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부 고위직 간부 등이 회사 공금으로 안마시술소를 출입하거나 허위 서류를 만들어 출연료 등을 착복해 왔다는 사실이 폭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사태가 지난해 에비사와 일본 NHK 회장의 사퇴를 불러왔던 공금유용 사건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향후 커다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재철 “간부·특파원 등 공금 유용, 부당인사 의혹”**
<동아일보>는 20일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8일 KBS 내부감사 결과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같은 공금유용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심 의원측은 <동아일보> 보도직후 당초 21일 국회 문광위에서 KBS 결산심의 과정에 공개할 보도자료를 20일 오전 배포했다.
배포 자료에 따르면, 이달 중순 평팀원(PD)에서 KBS 모지방방송 총국장으로 승진한 노조위원장 출신의 A씨의 경우 2차례에 걸쳐 안마시술소와 사우나 등에 출입하면서 회사 법인카드로 1백여만원을 결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KBS는 1차 인사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가 파문을 의식해 2차 인사위원회에서는 ‘경고’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심의원은 이와 관련, "정연주 사장은 이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승격임명한 것이냐"고 반문한 뒤 "정사장 결정은 A씨가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정사장을 지지하던 전직 노조간부들의 강력한 천거를 물리치지 못했던 데 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다른 지방총국 PD인 B씨도 특감결과 최근 2년 동안 회사공금 3천만원을 착복한 사실이 밝혀져 지방방송촉국이 본사에 사건발생 보고를 해 특별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B씨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은 인물을 출연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출연금을 제3자 통장으로 입금시킨 뒤 이 돈을 다시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지난해 7월까지 유럽에서 3년간 특파원을 지낸 C씨는 회사 공금 1천6백만원을 ‘사용해서는 안될 곳’에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자체감사결과 밝혀졌다. KBS는 이에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C씨에 대해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7월 유럽 특파원으로 부임한 D씨도 부임 직후 회사 공금 3백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KBS가 이를 회수했으나 징계를 내리지는 않았다.
현재 팀장인 E씨는 지난해 2월 팀제이전 인사때 부장급에서 국장급으로 승격임명할 때 회사예산 2억원 가량을 잘못 집행한 사실이 감사결과 밝혀져 인사이원회에서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고 근신중이었으나, 징계기간이 끝나지 않았는 데도 이번에 국장급으로 승격됐다. 심의원은 "당시 KBS 모감사는 E씨의 국장급 승격에 대해 'E씨는 아직 징계중이기 때문에 승격인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전달했으나 정사장이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진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심재철 의원측은 20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내일 문광위에서 KBS 결산심사가 있는 만큼 분명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영방송인 KBS가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제보를 많이 접수하고 있다"며 "현재 KBS에 추가적인 내부감사 자료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해 추가폭로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또 "KBS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만큼 국가기본방송법 재정이 시급하고 KBS 예산 집행을 보다 투명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연주 사장, 긴급 기자회견 갖기로**
이같은 사실이 폭로되자 KBS 내부는 20일 오전부터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KBS는 특히 21일 오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KBS 결산심의가 열리는 점을 감안, 20일 오후 2시 정연주 사장이 직접 나서 이번 사태를 해명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기로 결정했다. 정 사장은 문제의 감사자료를 모두 공개하며 해명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BS 한 관계자는 “노조 중앙위원회 불법도청 사건으로 큰 곤욕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이같은 일이 터져 참담하기만 하다”며 “심 의원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왜곡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영진은 KBS 구성원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놔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공영방송 NHK의 경우 간부들의 착복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 시청료납부거부운동이 거세게 전개되면서 사퇴를 거부했던 에비사와 회장이 끝내 퇴진해야 했던 점을 예로 들며, 앞으로 한나라당 등 야당의 퇴진 공개가 거세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반면에 일부 구성원들은 내밀한 내부감사 자료가 지난해 국정감사 때에 이어 또다시 심 의원에게 넘겨진 점에 주목하며 이 부분 또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 KBS에서 공금 유용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만일 사실일 경우 전 구성원들이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백배 사죄를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내부감사 결과가 연달아 심 의원에게 넘겨진 점은 내부 고발적 성격보다는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기회에 이 부분 또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KBS는 이번 사태로 또한차례 공신력이 상처를 입으면서 오랜 숙원인 '수신료 인상'이 물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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