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팔찌등 성폭력 근절 운운하지만, 우리 법조계는 정작 2년전에 발생한 '신부에 의한 유아성폭력사건'조차 해결못해 피해아동들은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가족들은 그 후유증에 힘들어 하고 있다."
3년전 세계적 스캔들이 되면서 미국 가톨릭계를 초토화시켰던 '보스턴 신부 성추행'와 유사한 파문이 한국 가톨릭계도 강타할 조짐을 보여,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년 지난 지금까지 '피해아동' 정신과 치료받아"**
전국의 1백25개 성폭력 상담소와 피해자 보호시설로 구성된 '신부에 의한 유아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는 12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03년 4월 부산에서 발생한 `신부에 의한 유아성폭력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동시에, 신임 교황 베네딕트 16세에게 교황청 차원의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신부에 의한 유아성폭력사건'이란 2003년 3월 부산시내 가톡릭 부설 유치원에서 신부가 십여명의 아이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피해 유아들의 진술을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이에 '공동대책위'는 고등검찰, 대검찰까지 잇따라 항소했지만 끝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에 맞서 공대위는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에 '불기소처분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신청했고, 가해신부와 천주교에 대한 민사소송을 벌여, 지난달 27일 첫 재판을 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적으로 공대위가 꾸려지고 많은 변호사들이 힘을 모았으나, 가해자는 여전히 신부로서 활동하고 있고, 피해아동과 부모는 지금도 힘겨운 현실과 부딪치고 있다"며 "진실을 외면한 법때문에 든 멍울로 아이들은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헌법재판소가 사건을 각하하지 않고 논의중인만큼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어 "한두명이 아니라 십여 명의 피해 아이들이 있으나 유아라는 이유로 진술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어떤 유아성폭력 사건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사법부의 판결을 맹성토했다. 이들은 "피해 아동들이 구체적으로 자신이 경험하지 않으면 말할 수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증거로 채택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성폭력수사에서는 사건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담당경찰과 검사과 연달아 바뀌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조사받는 2년여동안 정작 가해자 수사는 한, 두차례밖에 없었다. 이는 어느 누구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인권적 수사행태를 성토하기도 했다.
***"한국 가톨릭 은폐에 급급, 교황이 진상 밝혀야"**
대책위는 이어 사건은폐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 가톨릭을 맹성토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그동안 가톨릭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했으나 "교구에서는 '신부와 양심적 대화를 했는데,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이를 믿는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며, 이에 가톨릭 최고 수장인 바티간의 교황 베네딕트 16세에게 탄원서를 보내기로 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교황께서 교회 내 성폭력 근절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는 소식에 기쁘며 가톨릭에 새 희망을 갖는다"며 '신부에 의한 유아성폭력사건'에 대한 교황청 차원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미국서는 수백명 신부가 상습 성추행하다가 가톨릭 치명타**
이처럼 대책위가 교황에게 탄원서를 보내기로 함에 따라, '부산 신부 성추행' 사건은 3년전 세상을 뒤흔들었던 '보수턴 신부 성추행' 사건의 재판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2002년 미국에서 4번째로 큰 교구인 보스턴대교구에서는 교구내 사제가 1백30여명의 어린이를 성추행한 사건이 발발하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문제는 보스턴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조사결과 미국내 4만6천명 신부들 가운데 적어도 3백25명의 신부가 성추행으로 사제직에서 쫒겨나거나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톤 대교구에서만도 1940년에서 2000년 사이에 2백35명의 신부나 교회관계자에 의해서 1천명 이상의 아이들이 성추행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캔터키주에서도 2백43명이 성추행을 당했다.
이에 보스턴 대교구는 2002년 피해자 86명에게 1천만달러를 보상해야 했고, 2003년 캔터키주 대교구도 피해자 2백43명에게 2천5백70만달러를 보상해야 했다. 미국 가톨릭 대교구는 또한 2003년 8월 지난 1년 이상 지속돼 온 1백40명의 신부가 저지른 5백건 이상의 성추행 소송을 마무리 짓기 위해 5천5백만달러를 피해자들에게 지불했다. 또한 보스턴 교구의 버너드 로 추기경은 교구내 성직자들의 성추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교구직을 사임해야 했다.
***교황청, 성추행 추방 약속 이행 여부 주목돼**
더 충격적 사실은 보스톤 대교구가 성추행 사실을 오랜 전부터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성추행 사실을 비밀로 묻어두라"는 바티간의 방침에 따라 이를 은폐해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CBS 방송은 “로마 가톨릭 교황청은 40여년 전 작성된 비밀문서에서 신부들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철저히 비밀로 할 것을 지침으로 제시해 왔다”고 비밀 문서를 폭로하기도 했다. 이 문서에는 “주교들이 신부들이 저지른 성범죄 사건을 ‘가장 은밀한 방법으로’ 다루지 못하면 로마 가톨릭 교회로부터 추방당한다고 위협하면서 누구든지, 심지어 희생자임을 자임하는 자들까지도 ‘영구적 침묵’을 맹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이 문서가 폭로되자 로마 교황청 측은 “이 문서는 더 이상 유효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한 뒤, 미국 교회의 어린이 성추행에 대해 공개리에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과연 새로 교황에 오른 베네틱트 16세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다음은 대책위가 교황에게 보내는 탄원서 전문이다.
***교황에게 보내는 탄원서 전문**
존경하는 교황님!
안녕하십니까? 교황이 되심을 축하드리며, 교황님께서 교회 내 성폭력 근절에 강한 의지를 보이신다는 소식에 너무나 기쁘고, 카톨릭에 새 희망을 가집니다. 이 세상의 소외된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힘을 주는 교황님이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희는 한국의 ‘신부에 의한 유아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라고 합니다. 지난 2003년 신부에 의해 다수의 유아들이 성폭력을 당한 사건을 해결하고자 결성된 대책위입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2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도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고, 한국의 천주교 측에서도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기에 이렇게 교황님께 탄원서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2003년 4월 한국에서는 부산시 남구 문현동 소재 성당 부설 유치원에 다니는 다수의 유아들이 신부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밤에 악몽을 꾸고, 자다가 일어나 울고 소리를 지르고, ‘괴물 저리가’라며 괴로워하였으며 신부가 자신의 몸을 만지고 아프게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신부의 사진을 보며 신부가 가해자임을 지목하였습니다. 또한 경험하지 않고는 표현할 수 없는 성폭력 행위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고통에 우리 모두는 가슴이 아팠고,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종교인지도자이기에 신부라는 양심으로 스스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리라 생각했으나 가해신부는 이를 인정하지않고 도리어 피해자 가족들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처음 이 사건을 알게 된 피해 아동의 부모님 또한 천주교 신자라 이를 천주교 내에서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다른 신부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나 도움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본 공대위도 사건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외에 해당교구와 천주교에서 이를 성의 있게 해결해주리라 믿으며, 관할 교구의 주교님과 면담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주교님은 만날 수조차 없었고, 교구에서는 "신부와 양심적 대화를 했는데,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이를 믿는다"는 말만 들었을 뿐입니다.
존경하는 교황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다수 피해아동의 부모님들 중에는 천주교 신자이신 분들이 있습니다. 천주교 안에서 그리고 하느님 앞에서 신부나 신자는 그 인권에 차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자의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신부와만 이야기해서 진실여부를 결정한다면 신자는 어디서 진실과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저희가 알기로 천주교는 한국 사회 민주화를 위해 많은 기여를 해왔던 종교이며, 소외된 이들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 관한한 좀 더 천주교 측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피해자들에게 위안을 주려고 노력해야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피해아동들은 2년 전 그 일로 인해 아직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그 부모님들도 그 일로 인해 큰 상처를 입고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당시 4살, 5살이던 아이들이 이제 6살, 7살이 되어 내년에는 학교에 가게 됩니다. 치유되기 힘든 마음의 깊은 상처는 물론 세상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존경하는 교황님!
피해아동의 부모님은 법에 사건의 해결을 호소하기로 하여 고소를 하였으나,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공동대책위는 사건의 해결에 힘을 모을 공동변호인단을 결성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하였으며, 진실을 밝히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천주교를 재단하거나 위해를 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폭력을 근절하고 아이들에게 밝은 웃음을 찾아주려는 것뿐입니다. 현재 이 사건은 한국의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며, 가해신부와 교구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져 우리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의 가슴 아픈 한을 풀어드릴 수 있기를 우리는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잘못을 한 사람이, 그리고 그 잘못을 만든 사회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 우리 아이들의 진정한 치유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저희는 법적인 해결뿐만 아니라 천주교에서도 가해신부에게 응당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부직을 박탈해야함이 마땅하고, 그게 힘들다면 최소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신부이기에 신부직을 정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금도 고통 중에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아동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 세계 천주교회를 대표하시는 교황님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2005년 5월 2일
신부에 의한 유아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