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4일 중국 공산당 총서기인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6자회담이 당분간 재개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최근 북미가 쌍방간 적극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동시에 "북핵에 대한 (중국의) 인내심의 레드라인은 있다"고 말해, 북한의 핵실험만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후진타오 "최근 북미 쌍방이 적극적인 메시지 보내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례적으로 한국의 야당총재인 박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과 관련, "북미 사이에 오랜 대결구도와 상호 불신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6자회담이 재개되는 것은 일정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후 주석은 "최근 6자회담이 침체 상태"라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이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최근 며칠 사이에 북미 쌍방이 적극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이것은 (북미) 쌍방이 대화와 담판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본다"고 지적, 회담 성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후 주석은 "중국은 한 가닥 희망이 있는 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계속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후 주석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견지하고 대화를 통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지키겠다는 것이 중국의 확고부동하고 일관된 입장"이라며 "중국은 현대화 실현을 위해 장기적으로 고군분투해야 한다. 따라서 훌륭한 주변환경과 평화로운 국제환경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근혜 "중국이 북한을 끝까지 설득해 달라"**
박 대표는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된 면담에서 "북핵은 현재 진행형으로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게 마련"이라며 "인내심을 갖고 대처하는 것도 좋지만 북한이 가장 신뢰하는 나라인 중국이 끝까지 북한을 설득하는 중재자가 돼달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북한이 정말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핵을 포기하고 중국과 같은 개혁개방으로 나아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야 한다"면서 "핵을 갖고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표는 또 "한국과 중국이 손을 잡고 '공영의 동반자’의 관계를 설정, 경제와 외교 및 문화,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를 강화해 동북아시아의 발전을 이루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와 후 주석은 시종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었다고 수행중인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고, 박 대표는 면담 후 은으로 만든 구절판을 후 주석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후 주석이 외국의 야당 대표를 만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측에선 박 대표가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이 후 주석 면담 성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왕자루이 "북한 핵실험 여부, 중국이 결정할 수도"**
박 대표는 전날엔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탕자쉬안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잇따라 만나 북핵 해결에 대한 중국 측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촉구했다.
박 대표는 왕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북한의 불신 해소가 핵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능한 중재자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중국이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결코 핵을 가져서는 안된다"며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왕 부장은 "중재역은 문제가 아니나 북한과 미국 모두 주권국가인데 대신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그러나 중재 역할은 열심히 하겠다"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왕 부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는지는 북한을 대신해서 중국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혀, 대북 제재를 통해서라도 북한의 핵실험을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전여옥 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 여부에 중국이 영향력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왕 부장은 "한국도 북한을 설득해야 하고 중국도 북한 설득을 활발히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공동인식"이라며 "'비핵화 6자회담'을 위해 분투하자"고 박 대표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또 "북한의 6자회담 복귀 희망은 있다고 본다"며 "미국이 북한이 돌아올 어떤 명분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면(북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북 핵무기 폐기도 가능하다고 본다. 북에 제시조건을 얼마나 현실화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미국의 구체적인 대안 제시를 촉구했다.
한편, 탕자쉬안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박 대표와의 만찬에서 "북핵에 대한 (중국의) 인내심의 레드라인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탕 국무위원은 "북핵폐기는 중국의 확고한 입장"이라면서 이 같이 말한 뒤 구체적인 인내심의 한계가 핵실험이냐를 묻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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