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당국이 학교폭력과 집단괴롭힘을 알면서도 사전에 이를 예방하거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국가인권위(위원장 조영황)가 학교의 명예 훼손 우려로 학교 폭력에 소극적 대처를 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일선 교육 현장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렸다.
인권위는 19일 서울시 모 중학교에 대해 "학교 당국은 피해자인 박 모군(16)이 학교폭력 및 집단괴롭힘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예방하지 않고 가해자 처벌 혹은 피해자 보호 의무를 게을리해 헌법 제10조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학교 측은 박 군의 부모에게 사과하고, 가해학생들로 하여금 박 군에게 사과하도록 하고, 정기적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피해학생 어머니 김모씨(40)가 지난 해 8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김씨는 진정서에서 자신의 아들이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멱살을 잡히거나 뒤통수를 맞는 등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 해 5월과 6월 학교를 두차례 방문하여 담임교사에게 재발방지와 보호를 당부했다.
그럼에도 학교 측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학생이 급우들에게 맞아 기절하기까지하는 등의 피해는 계속됐고, 이에 6월 김씨 부부는 다시 학교를 방문하여 교감에게 전학 추천서를 써 줄 것을 요청했다.
학교측은 박 군이 멱살을 잡히고 뒤통수를 맞은 등의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오히려 "학교가 박군과 급우들간의 간격 좁히기를 위한 집단ㆍ개인 상담을 수차례 했으나 본인의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등교를 일방적으로 거부해 주변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박 군이 전학을 가면 학교 폭력 조사를 진행시킬 수 없다"면서 전학 추천서 작성 요구를 거절했다. 결국 김씨 부부는 2004년 7월 주소를 옮겨 전학을 했지만, 이미 박 군은 학교폭력 및 집단괴롭힘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약 6개월 이상의 안정가료를 요하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인권위는 "학교 측은 학교폭력 및 집단괴롭힘을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방지하여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를 게을리함으로써 헌법 제10조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다만 진정인이 가해자 처벌보다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원하는 점을 감안해 교장 및 교사는 피해자에 대해 사과하고 정기적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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