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이 자료제출 미비 등을 이유로 KBS 결산심의 참여를 거부하고 나서 21일 국회 문광위가 차질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 "요구 자료 없는 심의는 예년의 반복일 뿐" **
KBS 결산심의를 위해 이날 회의가 열리자마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KBS가 결산 심사에 꼭 필요한 이사회 회의록과 수원 방송센터 활용방안, 자체 감사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자료가 도달할 때까지 심의를 유보하겠다"고 버텼다.
이에 정연주 사장은 "이사회 회의록 공개 여부는 이사회가 결정한다", "자체 감사는 종료되지 않았으므로 줄 수가 없다", "다른 자료들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등의 해명으로 맞섰지만, 돌아오는 것은 "국회의 권능을 부정하느냐"는 호통뿐이었다.
30여분간 정회되는 소동 끝에 회의는 속개됐지만 공방은 계속됐다. 결국 한나라당 간사인 정병국 의원은 "요구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산을 심의하는 것은 예년의 반복인 만큼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한나라당 다른 의원들도 "회의 진행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며 정 의원을 따라 나섰다.
퇴장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정연주 사장, 이종수 이사장이 사퇴하기 전에는 KBS 결산승인안을 심의할 수 없다"며 'KBS 결산 심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심재철 "'정치적 의도' 운운이 사과냐", 정연주 사장에게 '핏대' **
특히 KBS 직원의 공금유용 비리를 폭로한 심재철 의원은, 전날 정 사장이 해명하는 과정에서 "분명한 증거는 없지만 (문건을) 사용하는 쪽에서 상당히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정 사장이야말로 정치적 의도를 갖고 물타기와 덮어씌우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내부비리가 터져나왔으면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적 의도 운운하는 것이 과연 진심어린 사과인지 의문스럽다"며 "피감기관 결산을 앞두고 국회의원이 예-결산을 살펴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이를 검토하다가 비리를 적발해낸 것이 도대체 무슨 '정치적 의도'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또 "국민의 수신료를 눈먼 돈으로 착각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이같은 일부 인식에 국민은 분통만 터진다"며 "정 사장은 즉시 사퇴함으로써 국민에게 진정한 사죄의 모습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
***우리당 "KBS 탄핵 움직임에 대비해야" **
이처럼 한나라당이 맹공을 퍼 붓고 떠나버린 회의장에서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한나라당 성토대회'가 열렸다.
열린우리당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한나라당이 정략적으로 KBS를 흔들어서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상의 문제점을 피력하고 대안을 모색한다는 본래 결산 심의를 목적에 비춰볼 때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쓴 입맛을 다셨다.
정청래 의원은 "KBS와 관련한 최근 일련의 상황들은 KBS에 대한 탄핵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정연주 사장과 KBS에 대한 탄핵 움직임에 문광위 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부 감사자료가 밖으로 유출돼 한나라당 의원들의 손에 들어가고 조선, 동아에 의해 대서특필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을 보노라면 작전세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자료 제출 미비를 운운한 것은 빌미일 뿐 이미 기획되고 의도된 일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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