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투명사회협약의 기본 입장은 과거는 논의하지 말고 미래를 보자는 입장이지만, 보완이 필요하다. 조항이 추상적이고 애매할 뿐더러 최소한의 강제성도 없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이 협약의 가치를 설득하겠나."(민주노동당)
"협약에 사면을 넣지 않는 대신, 과거도 묻지 않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사회적 분위기 조성용이다.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모든 이가 쉽게 참여해 발언할 수 있게 하고 우선 출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투명사회협약추진위)
***"과거 덮어두는 건 문제" VS "현재 큰 틀 변경은 곤란"**
시민사회가 주도하고, 정치권과 재계가 참여하는 '투명사회협약'의 다음달 9일 체결을 앞두고 투명사회협약추진위원회는 23일 오후 서울 동숭동 흥사단에서 3차 회의를 갖고 막판 조율 작업을 벌였다.
이날의 주요 쟁점은 민주노동당이 제기한 보강요구. 민주노동당은 "협약의 의의에는 동감하나, 협약은 과거 부정부패를 눈감아 주고 미래의 실천은 흐지부지될 우려를 안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의 과거 청산으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한 후에야 협약이 의미 있다"며 '불법정치자금 반납 이행'과 '기업의 과거 분식 즉각 해소'를 요구했었다.
참석자들은 "민노당 지적의 합당한 부분은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협약에서의 과거 부정부패를 조사·추궁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 맞섰고, 특히 전경련과 한나라당은 "이제 와서 변경하면 곤란하다"고 반발했다.
***민변 "민노당 주장중 필요한 부분 적극 반영해야"**
김병섭 투명성포럼 대표는 "이번 협약의 기본 입장은 과거는 논의치 말자는 것인 데다, 조항도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이렇게 과거도 말 못하고 미래도 애매하면 과거를 논의하지 않고도 국민들에게 이 협약이 할 만하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겠냐"며 "최소한 협약을 안 지켰을 때의 강력한 제재수단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김 대표는 이어 "구체적인 조항이 하나마나한 선언에 그치는 것이 많고, 6조의 '대통령 사면권의 투명한 행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한다' 등은 너무 추상적이다. 또 10조의 '국회의원 윤리' 부분은 최소한 앞으로 부패사범은 공천받지 못한다 정도 규정은 있어야 의미가 있다"며 "이 협약에 대한 각당 합의가 너무 쉽게 된 것 자체가 이 협약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증거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윤기원 민변 부회장도 "민노당 주장에서 필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우리의 구체적인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며 "조항들이 추상적이여서 힘이 없다면, 실천협의회에 구체적인 권한을 줘서 이를 보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나라·전경련 "민노당 요구 비현실적"**
이에 대해 김거성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과거사 요구는 두 가지다. 과거 추궁과 그에 따른 법 집행과 사면·면책 요구다. 그러나 사면 요구는 안 담기로 하면서 과거도 거론 않고 미래만 논하자는 방향으로 정해진 것"이라며 "민노당 요구는 이 테이블이 아닌 정당이라든지 다른 단위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도 "민노당이 요구한 부분이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무슨 의미가 있나. 가급적 많은 내용이 지금 와서 흔들리질 않길 바란다"며 "불법정치자금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은 천안연수원이 끝까지 안 팔리면 사회환원을 고려하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은 전혀 준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도 "분식회계는 이미 현행법으로 2년 유예된 바 있다"며 "또 민노당이 '19조(협약체결 당사자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관여 자제) 삭제'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 협약은 경제 5단체뿐 아니라 주요 그룹과의 합의도 포함하고 있다. 이제 와서 바꾸면 정말 곤란하다"고 반발했다.
이남주 한국투명성기구 고문도 "이번 협약은 시민사회가 주도한 자리에 행정 입법 사법과 재계까지 참여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용"이라며 "시행착오도 각오하고, 모든 이가 쉽게 참여해 발언할 수 있게 만들어 일단 출범하자"고 논의를 마무리한 후, "오늘 지적된 구체적인 조항은 9일 전까지 소위원회에서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