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원 연설에 이어 17대 국회 들어 두 번째로 국회를 찾은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의 '실용주의' 기조와 한나라당의 '대통령 격려편지' 등으로 인한 여야간 화해분위기를 유지하려는듯, 야당과의 화해무드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盧. "한나라당에 '선진한국' 로열티 지불하겠다"**
노 대통령은 이날 취임후 4년째 국회 본회의장 연설에서 특히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운영의 화두로 제시한 '선진한국'과 관련, "제가 선진한국을 얘기하니까 한나라당 내에서 '(우리가) 선진한국 먼저 썼다, 대통령이 표절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제가 과문해서 미처 몰랐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한나라당과 제가 우연히 생각이 일치해서 함께 사용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나라당에서 사실에 관한 증명자료를 제출하시면 검토해서 필요하다면 로열티를 제출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본회의 연설에 앞서 열린우리당 임채정, 한나라당 박근혜, 민주노동당 김혜경, 민주당 한화갑, 자민련 김학원 대표와 정세균, 김덕룡, 천영세, 이낙연 원내대표 등 5당 대표들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선진한국'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김기만 의장 공보수석에 따르면, 박 대표가 "사실 한나라당이 지난해 세미나도 열고 토론을 해서 선진한국 개념을 주장한 것인데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이 선점한 개념임을 에둘러 표현했고, 이에 노 대통령은 농담조로 "한나라당도 지금 다듬고 있는 개념으로 알고 있다"고 응수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곧 "내가 먼저 말해 죄송하다. 좋은 생각은 다 비슷해지는 것 같다. 같이 쓰면서 선진한국을 만들어나가자"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환담 말미에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선진한국 개념에 대해 한나라당이 독점을 주장하진 않겠다"며 다시 말을 꺼내자, "한나라당 정강 정책이라고 생각하시면 저에게 입당 권유를 한 번 해 보시죠"라며 화답하기도 했다.
***국회 노사모직원과 사진 찍기도**
야당들도 외형적으로 노대통령에 대해 예의를 갖추려 노력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대통령 입장시 여야 국회의원 대부분은 기립하며 대통령을 맞았다.
그러나 입장시부터 퇴장까지 노 대통령은 총 21번의 박수를 받았지만, 대부분 박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만의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한두 명의 의원들만이 극히 드물게 박수를 치는 등 박수엔 인색한 모습을 보였고 일부 의원들은 간간히 비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도 최근의 노정관계 악화 분위기를 반영하듯 거의 박수를 치지 않았다.
이같은 열린우리당의 박수는 사전에 의원총회에서 '기획(?)'된 것으로, 김동철 부대표는 의총에서 "원내대표단에서 몇 분들께 드리는 연설문의 주요 항목에 (박수) 표를 해 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퇴장할 때도 한나라당 김용갑, 권철현 의원 등 극소수 의원들을 제외하고 여야 의원 대부분은 기립해 박수를 쳤다. 노 대통령은 국회 중앙 통로에 있는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퇴장했고, 나가는 문 앞에선 의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김덕규, 박희태 두 국회부의장의 배웅을 받으며 국회 본청 문을 나서던 노 대통령은 등 뒤에서 누군가 "노짱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실 직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이 20대 여성은 자신이 "노사모 회원"이라며 동료들과 사진 찍기를 요청하자, 노 대통령은 스스럼없이 포즈를 취했다. 노 대통령은 "오랜만에 만나 보네요"라며 이들을 반겼고 "건강하시라"는 이들의 인사와 박수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며 국회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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