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let it be~(내가 어려울 때마다 마리아가 내게로 와 지혜로운 말 하길, 그냥 내버려둬~그냥 내버려둬~)"
'인터뷰 약속을 잊지는 않았을텐데...' 민주노동당 김창현 사무총장이 전화를 계속 안 받는다. 휴대폰의 컬러링 음악은 의미심장하게도(?) 비틀즈의 Let it be(그냥 내버려둬)였다. '허 참...'
휴대폰은 줄기차게 '날 내버려둬'를 외친 후, 겨우 김창현 총장을 연결해주었다. 김 총장은 갑자기 잡힌 국회 기자회견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민노당의 '자아비판'과 '그냥 내버려둬'**
2일 여의도 당사에서의 인터뷰는 지난 27일 민노당 진보정치연구소의 '제1야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찰과 쇄신'이라는 '자아비판' 보고서를 계기로 이뤄졌다. 보고서는 "당이 원내 진출후 중장기적 목표와 전략과 기획의 부재 속에 '평등과 자주'라는 국민적 이미지조차 상실하고 있다"며 냉철한 평가를 내렸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는 민노당이 '작지만 힘있는' 정당으로서 필수적인 '선택과 집중'에 실패하면서, 불안정한 1차 지지층(30대 화이트칼라)을 보완할 잠재 지지층(비정규직등 기층서민)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 지도부 리더십의 불안과 퇴행적 분파 경쟁까지 계속된다면 향후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적색경고등'을 켰다.
상황이 이러하니, 김창현 사무총장의 얘기를 듣고 싶었다. 김 총장은 "진보정치연구소 보고서의 지적엔 대부분 공감한다. 거의 다 수용해야 할 이야기"라며 "비판은 항상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로 운을 뗐다.
***"윤종훈 회계사 사건에서 뼈저린 교훈 얻어야"**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보고서가 '거대한 소수의 딜레마'를 지적하고 있듯, 민노당은 현재 '거대한' 역사적 의의 때문에 '소수'의 역량을 뛰어넘는 과제를 요구받고 있지만, 당이 거대한 기대치에 부응하려 할수록 소수의 한계는 더 절박하게 느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윤종훈 회계사가 "이렇게 선택과 집중을 못한다면 부유세 실현은 어림도 없다"며 당을 뛰쳐나간 후로 시간은 하루하루 지나고 있지만, 민주노동당은 최근 '정책연구원 티오(TO)의 분야별 배분'도 유연히 해결못해 부당해고를 감행(?)할 정도로 여전히 '인력과 재정 운용'이 경직돼있다. '총괄적인 기획력 부재'를 노출한지는 이미 오래다.
김 총장은 '당의 현 시스템 하에서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방만한 구조라면 정비해서라도 인력과 재원을 몇몇 사회적 의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해나갈 것"이라며 "윤종훈 회계사 사건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민노당엔 발칙한 상상 필요' 지적에 공감"**
보고서는 또한 민노당의 '기획력 부족'의 이유로 '당내 토론 부재'과 '정치에 대한 상상력의 빈곤'을 꼽고 있다. 민노당이 최근 내놓은 '국채발행을 통한 비정규직 해결'은 대표적인 발상의 부재로, 정치적 실천을 국가기구라는 장(場)안에 제한하는 기성관념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이에 대해 "사실 그간 서로 다른 의견 집단간의 토론 부족으로 언론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아는 경우도 많았다"고 인정하며 "앞으로는 최고위원회·의원단과 정책위사이에 크고 작은 간담회도 많이 열 뿐 아니라, 격식을 허물고 연구원-사무총장간의 개인적 미팅도 자주 가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의 기획조정회의를 강화해 의원실, 당, 연구소의 고민을 모아 디자인하는 기획센터로 삼을 작정"이라며 "당의 모든 정보와 정책이 물 흐르듯 공유될 때만이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한 뒤 "보고서 지적중에 현재 당엔 '발칙한 상상'이 필요하다는 말에 특히 공감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그러나 '정파등록제'같은 공개적인 분파 경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7만 당원시대에 정파등록을 원하는 당원은 소수인데다 굳이 정파 등록 없이도 충분히 노선과 사상에 대한 토론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정파조직에 의결권이나 대의원 할당등을 해주게 되면 정파 비가입당원을 대상화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진성당원의 실험이 정체됐다'는 지적에 김 사무총장은 현재 전국적으로 9백여개에 달하는 지역분회들이 인터넷을 통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당과 지역위원회간의 홈페이지를 활용한 실질적인 여론 조성도 과제라고 했다.
***4월로 다가온 올해 통과의례**
어쨌든 민노당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당장 4월에 다가올 정부 비정규직보호법안에 대한 대처는 민주노동당을 시험하는 올해의 첫 통과의례가 될 터이다.
"중압감이 크다. 울산에 있다 중앙당에 온 뒤, 개인의 정치적 진로에 대한 고민은 완전히 사라졌다. 어떻게 하면 당이 반석 위에 오를까 잠이 안온다. 모든 것을 정파적 음모로 모는 근거없는 비난을 들을 때는 가슴이 아프다. 당을 하나로 묶어보고 싶다는 단결에 대한 강박관념은 커가는데 진심이 이해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원내진출 1년'이 가까워오는 가운데, 민노당도 자신을 응시하는 '요란하지 않지만 차가운' 시선에 더욱 민감해야할 때가 온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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