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으며,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10일 한나라당에서 보수 의원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송영선 "전략적 유연성은 인정해야"**
북핵 등 외교문제에 있어서 '매파'로 분류되는 송영선 의원은 이날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주한미군 주둔하는 한 미국의 유연성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공조에 대한 불신과 '동맹을 끌고 갈 것이냐'는 의구심을 낳게 될 것이다. 박수칠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한미동맹 체제하에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은 세계 질서 속에서 나오는 것이고, 주한미군도 군사전략에 의해 같이 협력해 가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일방적인 발언에 대한 대안이 무엇이라는 사실부터 밝혀서 국민을 설득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선 의원도 "미국은 미군 지휘에 관한 합의 존중을 우리에게 요구했고,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군을 감축한다고 한다"며 "미국의 이런 요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가세했다.
***정형근 "노 대통령 발언 괜찮은 것 같다"**
이에 정형근 의원이 "나는 조금 견해가 다르다"고 서두를 떼며 반박에 나섰다.
정 의원은 "주한미군이 대만과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면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전략적 유연성을 기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동의 없이 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을 소상히 봤는데,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빙자해 여러 주변상황에 개입하는 것을 대통령의 동의없이 할 수 없도록 하는 선언이다. 괜찮은 것 아닌가"라고 노 대통령의 발언을 칭찬한 뒤, "당 차원에서 논란을 벌일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두 의원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김영선 의원, 송영선 편 들어**
이에 김영선 의원이 "원래는 한미방위조약하고 미일방위조약이 수평관계인데 이런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것은 한미관계가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노 대통령과 정부가 전혀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송영선 의원 편을 들며 정 의원 주장에 재반박했다.
김 의원은 대북-대미 관계에 관한 한 그동안 송영선 의원과 입장을 같이 해왔다.
의원들간 입장차는 다소 가벼운 신경전으로 그쳤지만, 노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색깔론' 등을 퍼부어대며 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던 정 의원의 이례적인 노 대통령 칭찬은 이날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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