖는다. 여기서 외부라 함은 역시 미국을 의미한다. 양국간 시각의 커다란 차이는 "외부의 위협"에 대한 성격규정에서 발견된다. 한국은 북한이 자신의 체제전복을 기도하는 외부 위협 혹은 위협인식에 대응하여 방어 내지는 억지용으로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보고 있으나 미국은 북한이 자신의 체제유지, 혹은 김정일 정권의 정권유지를 위해서 외부의 위협을 만들고 그를 통해서 북한의 인민들을 통제한다고 보는 것이다. 전자는 외부의 위협이 체제유지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고, 후자는 외부의 위협이 체제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똑같은 현상을 놓고 서로 정반대로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정반대의 해석이 대립하고 있으니 상호간 공통의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운 것은 매우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른 시각의 이론적 근거를 살펴보자.

국제정치의 현실주의 시각에서는 국가간에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라는 것이 작동한다는 것이 상식이 되어 있다. 안보 딜레마라 함은 A국이 자신의 안보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취하는 안보정책이 상대국(B)에는 위협으로 인식되어 B는 자신의 안보를 증진시키는 안보정책을 취하고, 다시 이러한 B의 안보정책이 A에게 위협으로 인식되어 A가 자신의 안보를 증진시키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는 과정을 상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연속적인 과정이 결국은 자신의 안보를 더욱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현상을 안보 딜레마라고 일컫는다. 즉 자신의 안보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안보정책이 상대국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신의 안보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소련간의 군비경쟁이 전형적인 예이다.

한국은 북한의 핵개발의 원인을 이러한 북미간의 안보딜레마에서 찾고 있다. 즉 미국과 북한이 서로 상대방을 위협하는 국가로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여 각기 안보정책을 서로에 대해서 겨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9.11 테러 이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이라크(다른 악의 축 국가)에서 무력을 통한 정권교체를 하였고, 그 후 계속적으로 북한에 대하여 다양한 위협과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응하여 북한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핵무기 개발의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핵무기의 용도는 북한의 체제전복을 기도하는 미국이라는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의 대부분의 Hard Liner들은 현실주의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북미간에 안보딜레마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으며, Soft Liner들은 대부분 현실주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북미간에 안보딜레마가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미국은 흥미롭게도 국가간에 안보 딜레마가 작동한다는 현실주의적 시각을 택하기보다는 일국의 체제의 특성에서 그 국가의 외교정책이 규정된다는 매우 자유주의적 시각을 갖는다. 즉 일국의 외교정책은 일국 내부의 국내정치에 의해서 결정되며 이러한 국내정치는 전체주의냐, 권위주의냐, 아니면 민주주의냐 하는 체제의 성격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체주의 국가는 외부와 대립을 하여도 정권과 국민이 고통을 똑 같이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고통을 국민이 고생 고생하면서 진다. 즉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시킨다. 따라서 전체주의 정권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하여 국민을 고생시키는 대외정책을 만들 수 있는 정권인데, 특히 정권유지의 어려움에 닥칠 때 일부러 외부의 위협을 만들어서 국민을 통제한다. 학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정책을 "rally round the flag'라는 정책으로 불러왔다 (애국심을 불러 일으켜서 국민을 통제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쓴 표현임). 미국은 북한(보다 정확히 말하면 김정일 정권)이 이러한 전체주의 정권이고, 현재 체제 혹은 정권유지의 위기에 봉착하여 일부러 핵개발로 이러한 외부의 위협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북한에서 미국은 북한을 전복하려는 제국주의 세력이고, 북한의 인민은 김정일 정권을 중심으로 반제의 기치 아래 똘똘 뭉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핵을 갖게 되면 북한의 입장에서 자신의 방위력이 최소의 비용으로 증가되는 것이어서 일정한 안보 목적도 달성된다고 본다).

미국 내부에서도 물론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관계를 안보 딜레마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으나 이들은 소수이고, 특히 9.11 테러 이후에는 불량국가 혹은 악의 축 국가와 미국이 안보 딜레마가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매우 상상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미국이 바뀌었다. 즉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과 북핵문제에 대한 인식은 북한이라는 국가 혹은 정권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에서 출발하고 있다.

***2. 양국간 시각 차이에서 기인하는 북한 핵개발의 전망 차이**

위와 같은 한미 양국의 시각 차이로 인하여 양국은 북한 핵개발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견해를 내 놓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은 북한의 핵개발 여부는 미국의 정책에 달려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북한은 어떠한 경우에도 결국은 핵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전망을 내 놓고 있는 이유는 양국이 북한 핵의 용도를 서로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인데 잠깐 부연하자면 다음과 같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안보 딜레마가 걸려 있다고 본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계속되는 강압, 압박 정책은 불가피하게 북한의 방어적 대응을 가져오고 이러한 방어적 대응은 다시 미국의 강압정책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안보 딜레마의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면 궁극적으로 북한이 결국 핵을 보유할 것이고, 이러한 악순환을 거꾸로 돌리게 된다면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의미는 바로 이러한 악순환을 거꾸로 돌리는 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만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북한도 미국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만 하는데 한국 정부는 일단 그 시발의 단초를 미국이 제공하기를 희망한다. 왜냐하면 미국에 비교하여 북한이 외부의 안보위협을 느끼는 정도가 훨씬 큰 약소국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시각에 의하면 북한정권은 외부의 위협이 필요한 정권이므로 지속적인 위협의 창출을 위하여 미국이 어떠한 조치를 취해도 궁극적으로 핵을 가질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한 미국의 유화조치는 북한에 퍼주기만 할 뿐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북한의 핵개발도 저지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북한에 또다시 속게 되는 것이고, 부시 정부는 국내적으로 상당한 정치적 공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북한이 먼저 백기를 들고 나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북한이 원하는 것을 주는 협상을 시작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백기를 들고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와 같은 양국의 전망차이로 인하여 한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에 비교적 희망적인 입장을 갖게 되고, 반면 미국은 매우 비관적인 입장을 갖게 된다. 희망적인 입장과 비관적인 입장이 서로 만나게 되면 안보문제의 영역에서는 희망적인 입장은 이상적이거나 나이브한 입장으로 치부되는 경향을 갖게 된다. 미국은 한국이 왜 이렇게 심각한 문제에 대하여 희망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따라서 한국의 입장 뒤에는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의구심 중의 하나가 "한국이 친북정부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일 것이다.

***3. 양국간 시각 차이에 기인하는 북핵문제 해법의 차이**

양국의 시각 차이는 북핵문제의 해법에 관한 전혀 다른 방안을 도출해 낸다. 많은 독자들은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한국은 대화를 통하여 상호간에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조치들을 동시에 주고받는 협상을 하기를 원한다. 즉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한 동시행동을 미국과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동시행동이 필요한 것은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동시에 일어나지 않을 경우 한쪽은 아직 불안한 상태로 남아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상대방이 실제로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내가 취한 다음 이어서 곧 취할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에서 당연히 한국은 북한의 핵동결과 이에 상응하는 6자회담국의 보상, 그리고 단계적인 핵폐기 조치와 역시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동시행동 원칙에 입각하여 6자회담국이 협상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직접대화를 통하여 가장 중요한 안보적 조치들을 역순으로 해제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해법의 핵심은 어떠한 형태든 북한의 정권교체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위기에 처한 김정일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핵을 갖게 되어 있으므로 정권교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금은 이라크와 중동문제로 여유가 없고, 군사적 공격으로 북한 정권교체를 하기에는 동맹국이 반대하고 또 상당한 인명피해가 예상되므로 일단은 공식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미국은 내심 북한 정권의 붕괴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북한에 대한 다양한 압박, 남북 경협의 속도조절, 지속적인 경제제재, 무력시위 등은 북한 내부의 동요를 유발하여 6자회담이 길어지는 동안 북한 자체의 정권교체를 가져올 수 있다. 혹은 중국과 협의하여 모종의 정권교체 계획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김정일 정권이 흔들려 쿠데타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어떠한 경우든 갑작스런 위기(contingency)이므로 미국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그것이 최근 논란이 되었던 작계 혹은 개념계획 5029가 논의되는 배경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양국의 다른 해법이 서로 상호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데 있다. 한국정부의 해법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는 미국의 해법에 반하여 오히려 북한정권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것이어서 미국은 한국정부의 해법을 유쾌하게 바라보기 어렵다. 반면 미국정부의 해법은 안보 딜레마를 역으로 해소하자는 한국 정부의 해법에 반하여 오히려 안보 딜레마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미국의 해법이 답답하기만 하다. 미국이 대화와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면서 한국에 스텔스기를 배치하고, 김정일 정권에 대한 자극적인 언사를 반복하는 것에 대하여 한국은 답답하기만 하다.

***4. 결론: 미국의 여론을 움직여라**

한미 동맹은 위와 같은 이유로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공전하고 있다. 그리고 북핵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한국은 미국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불신만을 키우고 있다. 우리의 해법을 이론적이고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미국과 미국사회에 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국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결국 미국은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는 쪽으로 서서히 움직일 것이고, 그 뒷감당을 우리가 하게 될 것이다. 뒷감당은 위기의 고조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북한의 붕괴가 될 수도 있다. 압박에 의해서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와 관련한 이론적 논의는 이 기획 시리즈에 실리는 정종호 교수의 글을 참조하기 바람), 북한 붕괴가 절대로 안 일어날 것이라고 100% 확신할 수도 없다.

한편 이제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대로 가다가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이 곧 치명적인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대로 가다가 실제로 핵실험을 통하여 핵보유를 만천하에 공개하면 미국의 안보목표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와 미국의 본토방위(homeland security)라는 목표에 치명타를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이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압박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상당히 있다. 최근 북한의 식량난과 겹쳐서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들을 보면 미국이 압박의 시점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우려가 느껴진다. 북핵문제 유엔 안보리 회부방안 논의, 중국에 대한 북핵문제 해결 압력, 작계 혹은 개념계획 5029의 논의, 급히 잡힌 한미 정상회담, 한반도에 스텔스기 배치 등은 미국이 북한의 경제 및 식량난이 악화된 지금이 압박을 높일 최선의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겉으로는 평화적 해결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움에 처한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기를 (적극적으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이 글의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미국의 다수설이 바로 정책으로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국내정치 및 대외관계에서 벌어지는 정치게임이 정책의 현실화를 복잡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이 우려의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려의 이유는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민주화는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한반도에서 위기가 고조되고, 우리에게 상당한 인명 및 경제적 손실을 가할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숙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의 시각과 논리가 정말로 맞는 것인지 자체점검과 연구를 통하여 확인하고 확신을 갖는 것이며 그리고 난 연후 설득력 있는 논리와 연구를 가지고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다.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여태까지의 한미간 비정부 대화와 회의에서 한국은 두 종류의 의견전달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미국의 해법이 맞다는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미국의 해법이 틀리다고 무조건 비난하는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왜 미국의 해법에 문제가 있고, 왜 우리의 해법이 더욱 정확하고 현실적인지를 논리와 증거를 가지고 미국사람들이 알아듣게 설득하는 대화와 회의가 매우 부족했다. 따라서 미국은 자신과 견해가 다른 한국의 전문가들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면 이제 hard line을 중심으로 뭉쳐있는 미국의 시각에 한국의 시각을 주입시키는 전방위의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에서 회의를 통하여, 미국 언론에 기고를 통하여, 미국의 TV에 출연하여, 미국의 전문가들과 가급적이면 많은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미국 대학에서 강연을 통하여, 미국주재 한국대사관의 홍보기능을 통하여 미국의 시각에 다원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적 논리와 방법을 통하여 미국의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전문가들을 체계적으로 동원하여 전방위의 노력을 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한국의 노력이 여의치 않다면 한국은 두 번째 숙제를 떠안게 된다. 그것은 한반도에서 위기의 고조에 대비한 대비책을 생각하는 것이다. 위기의 고조는 북한의 핵보유가 될 수도 있고, 갑작스런 북한정권의 붕괴 혹은 북한의 내부혼란일 수도 있다. 어떠한 경우든 우리에게 유쾌하지 못한 일이다. 북한의 핵은 언제든지 우리를 향할 수 있기 때문이며, 북한의 붕괴 및 혼란은 우리에게 예상치 않은 다양한 안보적, 경제적 짐을 부담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두 번째 숙제가 아니라 첫 번째 숙제이다. (북한 핵문제가 기본적으로 안보딜레마에 기인하고 있다는 이론적 논의와 증거의 제시를 필자가 다른 여러 글에서 밝혔고, 또 이번 한미 차세대 미래포럼에서 발표하였다. 영문 발표문 참조.). 그러나 첫 번째 숙제가 자신이 없다면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지만) 나중에 뒷북을 치느니 두 번째 숙제에 대한 대비를 미리미리 철저히 해 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한미 차세대 미래 포럼을 통하여 우리는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설득력 있는 논리와 증거를 가지고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하고자 하면 미국도 듣는다. 한국정부는 그간 미국에 대한 설득을 상호간 정부차원에서만 비공개적으로 진행시켜온 우를 범하였다. 체계적인 미국 여론 정책 (public diplomacy)이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자국의 한국 전문가들을 통하여, 그리고 한국의 미디어를 통하여 한국의 여론을 움직여 왔다.

이제는 우리도 미국의 전문가 그룹의 여론, 의회의 여론, 그리고 미국사회 일반의 여론을 움직일 체계적인 전략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여론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그러한 여론이 있을 때 한국정부는 미국정부를 설득하기가 더욱 쉬워진다. 무작위로 아무런 전략적 사고 없이 우리 돈으로 한미간에 회의만 자주 열면 그 회의는 결국 미국이 우리의 여론을 움직이는 회의가 될 것이다. 이러한 회의에서 한국의 신문들은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하여 기다렸다는 듯이 회의를 보도할 것이고, 한국의 야당은 그 누구보다 빨리 그러한 보도에 맞장구를 칠 것이다. 왜 우리는 이러한 똑 같은 메커니즘을 미국에 구축하려는 시도를 안 하는가? 한국의 미국 및 안보 전문가들이 미국의 신문과 저널 등에 한국의 국익을 전달하는 많은 글을 기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학자들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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