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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치열한 문화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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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치열한 문화전쟁중"

[토론회]미국 對 EUㆍ개도국 '문화다양성' 놓고 전쟁

A: 문화상품 역시 어디까지나 '상품'이다. '시장'에서 돈으로 '거래'되는 한 품목 아닌가.
B: 문화상품의 사용가치는 '편익'이 아닌 '소통'에 있다. 휴대폰·자동차같은 일반 상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A: 이제 문화산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경제다. 가수 보아(BoA) 봐라. '걸어다니는 기업' 아닌가. 거기에 딸린 식구가 얼마인가.
B: 그렇다고 문화를 경제의 하위범주로 보는 건 문화의 공공성에 대한 무지의 소치다. 문화상품 소비행위는 자체로 부단한 재사회화이고, 문화는 이러한 '가치 재생산'을 통해 사회통합적 기능을 수행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A에 가까운가, B에 가까운가. 세계는 지금 강력한 문화상품을 무기로 무한대의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미국과 자국의 '문화영토'를 점령당하지 않기 위해 '일종의 룰'을 세우자는 EU·개도국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목하 '소리없는' 전쟁중이다.

***EU·개도국 "문화다양성 수호" VS "미국 "문화도 WTO 예외 아냐"**

'WTO 무역체제는 문화같은 비무역적 요소를 해결 못한다'는 인식하에 2003년부터 유네스코 주도로 추진되온 '문화다양성협약'의 핵심은 "모든 국가는 WTO 통상 질서와 상관없이 자국의 문화다양성 촉진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는 데 있다.

이에 미국을 위시한 호주, 일본 등은 "이 협약은 WTO 세계무역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내용 약화'를 주장하고 나섰고, 이에 프랑스, EU, 캐나다, 중국, 브라질, 인도등 개도국들은 협약을 지지하며 미국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입장인 외교통상부와 소극적 협약 지지 입장인 문화관광부 간 내부 이견으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유네스코는 오는 5월말 제3차 정부간 회의를 통해 논란을 정리하고 10월 유네스코 총회에서 이 협약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에 국회 문광위 의원들이 '한국의 대응'을 논의키 위해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영화배우 안성기, 문소리, 정진영씨,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 미술가 임옥상씨등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3백여명이 청중이 몰렸고, 패널들은 시종일관 치열한 갑론을박을 펼쳤다.

***"정부, 눈치보며 '갈팡질팡'하고 있어"**

토론의 발제자로 나선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TV·라디오 프로그램의 90%가 미국산으로 채워진 남아공의 국민들은 자기문화에의 귀속감 상실, 공동체의식 약화로 후회하고 있다"며 "WTO각료회담 좌절이후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된 양자간 FTA속에서 이 협약은 국제문화관계를 규율할 최초의 규범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크린쿼터 폐지를 원하는 미국 요구에 부응하려는 외통부는 스크린쿼터를 정당화하는 이 협약을 곤혹스러워하고, 문광부는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이 의문스럽고 한류덕도 봐야한다'며 망설이는 입장"이라며 "정부는 줄서기를 포기하고 가만히 있다 대세가 결정되면 손들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양기환 세계문화기구 연대회의위원장도 "EU는 최근 오히려 협약에 훨씬 강화된 문화다양성 보호조치를 포함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며 "정부는 '어차피 우리나라는 약소국'이라는 열등감만 가지지 말고 힘이 없다면 더 치밀한 내용을 준비하고 논리라도 제대로 갖춰라"고 요구했다.

***문광부 "유네스코 최종안 나오면 입장 결정할 것"**

이에 이성원 문광부 문화정책국장은 "협약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한국정부는 협약이 WTO의 우위에 있는 것도 하위에 있는 것도 반대한다"며 "강력하게 협약을 주도했던 프랑스·캐나다도 최근 '제3의 대안 고려'로 선회했다. 4월중 유네스코 최종안이 나오면 참고해서 한국의 최종 입장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삼열 유네스코 한국위 사무총장도 "협약이 통과돼도 협약의 특성상 주요 이해 당사자인 미국이 협약 가입을 거부한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최대한 미국 참가를 위한 제3의 안을 마련하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추가했다.

박노형 고려대 교수도 "각 국가의 독자적인 문화정책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협약이 통과된다면 적어도 국제사회 분위기는 환기되겠지만 스크린쿼터등 시장개방과 협상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며 "이 협약이 자체로 강제력을 지닌 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문화정책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중석의 '협약 체결을 위한 국회 결의문' 채택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당 우상호 의원은 '난색'을, 한나라당 정병국, 민노당 천영세,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찬성'을 표했다. 향후 정부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다음은 토론회 자료집 겉표지의 시 한구절이다.

'세계는 마치 꽃밭과 같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각국의 문화는 갸날픈 꽃 한 송이기에 시들지 않도록, 죽어버리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돌보아야 한다.
언뜻 보면 서로 닮은 꼴일 수 있지만 꽃 한 송이송이마다 고유한 향기와 질감과 색조를 담고 있다.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꽃은 푸른색 꽃이지만, 푸른 꽃으로만 가득찬 꽃밭이 뭐 그리 좋을까?
꽃의 다양성만이 꽃밭을 명랑한 색상으로 장식할 수 있다.
따라서 난 모든 문화가 세계의 매력이지만
어떠한 것도 홀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칠레 남부 토속민족 마푸체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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