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10차를 맞이한 비정규법 관련 국회 노사정 실무대화가 여전히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국회 바깥에서는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비정규직 차별철폐 대행진'이 5일차를 맞이하며 '비정규직의 목소리 내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등 20여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비정규직 차별철폐 대행진'은 지난 25일 서울 구로구 재능교육 경인총국 앞에서 1백50여명이 발대식을 연 후, "서울을 비정규직 차별 없는 도시로 만들자"는 모토하에 서울 25개구 50여개 비정규직 사업장을 방문하며 도보행진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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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상경해 이 행진에 참가하고 있는 하현미(28)씨는 단호하게 "현재 정부 법안이 기정사실화되면 우리의 '3년짜리 인생'도 고정된다"며 "당사자로써 비정규직은 없어져야 한다. 있어도 사용 사유가 명확하게 제한되야 한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하씨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데는 사연이 있었다.
***"물러나기엔 너무 억울했다"**
그녀는 지난 5년간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직장에서 해고된 후, 최근 복직투쟁 100일을 넘긴 상태. 하씨는 2000년 기아차 영업소에서 2년간 파견직으로 일한 뒤 2002년 사무 계약직으로 고용됐지만, 3년이 되기 직전인 지난해 2004년 12월 31일 해고됐다.
'국회 계류중인 정부 비정규법안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 3년이 넘어가는 계약직은 모두 해고한다'는 것이 사측의 방침이었다. 하씨는 "사측이 2002년에 처음 계약서를 쓸때 1년을 따로 명시하지 않아 신분은 '계약직'이지만 매년 자동 갱신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2004년 1월, 1년이 분명히 명시된 계약서를 다시 쓰자고 할 때부터 불안하다 싶더니 회사는 그해 12월 31일부로 '해고' 통보를 날렸다"고 설명했다.
공장, 정비소, 영업소등 기아차의 사무계약직은 전국적으로 2백60여명, 이중 3년차를 맞이하는 54명이 해고됐다. 해고자는 전부 25~32세의 여성이었다. 이중 하씨를 포함한 18명이 지난 1월 17일부터 광명시의 기아차 소아리 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기아차 노조가 지난 1월 중순경, 이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의 복직을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올리는등 지원을 나섰지만 상황은 전혀 만만치 않았다. 회사는 우선 이들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했고, 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 "부당해고가 아니다"라며 이들의 '패소'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구한 상태다.
***"비정규직의 3년짜리 인생, 고정시키려 하나"**
'기약없는 싸움보다 재취업이 현실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하씨는 "이대로 물러나기엔 너무 부당하고 억울하다"며 "전국적으로 해고자가 흩어져있고 이런 싸움에 익숙치 않지만 복직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면 전체 고용이 줄 수 있다'는 재계의 주장에는 "지금 파견·계약직이 하는 일은 원래 정규직이 하던 일이고 해야할 업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하는데 고용이 왜 줄어드냐"고 반문한 뒤,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면 고용이 힘들어지는 게 아니라 회사가 이윤을 더 가져가는 게 힘들어지기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씨는 "제가 파견직을 거쳐 비정규직으로 해고까지 당했는데, 현재 노사정 대화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정부 비정규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3년짜리 인생'을 만드는 것을 합법화시켜주는 것"이라며 "이건 안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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