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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언론들이 본 브라질 룰라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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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언론들이 본 브라질 룰라의 리더십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57>

브라질의 전형적인 극빈노동자에서 일약 남미 최대국가의 대통령에 당선되어 세계를 놀라게 했던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주 취임 28개월째를 맞았다.

교육혜택을 받지 못했던 룰라 대통령은 12세 때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비참하게 살다 일약 대통령에 당선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브라질 극빈자들의 우상이며 빈민가 청소년들의 꿈이기도 하다.

극빈노동자에서 인구 1억5천만 명이 넘는 대국의 대통령으로 변신, 임기 절반을 넘긴 룰라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까. 우선 브라질리아에 있는 대통령궁(PALACIO DO PLANALTA) 출입기자들로부터는 비관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룰라의 취임 초부터 브라질 대통령궁 출입기자로 일해왔던 유력 서방 언론사의 한 특파원은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외신기자협회 이사회모임 후 필자와의 대화에서“룰라 대통령은 언론을 유효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더라”면서 “국가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나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모습을 언론에 보여주고 해결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 등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룰라의 인기는 취임 초에 비해 바닥권에 머문다고 분석했다.

평소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는 룰라가 어쩌다 한번 언론들과의 회합에서도 실수연발이라는 것. 심지어는 자신의 국무위원 이름도 잘못 부르는 실수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으나 전문가들이나 내각의 도움 없이 행해지는 내외신기자회견은 알갱이 없는 하나의 의식에 불과하다는 것.

룰라의 이런 준비되지 않은 애매모호한 즉흥적인 발언은 자국 언론인들도 헷갈리게 만들어 서방언론사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의적인 해석을 곁들인 오보 아닌 오보를 양산하게 하여 서방언론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결국 룰라는 브라질의 각계 전문가들을 유효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지 않으며 이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기 방식대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노조지도자로서 대중연설에는 어느 정도 이력이 붙었지만 논리와 전문지식이 필요한 기자회견매너는 ‘낙제점’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룰라 정부가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외신은 물론 자국언론의 중요성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룰라 대통령의 외교력과 국정수행능력에 대해서 역시 서방언론들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있었던 중남미-아랍연합 정상회담에서도 룰라는 자신이 호스트이면서도 협력자이자 경쟁관계인 초대손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에게 모든 면에서 압도당하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는 후문이다.

또한 서방언론들이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양 대륙의 정상회담 기간 동안 이 회담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야 할 브라질정부의 핵심 주무부서 장관들이 리우에 있는 한 경제세미나 참석을 위해 대거 자리를 비운 해프닝이었다고 지적했다.

정치ㆍ경제협력을 위한 중남미-아랍권 양 대륙정상회담에서 브라질은 산업자원부 장관과 내각 수석장관,브라질 국립개발은행장 등 브라질의 정치ㆍ경제계의 핵심멤버들이 리우 세미나 참석을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모두 자리를 비우는 이해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사방언론들은 양 대륙 정상회담 분위기가 초반부터 반미기조로 돌아서서 미국과 서방선진국 성토장으로 변하자 이를 못 마땅히 여긴 룰라 정부의 실무장관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유럽연합 국가들의 입장을 고려해 리우 세미나를 핑계로 의도적으로 자리를 피한 것이 아니냐는 설이 공공연하게 회담장에 퍼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룰라 정부 내각의 이런 일사불란하지 못한 개인적인 행보가 이웃맹방인 아르헨티나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두 정상은 서로 불편한 관계를 털어버리고 양국 실무장관들 선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으나 브라질 내각의 불협화음으로 관계개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모인 서방언론들은 임기 절반을 넘긴 룰라가 아직까지 자신의 정부를 완벽하게 통제하여 일사불란하게 이끈다고는 볼 수 없다고 결론지으며 차기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룰라 정부가 국민들에게 내각의 하나된 모습과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서방언론들은 룰라 대통령이 남미 최대국가의 수장으로서 하루빨리 철강노조의 리더형 지도자수준에서 벋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이와 같은 평가가 남미 좌파정권에 비관적인 서방언론들의 시각이라 할지라도 임기 절반을 넘긴 룰라대통령이 취임 초 모든 브라질레뇨(브라질사람)들이 가졌던 기대와는 달리 철강노조지도자들에게 활발한 정치활동의 길을 열어준 것 외에는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리더십과 원활한 국정수행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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