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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보> “천천히, 끈질기게 추락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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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보> “천천히, 끈질기게 추락하는 느낌”

노보 잇따라 “이래선 조선일보 미래 없다” "이미 1등 아니다"

"회사도, 기자도 자꾸 쪼그라드는 것 같다. 앞은 깜깜한데 주위에 보이는 것, 들리는 건 온통 움츠리게 하는 것뿐이다."

조선일보노동조합(위원장 방성수)이 잇따라 자사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노보에 담아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일보 구성원들은 '추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회사가 직원들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추락 이유, 외적환경보다 내적 요인에 있다"**

조선일보노조는 지난 4일자 <조선노보>에 실은 '우리는 왜 희망을 잃어가나' 제하의 머릿글에서 현재 구성원들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의 실체를 비교적 허심탄회한 문장으로 풀어나갔다.

<조선노보>는 단적으로 "최근 회사의 분위기는 갈수록 가라앉고, 침울해지고, 직원들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다"며 "그 틈새에 절망과 패배주의의 기운이 서리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예전에 없던 일"이라고 썼다.

<조선노보>는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 이유를 외부환경보다는 내부에서 찾았다.

노보는 "신문시장의 위기, 경쟁지와의 사력을 다한 경쟁, 정부와의 갈등관계, 도를 넘은 안티들의 공세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우리 경영은 신문·방송시장이 곤두박질쳤던 작년에도 흑자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해석하는 등 외부환경은 조선일보 위상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보는 그 대신"올해를 시작하면서 경영층이 처음 던진 말은 '1등 대우를 요구하기 이전에 과연 우리 기자들이 1등인지 묻고 싶다'는 것이었다"며 "(이 때문에) 회사가 직원들을 불신하기 시작했다고 느꼈고, 모두 힘이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임금동결→명예퇴직→분사·아웃소싱→퇴직금 삭감 제안' 등 일련의 시스템 변화과정 속에서 내부구성원들이 이를 '일방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이 여전히 이를 무시하자 큰 동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보는 이와 관련,"작년 11월 노조대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희망과 비전을 달라'고 했지만 경영층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 관리 시스템'이라고 했다"며 "정말 우리에게 변화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끌 시스템이 있는지, 희망을 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조선기자, "어차피 이미 1등 아니다"**

이같은 노보 주장은 최근 위기감의 근원을 '구조조정'에서 찾고 있으나, 앞서 조선노보에 실렸던 여러 글들은 위기의 원인을 보다 본질적인 곳에서 찾고 있다.

조선일보 편집국 A기자는 2월 4일자 노보 '더 젊고 더 유익한 사설을 읽고 싶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닷새치 사설 14건의 평균 제목 자수가 15.64자일 정도로 길뿐 아니라 소재 또한 정치·사회에 치중돼 계몽적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며 "눈으로 훑어보는 사설보다는 읽고 도움이 되는 사설을 읽고 싶다"고 주장했다.

B기자는 1월 27일자 노보 '독자 가르치기…독자는 불쾌하다'에서 "집사람은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경쟁이 나라를 발전시킨다고 믿고 있고, 노조가 기업 발목 잡는 것을 걱정하고, 교육 평준화에 반대하고 있지만 조선일보를 읽으면 정보를 얻기보다 세뇌당하는 느낌이고, 신문이 과거만 들춰내 기분이 나빠진다고 했다"며 "이래선 정말 조선일보에 미래가 없다"고 토로했다.

C기자는 1월20일자 노보 '위태로운 1등, 대책은 없나'에서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의 열독률 조사에서 경쟁지와의 격차가 0.3% 안팎으로 좁혀졌지만 회사는 태평하기만 하다"며 "벌써 일부 구성원들은 '어차피 이미 1등도 아니다' '10대에서 40대까지 경쟁지에 뒤진 마당에 무슨 미래가 있느냐'며 자조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간부 "위기는 복합적 산물"**

조선일보의 한 중간간부는 이와 관련, "노보는 지난해 조선일보가 흑자를 냈음에도 구조조정을 하려 해 구성원들의 반발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실상과 다른 주장"이라며 "지난해 적자 발생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지난해말 주어야 할 보너스를 연초에 주지 않고 지난해말 제때 주었다면 조선일보도 적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선일보가 느끼는 가장 큰 위기감은 이러다가 중앙일보에게 1위 자리를 내줘야 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이는 중앙일보 뒤에는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삼성그룹이 버티고 있다는 점, 또한 홍석현 회장이 주미대사가 될 정도로 노무현정부와 중앙일보 사이에 긴밀한 커넥션이 작동하면서 정권내 정보가 중앙일보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 조선일보가 네티즌 등 젊은 독자층 유인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 등의 복합적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과거에는 삼성외에 현대, 대우 등이 버티고 있어 삼성의 중앙일보 지원에 조선일보는 다른 재벌을 끌어들여 맞불을 놓을 수 있었으나, IMF사태 뒤 경쟁그룹들의 세가 기울고 삼성 독주가 시작되면서 조선일보도 가장 많은 광고를 뿌리는 삼성의 독주과 이에 편승한 중앙일보 약진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작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시대흐름을 못읽는 구시대 논객들을 정리하는 등 과감한 내부혁신이 필요하다"며 "만약 제때 이같은 조정을 못한다면 조선일보는 중앙일보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기면서 2등 신문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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