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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부자들이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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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부자들이 살아가는 법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39> 타워팰리스 사태를 보며

한국에서 부의 상징으로 불리는 타워팰리스 주민들의 학군배정문제로 드러난 가진 자들의 특권의식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사람들의 돈 있는 표 내기를 좋아하는 습성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

부자들이 많기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에서는 적어도 빈부계층간의 갈등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있는 티를 내려고 애쓰는 한국인들과는 다르게 아르헨티노들은 절대로 돈 있는 표를 내지 않고 오히려 있는 풍요로움도 외부에는 감추려고 애를 쓴다.

몇 년 전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한국의 한 중견기업체 사장이 필자에게 "남미의 파리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굴러다니는 차들이 왜 하나 같이 서민용 차들(X차) 뿐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아르헨티나사람들은 일을 할 때는 절대로 좋은 차를 타지 않으며 돈 있는 표시를 안 낸다"고 대답을 하자 이 분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오기가 생긴 필자가 이 분을 데리고 간 곳은 부에노스의 부촌지역 자동차 판매점이었다. 당시만해도 한국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등 3억~4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최신형 차들이 즐비한 것을 보고 "아니 이런 차들이 어떻게 여기에서 이렇게 판매가 되고 있는가"라며 벌린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내친김에 필자는 이 분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현지기업체 사장의 별장지역으로 안내를 했다. 이 별장지역은 부에노스 시내 인근에서 꽤 알려진 지역으로 그 안에 사는 주인의 허락이 없으면 누구도 안쪽으로 한발자국도 들어갈 수가 없는 사유지역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철저하게 보호되고 감추어진 지역이란 이야기다.

입구에서부터 이 분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름드리 나무로 뒤덮인 골프장, 잡풀 하나 없는 파란 잔디구장과 폴로 경기장 등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수려한 주변경관에 넋을 잃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중견기업인이 살고 있는 별장과 그 주위의 집들을 둘러보고는" 한국에서 이런 별장을 가지고 산다면 부정축재자나 탈세자로 몰려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이 분은 별장입구에 세워져 있는 차들을 보고는 "우리가 지금 별천지에 와있다"면서 "이곳이 아르헨티나 최고의 부자촌이냐"고 물었다. "부에노스주 주변에는 이런 별장지역이 수백 개에 달한다"는 필자의 설명에 "아르헨티나의 참 모습을 이곳에 와서야 보게 됐다"고 놀라워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처럼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돈이 있어도 겉으로 표시를 내지 않는다. 그냥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장소에서 있는 자들끼리 모여 표 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간다. 그리고 출근을 할 때는 예의 그 서민형 차를 타고 '나 돈 없어요'라는 사실을 보여주듯이 수수하게 서민들과 어울려 함께 생활을 하는 것이다.'없어도 있는 척, 냉수 먹고도 이를 쑤신다'는 한국인들과는 사뭇 다른 생활방식이다.

또 한가지, 만일 아르헨티나에서 타워팰리스 주민들이 보여주었던 것 같은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빈부의 차별대우 문제가 발생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못사는 지역주민들의 과격시위는 물론이고 집단적인 소송사태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의 있는 자들의 횡포에 가까운 특권의식을 보며 있어도 없는 듯 우는소리를 하며 살아가는 아르헨티나 부자들이 존경스러워 보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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