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을 방문한 일본 자민당 다케베 쓰토무 간사장 일행은 여야 정당 대표들과 국회의장을 잇따라 만나며 교과서 왜곡, 독도 문제 등으로 급랭한 한일관계 녹이기에 애썼다. 회동 내내 다케베 간사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한일 공동운명체"를 강조했지만, 정작 대화를 통해 실제 이견차를 좁힌 것은 없다는 평이다.
***박근혜 만나, "30년전 박 전대통령과 골프" 소회 **
이날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오찬을 함께한 다케베 간사장은 "한국과 일본이 더 가까운 나라가 되기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여러분의 지도와 조언을 부탁한다"는 겸손의 말로 첫마디를 시작했다.
다케베 간사장은 이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는 "30여년 전 박정희 전대통령과 골프를 쳤는데 그때 박 전대통령이 주스를 사줬다"며 박 전대통령과의 '인연'을 화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박 전대통령을 "선친이 몸이 크진 않았지만 자세가 좋고 옆에 있는 것만으로 긴장감을 들게 하는 위엄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난자리에서도 그는 "적절한 지도편달 부탁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며 대화를 시작했다.
***"한-중-일 공통교과서, 좋지만 어려운 일" **
모두 경직된 한일관계를 의식한 '화해의 제스처'였다. 그러나 정작 한국 정당 대표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아 잇따른 회동에도 결실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문희상 의장은 "한-중-일, 세 나라가 같이 교과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공통교과서' 집필을 요구했다. 박근혜 대표 역시 "독일과 프랑스가 공통의 역사 교과서를 만들었듯이 일본과도 그렇게 신뢰관계를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케베 간사장은 "좋은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교과서 왜곡 과정에 일본 정부의 영향이 작용하지 않았냐는 한국의 의문에 대해서도 "교과서 내용은 교과서 만드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며 '문부성 개입설'을 완강히 부인했다. "교과서를 채택하는 것은 지자체나 사립학교의 몫이고 정부가 채택에 관여할 수 없다"는 설명도 일본 정부의 기존 대답과 다를 바가 없었다.
***김원기 "일본 문부성이 교과서 악화시켜" **
이날 회동에서는 반성을 입으로만 하는 일본 정치권의 태도에 대해서는 우리 정치권의 그간 불만이 쏟아졌다. 다카베 간사장은 이를 수첩을 꺼내 꼼꼼히 메모해 가는 정성을 보였으나 일본 정치권에 제대로 전해질 지는 의문이다.
김원기 의장은 "후소샤 교과서 원안에서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현했다가 문부성 검정을 거치고 나서는 한국의 불법점령지역이라고 표현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일본정부가 그동안 교과서 문제는 민간차원이나 회사차원이 문제라고 해 오던 주장에 전혀 반대되는 현상"이라고 따져 물었다. 평소 '지둘러'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느긋하던 어조는 유난히 빠르고 높았다.
김 의장은 "분명히 정부가 강력한 영향을 끼쳐 내용을 악화시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민간차원의 일"이라는 일본 정부의 설명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 정부와 지도층은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배려하고 있음을 이웃들이 이해할 수 있을 때 대화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며 일본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또 "앞으로 아시아 각국과의 문제를 다룰 때에는 피해를 입었던 사람의 입장과 피해를 줬던 입장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근혜 대표도 "문제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모호하다는 것"이라며 말고 행동이 다른 일본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대신 등 지도급 인사들의 발언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이 문제"라며 "서로 발언을 조심하고 상대를 생각하면서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당 한명숙 상임중앙위원 역시 "역사적 아픔을 잊을만 하면 일본에서 우리의 아픔을 건드리는 말이 정부 관료 쪽에서 나온다"며 "정치인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꼬집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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