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천 논곡중학교에 재직중인 캐나다인 원어민 교사인 제이슨 토마스씨의 '신문기고문' 파장이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이슨 씨는 지난 4일 <인천일보> ‘독자의 편지’란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행정업무 △학급 규모 △접근의 기회 △전문적 상담의 부족 △붕괴하는 시설 △지역시험 △관료주의 △재정 등 8개 항목으로 나눠 조목조목 짚었다. 그의 이러한 지적은 이미 국내 교사들에 의해서도 끊임없이 제기돼 온 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고문을 접한 인천시교육청과 관할 동부교육청, 학교당국 등에서는 곧장 재계약 취소를 운운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더불어 징계의 전 단계인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경위서에는 "배후가 누구냐"는 질문 등도 포함돼 전교조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시교육감과 동부교육청장은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4일에는 전교조 인천지부를 방문해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전교조도 최초의 외국인 조합원이기도 한 토마스씨에 대해 교육당국이나 학교측의 제재가 나온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프레시안>은 이번 사태의 전말을 알기 위해 토마스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나눴다.
***“한국, 정녕 유네스코 가입 국가인가”**
프레시안: <인천일보>에 기고문을 쓰게 된 이유는...
제이슨 토마스: <인천일보>에 기고문을 보낼 때만 해도 교육청이 내가 제기한 여러 가지 교육의 문제점들에 대해 답변을 해주리라 기대했었다. 때때로 외국인의 견해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유네스코의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이라는 권고문은 외국에서는 벌써 보편적으로 알려진 상식이나 한국에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 권고문은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이 ‘UN이 제시한 21세기 발전 목표(the UN Millenium Development Goals)’라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유네스코에 가입된 나라들은 이 권고문을 이행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모든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권고문 내용을 바탕으로 인천 지역에서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나 그렇지 못한 저소득층 아이들이나 장애아들에 대해 한번쯤 교육청이 다시 생각해 주기를 바라며 기고문을 썼다.
프: 기고문 뒤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시교육감과 관할 동부교육청장이 전교조를 항의 방문하기까지 했는데...
토마스: 교육청 입장에서는 오는 7월 초 치러지는 시교육감 선거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부정적인 평판에 대한 나름의 기우도 있었나 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교육청 관계자들도 아마 힘든 상황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프: 경위서 제출과 관련해 학교장은 “자신이 지시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사실인가.
토마스: 기고문이 실린 4일 아침, 교장실로 호출됐다. 그때까지는 교장선생님도 이번 기고문에 대해 많은 부분 호의적이었다. 그런데 수업을 마친 뒤 학교행사가 있어 외부에 나갔다가 학교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동부교육청에 있는 이○○ 담당장학사가 매우 화가 났다. 장학사가 즉시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했다’는 전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상황이 힘들어 질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는 당시 함께 있었던 몇 명의 교사들도 들은 내용이다. 이런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기에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다음 날 학교에 출근하니 교장선생님이 다시 경위서를 요구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열정 넘치는 학생들을 일률평가로 망치고 있다”**
프: 한국과 캐나다의 학교를 비교해 보면 어떤 점이 가장 다른 것 같나.
토마스: 먼저 학교의 역할이 크게 다른 것 같다. 캐나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학습을 떠나 다른 인성분야에 대해 개입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교사들 또한 학습의 조력자를 떠난 역할에 대해 절대 관여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 와 보니 ‘스승의 날’ 같은 행사를 통해 학교 안에서 교사들이 마치 부모처럼 존경받고 감사해 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 같다.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그런 책임감을 갖고 학습뿐만 아니라 인성분야에서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점들이 인상적이었다.
또다른 하나는 학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음에도 일률적인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캐나다는 다양한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를 기본으로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은 일률적인 학력평가를 중심으로 평가하나, 캐나다에서는 레포트·보고서·발표·프로젝트·개인기록·책이나 기사에 대한 학생의 견해 등을 바탕으로 총체적인 평가를 내린다. 캐나다에서 한국처럼 일제고사식 평가는 있을 수 없다.
캐나다에서는 교사들이 방과 후 학생들이 제출한 자료를 보고 교사의 의견을 적어주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한국에서는 교육청의 통계를 위한 학생들의 성적처리로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업무를 하고 있다. 물론 한국은 학급당 인원수가 너무 많아서 다양한 접근을 통한 평가가 어려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프: 한국의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그리고 전교조 교사로 활동하는 것은 어떠한가.
토마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 캐나다에 있는 교사들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처럼 학습의욕이 높은 아이들을 교육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동료교사들과 함께 교육문화, 교수법, 학교현장의 문제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전교조 가입이 그리 이상한 일인가”**
프: 전교조에는 어떻게 가입하게 됐나.
토마스: 캐나다에서는 교사라면 누구나 노동조합에 가입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 문제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육현장의 문제에 대해서는 교사들이 가장 잘 알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교사를 하든 이런 원칙은 무시될 수 없다. 그래서 당연히 교사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됐다.
프: 한국사회에서 전교조 교사들은 일부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를 알고 있나. 또 알고 있었다면 비정규직으로서, 외국인으로서 전교조에 가입하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토마스: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불이익을 당할까봐 옳은 일, 필요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난해 10월 전교조에 가입하자 이민국에서 ‘정치적인 활동에 대한 금지’에 대해 직접 이민국 직원 2명이 와서 언급한 적이 있었다. ‘정치적인 활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외국인이기에 함께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목소리를 낼 수 없고, 또 그게 정치적인 활동이라면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그런 식이라면 숨을 쉬는 것도 정치적인 활동이 아닌가.
프: 원어민 교사들은 여러 면에서 한국의 정규직 교사들보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토마스: 원어민 교사들은 자신들의 비자를 후원해 주는 기관(직장)에 종속돼 있다. 교육청이나 학원의 경우 자신이 불만족스러운 대우를 받아 이를 항의하며 다른 기관(직장)으로 옮기려 해도 이것 때문에 이동이 자유스럽지 못하다. 기관이 원어민을 해고하는 경우 본국으로 송환돼야 하기 때문에 월급·의료지원 등의 부당한 대우에도 항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원의 경우 학원장의 폭력성이 매우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원어민 교사들이 한국 교육현장의 열악성 때문에 떠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교육상황, 전교조의 활동 등을 영어로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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