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식 막개발과 다를 바가 없다."
봄볕이 따갑던 24일, 일인시위를 위해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선 고려대 강수돌 교수(44. 경영학)가 목청을 높였다. 행정도시 건설의 여파로 건설업자들이 고려대 서창캠퍼스 주변 시골 마을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겠다고 몰려들어, 자신과 제자들의 생활터가 망신창이가 될 위기에 처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촌 계획이 초고층 아파트 건설로 돌변**
강 교수가 사는 곳은 연기군 조치원읍 신안1리. 이곳은 토박이 주민 50여 가구, 그리고 주변 고려대와 홍익대 학생 3백여 가구가 모여 사는 조그만 마을로, 당초 연기군에서는 수십억원의 용역비를 들여 이곳에 대학촌을 세울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공주-연기 지역 행정도시 이전이 확정되면서 개발규제지역에서 빠진 조치원에 눈독을 들이는 건설업자가 생겼고, 개발 이익을 바라는 일부 지역민들의 기대와 겹쳐 대학촌 건설은 물거품이 됐다. 대신 4층 건물까지만 건설이 허용되던 '1종' 일반주거지역이 15층까지 건설이 가능한 '2종'으로 용도변경됐고, 15층짜리 아파트 15개 동을 세우겠다는 대림아파트의 사업신청서가 군청에 제출됐다.
강 교수는 "건축허가를 내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결함투성이에 탈법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토지용도변경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주민 7명의 명의는 도용된 것이며, 1천 세대가 넘는 단지에 4년간 승용차 증가가 단 4대라고 예측한 교통영향 평가 역시 명백한 오류라는 주장이다.
***지역주민 80% "고층아파트 건설에 반대"**
눈에 보이는 절차적 오류에도 개발계획이 막무가내식으로 추진되자 이를 막기 위해 강 교수는 지역대책위를 꾸렸다. 지난 3월 설문조사 결과 지역주민의 80% 이상이 고층아파트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와 건축허가 과정의 불법성을 입증할 자료 등을 갖고서 연기군, 충남도청 등 행정기관을 찾아다니며 계획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이번 문제 제기는 단순히 신안리 한 지역만의 문제 제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연기군에 사업 신청서가 제출된 아파트만 5천 가구가 넘고 앞으로도 사업 신청이 줄을 이을 텐데, 정부와 지자체가 친주민, 친환경적인 도시를 개발하려는 마인드를 갖지 않는 한 개발독재식의 난개발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크게는 기업도시, 행정도시, 혁신도시 등 경제 살리기란 미명아래 개발을 국가 이데올로기로 삼으려는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업자와 공무원, 그리고 일부 주민간 야합으로 주민과 자연은 희생되고 일부 기득권층이 떡고물을 먹는 난개발을 주민의 힘으로 막아내는 선례를 보이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