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열린 제1회‘아랍연합-중남미국가 정상회담’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다시 한번 반미의 목청을 높였다.
중남미와 아랍대륙간 정치ㆍ경제협력을 위해 지난 10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개막된 양 대륙 34개국 대표들이 모인 정상회담 개막연설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은 전세계를 지배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포문을 연 후 “(미국은) 우리 모두가 미국의 의지대로 따라가기를 바라고 있다”며 지난 2002년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쿠데타가 워싱턴의 사주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싸잡아 비난한 후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아랍과 중남미국가들은 제국주의의 피해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남미와 아랍권과의 교류를 위해 자신이 창설한 남미TV 네트워크와 아랍의 알자지라TV와의 뉴스교환을 통해 양 대륙을 하나로 묶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차베스의 이와 같은 반미 주장에 일부 친미 아랍권대표들이 반기를 들어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이라크국민들의 저항을 놓고 서로간에 설전이 오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를 놓고 남미 언론사 기자들은 “차베스가 사고를 쳤다”는 농담반 진담반의 비공식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11일 오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내외신기자 간담회자리에서다.
이 자리에서 중남미언론사 특파원들과 아르헨 현지기자들은 브라질리아에서 폐막된 아랍-중남미정상회담의 뒷이야기를 화제로 삼아 “차베스가 이번에도 스타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며 남의 집 잔치에서 손님들과 설전을 벌인 차베스의 좌충우돌적인 행보에 대해 나름대로 개인적인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차베스의 주장이 대부분 그대로 반영된 공동선언문 내용에 대해서는 “중남미에서 그의 입지를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브라질 언론사 특파원들은 “차베스의 이와 같은 스타기질과 아르헨-브라질 양국간 화해분위기 등이 뉴스의 핵심으로 떠올라 중남미와 아랍연맹과의 정치ㆍ경제교류문제는 상대적으로 밀리는 모양새가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중남미와 아랍권국가정상들과의 브라질회담에서는 양 대륙간 관세특혜협정 체결과 브라질리아 선언문이 채택됐다. 브라질리아 선언문은 미국의 일방적인 국제정책을 겨냥, 분명한 반대의사를 담고 각 민족은 외국의 점령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여 미국에 대한 이라크국민들의 저항을 합법적으로 인정했다.
이 선언문은 또 아르헨티나의 최남단 포클랜드 섬을 유럽연합이 영국영토의 하나로 EU대륙에 포함시킨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시하고 영국은 평화적으로 이 섬의 영유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규정했다.
한편 이번 브라질리아 정상회담은 양 대륙간 직교역과 투자의 길을 활짝 열어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유럽의 다국적기업들을 통한 삼각무역형태의 남미상품의 아랍권수출이 소비자와 생산자간 직교역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남미는 아랍권에 곡물과 낙농가공제품 등을 대부분 유럽을 통해 간접교역을 했었다.
그러나 이제 양 대륙간에 맺어진 경제협정으로 상당 수 품목에 대한 관세가 전면 폐지되거나 인하되어 다국적기업들의 중계무역거래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남미에 진출한 아랍권 교민기업들과의 본국기업들간의 직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기도 하다.
또한 아랍권의 오일달러도 이번 양 대륙간의 경제협정을 통해 대 남미 투자자본으로 상당수가 흡수될 것이라는 희망에 찬 전망도 나오고 있다.
룰라 연출, 차베스 주연의 중남미-아랍연합정상회담이 미국을 포함한 북반구 선진국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그 막을 내려 향후 미국의 대응과 EU국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설명:
9일 밤(현지시간) 남미 전통음식인 아사도(통갈비구이)를 구워놓고 비공식만찬에 들어가기 전 중남미 좌파 대표3인방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으로부터 룰라(브라질), 키르츠네르(아르헨), 차베스(베네수엘라) 대통령. @아르헨 대통령궁
중남미-아랍연합 정상회담 개막식에서 키르츠네르 아르헨 대통령(왼쪽)과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아랍국가연합 대표들을 영접하고 있다. @아르헨 대통령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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