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인 내달 2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보법과 과거사법, 사학법 등 이른바 3대입법은 열린우리당의 '의지부족'과 한나라당의 '버티기'가 결합되면서 사실상 물건너갔다.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면합의를 통해 행정도시특별법과 3대 입법을 맞바꾼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사법 : 우리 "의장단이 책임져야" vs 의장단 "여야 협의하라"**
3대입법 가운데 지난 연말 여야간 처리 직전까지 갔던 과거사법의 경우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장단에, 의장단은 여야 원내대표단에 처리를 미루고 있는 모습이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와의 회동을 마친 뒤, "과거사법은 원내대표와 국회의장간의 협의를 거쳐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지난 연말 김원기 국회의장이 '과거사법의 2월처리'를 공언하고 양당간 합의를 이끌어 냈던만틈 과거사법 처리에 대한 책임은 국회의장단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원기 국회의장은 25일, 17일간의 일정으로 멕시코와 미국 순방을 위해 훌쩍 출국했다.
그렇다고 3월2일 본회의 사회를 맡을 국회부의장(열린우리당 김덕규, 한나라당 박희태)단에서 과거사법의 처리를 강행하지도 않을 분위기다. 김 부의장 측은 26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여야 원내대표간의 합의가 있다면 몰라도 부의장이 임의로 직권상정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여야 협의가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과거사법 처리 불발을 시사했다.
***사립학교법 : 우리 "2월처리 물리적으로 불가능"**
지난해 4대 입법 가운데 국민의 80% 전후가 찬성했고, 특히 세종대-서강대 비리 및 각 사립고의 잇따른 수능비리로 개정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사립학교법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이기는 마찬가지다.
사학법 개정과 관련해선 지난 22일 교육위 차원에서 한 차례 공청회만 열었을 뿐 현재 교육위 소위에 계류중이어서, 국회 일정상 회기내 처리는 이미 불가능해졌다.
이미 일찌감치 열린우리당은 사학법의 2월처리가 어렵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오영식 원내부대표는 지난 22일 정조위원장과 상임위 간사간 연석회의를 마친 뒤, "야당의 주장을 수용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사립학교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키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사립학교법의 임시국회 처리가 어렵고 물리적으로 불가하다"고 밝혔다.
비록 김부겸 부대표가 24일 한나라당에 '여야합의를 전제로 한 사학법의 2월 처리'를 요구했지만, 여야합의가 불가능한 현실을 고려하면 사학법 처리 불발시 예상되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립서비스 성격이 짙은 주장이었다.
열린우리당 교육위 소속의 개혁성향 의원들은 2월 내내 사학법을 교육위에 맡겨버린 채 뒷짐 지고 있던 원내대표단의 '의지부족'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나, 이들 또한 뚜렷한 행동을 하지는 않고 있다.
***국보법 : 법사위 상정조차 되지 못해**
국민적 개정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과거사법과 사립학교법이 이런 신세다 보니, 찬반여론이 팽팽한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현재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부대표는 처리는 고사하고 "2월에 법사위 상정만이라도 하자"고 한나라당에 요구했지만, 남경필 부대표는 "합의처리 명문화"를 요구하며 버텼다.
한나라당내에선 "열린우리당이 국보법을 상정하려는 액션만 한번 취하고 말지 않겠나"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3월2일 본회의 직전에 행정수도와 관련한 의원총회를 열 뿐, 3대입법 처리 방침에 관한 의원총회는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3대 입법을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3대 입법과 행정수도법 맞바꿨나**
열린우리당 원내 관계자는 26일 "주말에 협의를 거쳐 28일쯤에 원내대표단 회동이 있지 않겠냐"며 2월임시국회 회기 종료일까지 3대입법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처리를 강행하다가는 행정수도에 대한 여야합의까지 깨질 지도 모른다"고 밝혀,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면합의를 통해 3대 입법과 행정수도특별법을 맞바꾼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지난해말 집단단식 투쟁 등을 벌였던 시민사회단체들도 사실상 2월처리가 물건너갔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며, 2월처리를 압박하는 노력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3대 입법이 조용히 수면아래로 가라앉는 양상이다. '상생정치'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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