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당원이 온전하게 주권을 행사하는 참여민주주의 정당 구축"을 다짐하며 당의장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자천타천격으로 물망에 오르던 후보들이 속속 출마를 선언하고 계파별로는 후보 단일화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전당대회를 한 달여 남겨두고 당권을 향한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유시민 "못다 이룬 정당개혁 꿈을 이루겠다" **
유 의원은 22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혁적 정책노선과 참여민주주의 정당운영 원칙을 굳세게 견지하는 당 지도부를 선출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오랜 세월 가슴에 품어온 정당개혁의 꿈을 실현하고 우리당을 백년 가는 정책정당으로 세울 수 있다"며 "이 일만큼은 그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고 믿기에 당의장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우리당 의원들이 우리당 배지를 다는 경우가 거의 없고 우리당 당원들이 우리당 홍보 스티커 다는 것을 꺼려할 정도로 당에 자부심과 확신이 없는데 어떻게 우리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갔다고 낙관하겠냐"며 "열린우리당 당원임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 당원들이 요구라고 생각해 당원에게 자부심을 주는 당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유 의원은 앞서 출마를 선언한 문희상-신기남 의원이 '실용'과 '개혁'으로 노선 경쟁을 벌이는데 대해서는 "개혁과 실용은 양자택일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개념으로 둘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의제설정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길을 갈 때 실제 가는 것은 발과 다리지만 눈이 보는 곳은 멀리 있는 목표"라며 "개혁이냐 실용이냐로 다투는 것은 발과 눈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으로 멋있게 보일지는 몰라도 잘못된 문제 설정"이라고 덧붙였다.
***단일화 불발, 예비선거가 '고비' **
논객으로, 시사토론 진행자로 유명세를 날리다 정계에 입문한 유 의원의 경쟁력은 재선답지 않은 '대중성'에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도부를 향해 독설에 가까운 쓴소리를 쏟아내며 확보한 선명한 개혁성향도 강점이다.
그러나 유 의원의 당내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구 개혁당 진영에서 일찌감치 독자출마를 선언한 김원웅 의원에 이어 김두관 전행자부장관까지 출마 의사를 접지 않아, 우선 6명의 남성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 의원도 "예선 투표결과와 본선 투표결과에 본질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지는 않지만 예선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녹녹치 않은 상황을 인정했다.
유 의원은 김 전장관과의 동반 출마에 대해 "아직 전당대회 대의원이 확정돼 있지 않아 누구의 경쟁력을 선험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고 설명하고, "3월 초쯤 대의원이 확정되면 지지동향을 살펴보고 둘 다 본선경쟁력이 있다면 둘 다 출마하겠고 한 사람이 확실히 경쟁력이 없거나 둘 다 없다고 판단되면 두 명이 다 나갈 필요는 없는 게 아니겠냐"고 밝혀 후보 단일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 의원은 특히 "나를 좋아하는 분들은 내가 당 지도부에 있든 없든 나를 지지해 주시지만 김 전장관은 영남이라는 우리당 취약 지역의 유일한 후보이고 당 차원에서도 그 지역에 최선의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김 전장관이 나보다 당 지도부에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 후보직도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유 의원은 김원웅 의원 등 유사성향 후보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당원들의 다양한 요구와 지향이 온전한 형태로 표출되게 할 수 있는 연대라면 바람직하다"며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유 의원은 그러나 "누군가를 지도부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혹은 누구를 반드시 의장으로 만들기 위해 하는 무원칙한 연대는 당원이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아, '표 계산'에 근거한 연대 가능성은 일축했다.
*** 386세대 초재선은 송영길 의원으로 후보 단일화**
한편 3,40대 초재선 그룹 모임인 '새로운모색'은 재선 송영길 의원을 단일후보로 지지키로 의견을 모았다. 출마가 거론되던 이종걸 의원은 경기도당 위원장에 도전하고, 김영춘 의원은 송 의원을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오는 24일 출마를 공식선언할 예정인 송 의원은 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386세대의 단일 후보로 당권 경쟁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송 의원과 같은 날엔 여성후보인 한명숙 의원이, 하루 전인 23일에는 친노 중진인 염동연, 재야파 수장 장영달 의원이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어, 내달 10일로 예정된 예비선거를 앞두고 당원 '표심'을 얻기 위한 후보 간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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