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말 검토를 언급했던 근로소득보전세제(EITC)에 대해 "이 제도가 오히려 저소득계층간의 소득불평등을 확대하거나 공공부조를 위축시키고,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5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빈곤문제 해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일을 통한 빈곤탈출'이라는 기조하에 제기된 바 있는 EITC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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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보전세제(EITC, Earned Income Tax Credit)란 근로소득이 일정수준 이하인 근로빈곤층에게 국가가 세금을 환급해주는 제도로 1975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영국·호주·뉴질랜드 등에서 도입됐다. '근로연계복지' 성격을 지닌 EITC제도는 소득에 따른 공제액을 설정한 후, 해당 근로자가 낸 세금이 공제액보다 많을 때는 공제액과의 차액을 납부하고, 세금이 공제액보다 적다면 그만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이 연 1천5백만원인 사람의 EITC 공제액이 2백만원일 때, 납부 세금이 3백만원이라면 1백만원만 내고, 납부세금이 1백만원이라면 1백만원을 정부로부터 받게 된다. 이 제도는 원천징수 당한 세금을 되돌려 받는 연말정산과 비슷하지만, 정해진 공제액을 기준으로 내지 않은 세금이라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EITC, 빈곤계층의 절반인 비취업자에겐 해당안 돼"**
발제자로 나온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기획예산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근로무능력자'에 대한 복지 확대에 드는 돈 3천억원 책정에도 반대한 바 있다"며 "그것도 못해주면서 4조원 규모가 예상되는 EITC 도입을 그것도 일할 수 있는 자를 우선대상으로 하는 것은 순리상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또한 이 이 제도는 저임금직종의 고용주를 보조해, 불안정한 일자리를 고착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며, 한국에 도입돼있지 않은 실업부조의 도입가능성과 함께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홍식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도 여러가지 근거를 들어 "EITC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중 50%가 미취업자거나 영세한 자영업자인 현실에서 섣불리 반대하기도 찬성하기도 힘든 계륵같은 제도"라며 예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첫번째 구조적 한계는 이 제도가 화폐소득이 있는 노동시장 참가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점"이라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60세이하 수급대상자 중 49%가 비취업 상태고, 수급 탈락자 역시 48%가 비취업자인 현실에서 제한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우리 사회같이 차상위 빈곤층의 상당수가 영세 자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나라에서 이 제도는 영세자영업자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 대한 이중적 배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더욱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단지 비취업 계층에게 박탈감을 주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EITC 예산 확대가 '공공부조' 예산 감소와 함께 진행된 미국의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일각에서는 근로자 소득공제 비율 조정을 통해 3조원 재정 마련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조세 감면의 실제적 수혜자인 중산층의 동의가 쉽지 않을 뿐더러, 지난해 3천억 지원에도 난색을 표했던 정부를 생각해봤을 때, 신자유주의 국가인 미국의 경우처럼, 우리 정부도 EITC 재원을 공공부조같은 복지 예산에서 충원할 가능성이 커, 전반적인 복지체계를 부실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또 다른 문제는, 이 제도가 자칫 사업주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 동기를 감소시키는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시켜 노동시장의 비정규직 증가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더구나 최근 들어 여성=비정규직 통념이 해체되고 비정규직에 남성 노동자가 급격히 편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EITC는 이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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