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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룰라의 아킬레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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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룰라의 아킬레스건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59>

지난주 브라질 언론들은 일제히 MST(소작 농부들의 땅 갖기 운동본부) 시위자들과 연방경찰의 충돌로 50여명의 사상자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룰라 정부의 아킬레스건이자 브라질 최대의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MST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 1984년 최소한의 토지도 소유하지 못한 브라질전역 23개 주 4백60만 이상의 소작농촌 가장들로 결성된 MST는 룰라 대통령의 대선도전의 최대의 동맹군이었다. 룰라는 선거유세 중 이들을 향해 “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면 당신들에게 필요한 토지를 무상불하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이에 이들은 룰라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변신, 룰라의 대통령당선에 선봉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MST의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선거운동에 힘입어 룰라는 브라질전역에 뿌리내린 사회민주당 세력을 허물고 브라질 최초로 좌파 노동당집권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룰라는 대선에 승리한 이후 이들에게 한 공약이행에 등한시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룰라의 선거공약 혜택을 입은 가정은 60만 가정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MST본부는 “이것은 명백한 룰라의 선거공약위반이며 전 엔리께 까르도주 정권 아래서도 이 정도의 혜택은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룰라 정권을 향해 선거공약 이행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브라질전역에는 2만여 토지 없는 가정이 길가에서 텐트생활을 하면서 룰라가 자신들에게 한 약속이행을 기다리고 있으며 1만2천여명의 고이아스주 MST회원들이 룰라와의 면담을 외치며 브라질리아로 도보행군을 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까지도 룰라 대통령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더 자신들의 처지를 잘 이해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룰라만 만나면 자신들의 빈곤한 처지가 하루아침에 변화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고된 행군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도보행군은 다분히 남미적이다. 하루 15킬로미터 정도의 행군이지만 이 속에는 항상 노래와 춤이 있고 심지어는 부모들을 따라나선 어린이들을 위해 이동 국민학교까지 운영하고 있어 시위를 하는 것인지 방랑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브라질정부와 자원봉사자들은 이들을 위해 수 십대의 트럭을 동원, 텐트와 취사도구, 음료수와 식량 등을 공급해주고 있다. 또한 100여개의 이동식화장실까지 이들 시위대를 뒤따르고 있어 무더위와 흙먼지가 가득한 보도행군이지만 그 속에는 낭만이 깃든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의 도보행군이 브라질리아에 가까울수록 룰라 정권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번 행군의 종착역인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이들이 룰라로부터 토지불하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얻지 못할 경우 반정부운동, 혹은 룰라 퇴진의 깃발을 든다면 브라질정계에 취약한 기반을 가진 룰라와 노동당의 앞길이 험난해질 거라는 전망이다.

남미 최대의 국토를 가진 거대한 브라질의 경작 가능한 토지의 대부분을 인구비율 0.6%의 극소수의 대지주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31%를 차지하는 농부들이 소유한 토지는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브라질전체의 토지를 농사꾼들이 아닌 기업가 혹은 해외자본가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MST본부는 이런 불공정한 토지소유비율을 낮추고 자신들에게 자녀들과 먹고 살 만큼의 곡식과 채소를 경작할 최소한의 토지라도 분배해달라는 것이다.

취임 중반을 넘어선 룰라 대통령은 이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극빈자들에게 한 대선약속 이행과 먹고 살기 위해 적은 면적의 토지라도 무상불하 해 달라고 외치는 MST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MST의 상징인 붉은 깃발을 들고 브라질리아를 향해 도보행군 중인 소작농부들의 땅 갖기 운동본부(MST) 회원들. 현지TV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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