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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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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의 정치학

김민웅의 세상읽기 <77>

시민들의 민주적 결정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공화정이 전제군주의 출현으로 파괴되고, 제국이 되어가는 과정은 비단 고대 로마의 역사에서만 일어났던 일은 아닙니다. 영원한 권력을 추구하는 한 악마적 군주의 등장으로 은하계가 일대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고, 결국 공화정의 몰락과 만사에 무력을 앞세우는 제국의 시작은 우주 전체의 평화를 깨뜨리고 맙니다.

이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Star Wars)>가 그린 세계입니다. 로마의 정치사를 비롯한 중세 봉건사회의 이야기를 우주적 규모로 옮겨 우리의 현실을 읽어내도록 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와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등을 감독, 제작하여 세계적 명성을 얻은 조지 루카스의 머리 속에는 역사에 대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 언제나 숨쉬고 있는 주제는 악의 세력으로부터 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인디애나 존스의 경우, 유대주의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긴 하지만 주제의 본질로 들어가면 인류의 소중한 자산을 독차지하려는 세력에 대한 반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원한 지배자로 남기 위해 악의 세력과 하나가 된 은하계의 최고 통치자는 공화정의 민주적 원리를 배신하고, 자기만의 독재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음모를 추진하게 됩니다. 그의 계략으로 은하계는 졸지에 적 아니면 동지라는 이분법적 대결체제로 전락하게 되고, 가장 촉망받던 기사 후보가 가장 악마적 존재 다스 베이다 총통이 되어버리는 역사의 비운이 벌어지게 됩니다.

은하계의 평화와 자유는 그렇게 해서 종말을 고하게 되고, 공화정의 지도자들은 모두 새로운 반격의 기회를 얻기 위해 은둔과 함께 새로운 미래의 지도자를 찾아내기 위한 과정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우주의 선한 기운을 타고 태어난 새로운 지도자가 다름 아닌 제국의 총통 다스 베이더의 아들이라는 설정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반복이기도 하면서 앞 세대, 즉 아버지 세대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 극복이 요구되는 역사의 논리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제국의 평화를 내세우면서 공화정의 미래를 부정하는 것이나, 자신과 함께 하지 않으면 모두 적이라고 규정하는 스타워즈의 장면들은 모두 인류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다준 과거 파시즘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 파시즘적 전제정치에 대해 조지 루카스는 중세 기사들을 원본으로 하는 “제다이”를 등장시켜 해결하려고 합니다. 지혜와 용기, 그리고 실력을 갖춘 기사들이 공화정을 파멸에서부터 구하고 진정한 평화를 되찾는다는 것입니다.

로마에서부터 중세, 그리고 근대 파시즘을 거쳐 우주적 차원까지 하나로 망라한 <스타워즈>는 그리하여 인류가 겪어온 전쟁과 평화, 민주주의와 독재, 사랑과 증오, 그리고 종국적인 구원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는 거대한 서사적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주전쟁의 장면들은 이젠 게임들의 발전으로 그다지 색다르게 보이지 않고, 또 전체 구성의 차원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할 까닭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데 여전히 중요하게 남는 것은 의로움에 대한 충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스타워즈, 즉 우주전쟁의 가장 근본적인 핵심은 현란하게 등장하는 첨단무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로 제다이 “요다”나, 어둠의 세력과 결합한 시스 군주의 경우에서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듯이, 정작의 힘은 우주적 차원의 영, 또는 정신 내지는 기에서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그 영혼이 어디에 속해 있는가, 어떤 기운에 의지하려는가, 그리고 그 내면 깊숙이 영적 차원의 소통능력이 있는가 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의 행동과 선택을 최종 결정하는 요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의 힘이라는 것을 조지 루카스는 이야기하고 싶었고, 이 힘의 선한 능력을 길러내는 자가 진정한 승리의 주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제다이의 훈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도 바로 이 영혼의 기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제국의 통치로부터 우주를 구해내고 진정한 평화와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스타워즈의 정치학”은 우리로 하여금 오늘의 제국이 벌이고 있는 전쟁에 대하여 주시하게 합니다. 오늘의 제왕 시스 군주는 누구인가를 묻게 합니다. 또한, 다스 베이다 총통은 또한 누구인지 상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 제국의 통치를 끝내고 평화를 가져올 새로운 제다이의 집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제다이에게 필요한 것은 선으로 악을 이기는 영혼의 강하고도 빛나는 능력일 것입니다.

* 이 글은 김민웅 박사가 교육방송 EBS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김민웅의 월드 센타"(오후 4시-6시/www.ebs.co.kr )에서 하는 5분 칼럼을 프레시안과 동시로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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