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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전설'을 향한 순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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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전설'을 향한 순례여정

김민웅의 세상읽기 <47>

이제 이 산만 넘으면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고 여기지만, 그 산에 가려 있던 또 다른 산이 우뚝 서있거나 아니면 예기치 않던 깊은 강이 시퍼렇게 흐르고 있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그걸 미리 다 알고 떠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미처 알지 못하고 그리로 발걸음을, 어찌 보면 무모하고 아니면 무작정이다시피 옮기는 것이 우리의 숨길 수 없는 진실입니다.

길을 한번 정하는 것은 사실 그 길과 이어지는 온갖 것들과의 만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방향을 정해 가면 애초에 세웠던 계획대로의 여정이 해결되는 그런 경로가 아닙니다. 무엇과 직면하게 될 것인지도 알 수 없고 본래 가려 했던 길과는 전혀 엉뚱한 쪽으로 빠져들다가 아예 그리로 가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건 미지(未知)의 숲 속을 헤매는 아이처럼 되는 과정이기도 한데, 우연히 마주친 나그네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와 함께 뜻하지 않던 동행자가 되기도 하고 꽃향기에 취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까맣게 잊고 그 자리에 그만 잠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또는 본래 세웠던 여정을 미련 없이 취소하고 그 숲 속에 집을 짓고 살기로 작정해버리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생이란 어떤 정해진 정형(定形)이란 없는 법인가 봅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원칙을 세울 수는 있겠지만 가다 보면 꼭 그런 원칙들을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고 또 적용해봐야 의미도 없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게 되는 까닭의 근본은, 선택한 길에 대한 사전 이해와 지식이 충분치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정작 자신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산을 타고 오르는 것은 힘든 일이지 라고 그런 쪽으로는 지레 마음을 접고 있던 이가, 막상은 가파른 경사로를 기쁘게 오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해가 뉘엿뉘엿 붉은 그림자를 황토 위에 드리울 때 평소에 상상했던 쓸쓸함보다는 도리어 하루의 감사를 느끼며 새로운 열정을 다지는 스스로를 만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는 우리가 길을 가면서 우리 자신도 점차 변화해가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건, 중도에서 만나는 숱한 사연과 경험들이 우리를 이루어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머리 속으로 규정하고 있는 자신이라는 것도 사실은 이미 그 생각의 범위를 넘어서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해나가고 있는 것임을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겠지요.

그런데, 그 변화가 그저 가다가 부딪히는 일들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면 그건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살다보니 이리 되었어 하는 식이 되는 것은 아마도 의미 있는 변화라기보다는, 변질 내지는 상실에 가까운 지점에 서 있는 존재가 되는 슬픔의 고백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브라질의 세계적 작가 파올로 코엘로가 쓴 <알키미스트>, 우리나라에서는 “연금술사”로 번역된 작품의 주인공 소년 산티아고는 본래 신학도로 출발했으나 세상을 알고자 목동이 되어 사방천지를 다니게 됩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이름 모를 어느 현자와의 만남을 통해 깊은 충격을 받고 새로운 길을 떠나게 되는데 그건 사실 한마디로 “자신의 전설”(Personal Legend)을 향한 순례의 여정이었습니다.

인류는 오래 전 황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연금술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마술적 기술로 부자가 되려는 꿈의 치열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손으로 황금을 제조해보려는 작업은 좌절을 거듭했고 결국 실패로 판정이 납니다. 정작 필요한 연금술은 자신의 자아, 자신의 영혼을 그 어떤 세월의 풍파 앞에서도 녹슬지 않는 황금으로 만들어 내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인류가 목표로 삼아야 할 새로운 진화입니다.

소년 산티아고의 여정은 여러 예기치 않은 일을 겪으면서 본래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소년은 “자신의 전설”을 향한 꿈은 그 어떤 경우에라도 잊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언제나 새로운 마음으로 현실을 이겨냅니다. 그것은 그가 어떤 도전과 좌절 앞에서도 주저앉지 않게 하고, 스스로를 빛나는 존재로 진화시키는 연금의 과정을 겪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길을 떠나되, 그것이 내 안에 있는 “자신의 전설”을 찾아가는 여정임을 망각하지 않는 이는 행복할 것입니다. 그건, 내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 안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그리하여 나와 만나는 모든 이들이 그 비밀이 보여주는 풍경에 취해 행복해하는 그런 기쁨, 주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우리 인생은 축복된 것입니까? 오늘 우리 그 전설의 길을 선뜻 떠나는 이들이 되어보지 않으시렵니까? 아마도 놀라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이 글은 김민웅 박사가 교육방송 EBS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김민웅의 월드 센타"(오후 4시-6시/www.ebs.co.kr )에서 하는 5분 칼럼을 프레시안과 동시로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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