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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전 우즈벡, 그 어두운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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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전 우즈벡, 그 어두운 이면

[KBS스페셜]"우즈벡은 중앙아시아의 빛고을 광주"

한국과 3일 월드컵 최종예선전을 치르며 선전한 중앙아시아의 빈국 우즈베키스탄, 생중계로 축구경기를 지켜보며 열광했던 '붉은악마' 들을 비롯한 축구팬들 중 얼마전 이 나라에 커다란 비극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지난 5월13일 우즈베키스탄에 벌어졌던 대규모 유혈사태로 최근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빛고을 광주'로 비유된다.

대체 5월 13일 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카리수 등 페르가나 계곡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당시 참상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KBS 스페셜>(본방송 6월 5일 저녁 8시) 제작진이 현지에서 만나고 돌아왔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서 드러난 사망자만 해도 모두 1백60명.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슬람 과격단체가 입헌정부가 아닌 그들만의 제국을 세우려 하고 있어 이같은 유혈사태가 빚어졌다”면서 정부군에 의한 무고한 시민 희생자는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당시 군인들의 무차별 발포로 사망한 이들만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군인들은 부상자들을 확인사살하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즉각 국제인권단체들과 UN은 진상조사단의 파견을 타진했으나 우즈벡 정부는 이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우즈벡 사태, 80년 광주항쟁의 복사판”**

제작진이 사건 발생 20여일만에 찾은 곳은 우즈벡과 키르키스탄의 국경에 있는 카라 다르야 난민촌. 그곳에는 정부군을 피해 도망 나온 5백여명의 난민들이 간이 천막 하나에 의지해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가족을 잃은 슬픔과 싸우고 있었다. 제작진이 다가서자 난민들은 어렵게 당시의 참상을 떠올리며 생생한 증언을 쏟아냈다.

난민들은 우즈벡에서도 가장 빈민촌이 밀집해 있는 안디잔 마을로 카리모프 대통령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광장에 모여들었다. 난민인 압둘살람 카리모프(37)는 “우리는 대통령이 온다는 소식에 우리와 대화하기를 바라며 오전 8시부터 하나둘씩 광장으로 모여들었고, 오후가 되자 모인 사람의 수는 1만여명 정도가 됐다”고 했다.

그러나 평화로웠던 안디잔 주민들의 모임은 오후 4시 무렵 군인들이 장갑차를 몰고 나타나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 난사를 가하면서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했다. 아라포브 우크발전(29) 씨는 “총소리에 겁을 먹은 주민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갑자기 장갑차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고, 이어 그 안에 타고 있던 군인들이 주민들을 향해 정조준으로 총을 쏘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현장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 아이들도 많았다. 마시 후루백(10)은 “우리에겐 총이 없다고 계속 소리쳤지만 군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총을 쐈고, 나중에 도망치다가 한 곳에 모이게 됐는데 거기서도 군인들은 주민들을 둘러싸고 총을 쐈다”고 말했다.

난민들은 정부군이 부상을 입고 쓰러진 이들에게까지 총격을 가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또 총상을 입고 입원하러 간 사람이나 부상자들을 데려간 사람들까지 거리에서 총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라시드 카디로프 우즈벡 검찰총장은 “모두 1백69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32명은 군인이었고, 유감스럽게도 (이슬람 과격단체에)인질로 잡혀있던 부녀자 3명과 10대 2명도 테러리스트들에게 희생됐다”고 발표했다. 우즈벡 정부는 현재까지도 반정부 세력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안디잔 마을 주변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어 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도, 또 키르키스탄으로 망명하지도 못하고 있다.

***“학살 배후, 부패한 정부와 미국”**

<KBS 스페셜> 은 난민들의 증언 이외에도 정부군에 의해 이같은 학살이 자행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할 예정이다. 구 소련연방에서 분리돼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정치적 억압과 경제파탄으로 한계에 봉착해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고, 그 이면에는 독재정권과 이를 비호하는 미국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즈벡은 카리모프 대통령의 친·인척이 공기업의 80%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부패가 만연돼 있다. 굶주림에 지친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카리모프 정권은 2003년 그루지야의 ‘장미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 2005년 키르키스탄의 ‘레몬혁명’ 등 시민혁명의 등장을 우려해 유혈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짓밟고 있다는 것이다.

카리모프 정권의 배후에는 중앙아시아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킨다는 명목으로 패권주의적 모습을 숨기지 않고 있는 미국이 있다. 중앙아시아 카스피해 부근에는 전 세계 매장량의 18%에 해당하는 2천억 배럴의 석유와 6조6천억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미국은 이때문에 이 지역의 부패정권을 옹호하거나 친미정권의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경쟁국인 러시아·중국에 대한 군사적 포위 전략 차원에서 우즈벡과 키르키스탄, 그루지야 등의 국가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현재 아제르바이잔과도 미군기지 설치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상태다.

기획에 참여한 이강택 PD는 “미국은 우즈벡의 유혈사태 뒤 UN과 EU 등이 진상조사를 요구하자 5월 19일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사태의 원인은 시위대에 있다’고 밝힐 정도로 카리모프 정권을 두둔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허울 속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미국의 세계 전략이 2005년 5월 우즈벡에서 지난 80년 한국의 광주에서 있었던 민중학살을 재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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