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경제부총리가 13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이한구 의원과 참여정부 경제정책과 2년간의 경제성과, 경기 전망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였다. 그동안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독설'을 쏟아냈던 이 의원의 질문은 예상됐었지만, 임명시부터 '무색무취'로 평가받았던 한 부총리의 반격은 예상외로 단호했다.
***이 "2년간 경제 엉망됐다" vs 한 "정권 초기 경제여건 나빴다"**
이한구 의원은 이날 대정부 질의를 통해 "참여정부 2년의 특징은 잘 봐주면 아마추어의 실수이고 자세히 보면 선거용이며 비판적으로 보면 잘못된 이념"이라며 "지난 2년간 경제가 엉망진창이 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한 부총리는 국회 본회의 첫 출석임에도 "우선 지난 2년동안 우리 경제가 생각처럼 활발하게 성장하진 못했고, 여러 국민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참여정부 출범 초기의 경제 여건은 카드채로 인한 많은 불신과 금융시장 불안, 경기 불안으로 인한 소비 위축 등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좋지 않았다"고 책임을 전(前)정권으로 돌렸다. 그는 이어 "2003년에는 3.1%의 높지 않은 성장을 했고 3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했지만, 2004년에는 4.6%의 성장과 4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며 "올해도 5%의 성장과 40만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점점 개선되고 있음을 주장했다.
이에 이 의원은 "당시 국내 여건이 안 좋았다고 하는데 'DJ정권'이 잘못했다는 얘기는 그간 한 번도 한 적이 없지 않나"며 "지금 DJ정권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한 부총리는 "카드채 같은 금융 불안 원인을 물려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2003년을 세계경제가 호황이라고 했지만 이라크 전쟁과 사스 등으로 우리와 경쟁인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은 와중에도 3%정도의 성장을 이룩한만큼 이 의원이 말하듯 2년 경제정책이 모두 실패라는 말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 "우리나라 자학적 경제관이 문제" vs 이 "경제장관들 늘 하던 얘기"**
2년간의 경제 정책에 이어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두 '경제통'은 논란을 벌였다.
이 의원은 "경제가 좋아진다는데 과거보다 뭐가 달라지니까 좋아질 것이라고 얘기해야 한다"고 경기 낙관론의 근거를 캐물었다.
이에 한 부총리는 "전문가이시라 일일이 말씀드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한마디 하겠다"고 운을 뗀 뒤 "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너무나 자학적인 경제관을 갖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중남미개발은행 총회에서 많은 재무장관들이 '한국처럼만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며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신바람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자칫 잘못된 기대가 실현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부총리는 "아시아 시장은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고, 어떤 전문가들은 2045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고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바로 한시간 거리에 한국이 있고,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일본도 한 시간반, 두시간 거리에 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와 기업, 정부의 경제를 하려는 의지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그 말은 지난 2년간 노무현 정권의 경제장관들이 나설 때마다 하던 얘기"라며 "지난 2년간 그런 식으로 했는데 왜 그 모양이냐"고 독설을 퍼붓자, 한 부총리는 "이 의원 말대로라면 지난 2년간 대한민국 경제는 뒷걸음질을 쳤어야 되는데, 꾸준히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양극화 DJ때보다 더 나빠졌다" vs 한 "참여정부 책임 아니다"**
논쟁은 이어 한 부총리가 "양극화 현상의 구조적 고착이 우리 경제의 큰 문제"라고 답변한 것을 계기로 '양극화의 원인'으로 불붙었다.
이 의원은 "양극화 대책이라고 하나 내놓은 것이 중소기업 대책인데 이마저도 예전의 중소기업 대책의 재탕"이라며 "양극화의 원인 파악과 책임소재 여부에 관한 것 없이 대충대충하다 보니 제대로 안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부총리는 "작년 12월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대책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것이고, 부의 세습이 되지 않기 위해 학자금융자제도에 민간기법이 동원된다"면서 "이 의원처럼 대책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하나의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도 이에 물러서지 않고 "효과없는 정책은 대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난 2년간 양극화는 노무현 정권이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 DJ정권 때보다 훨씬 양극화가 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 부총리는 "양극화의 중요한 지표인 소득분배 지표들은 상당히 오랜 기간, IMF직후부터 문제가 됐던 것"이라며 "그것이 참여정부에서 만들어 진 것이라는데 동의하지 못한다"고 재차 과거정권 책임론을 폈다.
이 의원이 "IMF이후 8년동안 아무것도 못했다는 얘기냐"고 따지자 한 부총리가 "완전히 회복을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다시 이 의원이 "더 나빠졌다"고 지적하자 한 부총리가 "참여정부의 책임이 다는 아니다"고 재반박하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결국 이 의원이 "얘기는 잘하는데 실제로 그게 되는지는 답답하다"며 "지금 한 부총리가 자료를 잘못 알고 있다. 나중에 내가 자료를 줄테니 한번 보고 얘기를 하라"고 말하자, 한 부총리도 "나도 자료로 드리겠다"고 마지막까지도 한 치의 양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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