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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룰라 ‘내가 너무 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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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룰라 ‘내가 너무 심했나’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55>

아르헨티나로부터 남미맹주 행세를 한다고 비난을 받았던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어 남미맹주들간의 불협화음은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각료회의에서 아르헨티나와 빠른 시일 안에 화해의 길을 모색하라고 긴급 지시를 했다. 이에 셀소 아모림 브라질 외무장관은 “동반자관계인 아르헨티나와 관계개선이 급선무”라며 “브라질은 외채문제 등 각종 국제현안에 대해 아르헨티나와 공동보조를 취했어야 했다”고 공개적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경우에 따라선 이 말은 브라질정부가 아르헨티나정부에 대한 유감표명 정도의 발언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아르헨 정치 평론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브라질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와 범 미주지역 자유무역협상, EU블록과의 무역협상에서 아르헨티나의 협력 없이는 이니셔티브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둔 제스처라는 것이다.

룰라 대통령은 결국 아르헨티나, 다시 말해서 남미공동시장의 협력 없이는 세계시장에서 브라질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아르헨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최근 유럽에서 다니엘 시올리 아르헨 부통령과 만나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라파엘 비엘사 아르헨 외무장관. @아르헨 대통령궁

룰라의 특명을 받은 브라질 내각의 최고위급 관료들은 유럽과 미국 등지에 나가 있는 아르헨티나 외무와 경제장관들과 긴급회동의 자리를 마련, 룰라 대통령의 입장을 설명하고 양국정상회담을 제의했다.

아르헨티나로서도 브라질의 이런 화해의 제스처가 마냥 싫지는 않는 모양새다. 자연스럽게 두 정상이 모여 화해의 포옹을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양국 정상, 실리와 명분 챙기는 원-원 전략 선택**

따라서 양국정상은 오는 10일 브라질리아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만나 해외언론에 보도된 갈등설을 잠재울 전망이다.

이를 위해 브라질은 상공부장관을 필두로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조율 팀을 아르헨티나로 급파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룰라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브라질대사를 불러들여 양국관계개선을 위한 해결책 마련에 관한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 대통령을 브라질리아로 불러들여 ‘체면유지’라는 실리를 챙겼고,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은 브라질의 이런 화해의 제스처와 메시지를 모두 자국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우리가 한 수 위”라는 뉘앙스를 풍겨 명분을 세우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로가 ‘네 탓’이라며 한달 가까이 설전을 거듭했던 남미의 맹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장관급 각료들이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동반자관계임을 과시하는 두 정상의 모습을 미리 예상하며 환한 미소와 함께 포옹하는 모습이 특별히 인상에 남는 건 반세기 이상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남과북, 일본이라는 이웃을 둔 한국인이기 때문이라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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