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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의원, 대학동기 유홍준 청장에게 '공개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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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의원, 대학동기 유홍준 청장에게 '공개서한'

"중앙청 허문 YS도 광화문 현판은 그대로 뒀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필적인 '광화문' 한글 현판을 정조 글씨로 교체하겠다는 문화재청의 방침에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던 김형오 의원(부산 영도)이 27일 유홍준 문화재청장에게 "현판을 교체하지 말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유 청장은 한나라당 등에서 정치적 의도가 잇따르자 전날인 26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황당하다"면서 각종 의혹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강행의지를 재천명했다.

***"광화문 현판 내리는 것 납득하기 어렵다"**

유 청장과 서울대학교 67학번 동기이기도 한 김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공개서한을 통해 "자랑스런 대학동창에게 이렇게 긴 글을 보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편하게 '자네'라고 부르고 싶지만 오늘은 개인적 관계를 넘어서 공적 영역의 얘기를 하고 싶어 '유청장'이라고 부르겠다"고 우선 친근감을 강조했다.

그는 "유청장, 정말 다가오는 광복절 날 '광화문' 현판을 교체하려고 하는가"라며 "왜 하필 이때냐고 국민들은 많은 의문을 표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화문을 새로 축조한 것도 아니고 원형대로 복구한 것도 아닌데 유독 현판을 왜 바꾸려하는지 국민들은 선뜻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 대로중앙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는 광화문 현판을 갑작스럽게 바꿔치기 하려는 의도에 대해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왜 하필 정조글씨인가. 그것도 정조의 글씨를 집자해서 '억지 현판'을 걸겠다는 발상은 별로 문화스럽지 못하다"며 "물론 유청장이 노대통령을 정조로 비유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일부의 주장에 저는 동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해보면 '광화문'의 한글 현판은 당시로서 매우 파격적이고 혁명적이었다"며 "그런데 이것을 원상복구 현판도 아닌 정조의 글씨로 집자해서 '가짜현판'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위험천만한 반역사적 발상이 아닌지 두렵기조차 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름대로 그 현판에는 그 시대의 정신과 아픔이 녹아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과거의 형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역사의 회복은 아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청을 허문 YS도 광화문 현판은 그대로 뒀다"**

그는 "그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현판이든,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현판이든 그 글씨가 누구의 것이든 '광화문' 현판은 현재의 광화문 건물의 중건과 함께 버젓이 걸렸고 30년 이상 광화문 사거리에서 서울의 문패 역할을 해왔다"며 광화문 현판의 역사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93년 김영삼 전대통령이 중앙청을 허물겠다고 했을 때 나는 비록 여당의원이었지만 공개적으로 안된다고 주장했었다"며 "중앙청이 일제시대의 착취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또한 광복의 상징이요,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역사적 현장이자 6·25전쟁 중 서울 수복의 감격이 서린 건물이기 때문"이라고 지난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건물은 깡그리 없어졌다"면서 "그러나 그때도 '광화문' 현판은 그대로 두었다. 군정종식을 외쳤던 YS조차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중심대로의 현판은 살려두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청장, 이제 냉정히 우리 역사를 지켜주셔야 한다"며 "잘한 것은 잘한대로, 못한 것은 못한 대로 평가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어떠한 경우라도 승자에 의한 역사파괴는 막아야 한다"며 "우리가 역사를 사랑하지 못하고 존경하지 못하는 것도 결국 승자에 의한 역사왜곡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여권의 과거사 진상 규명을 비판했다.

그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과거사 문제는 정치권의 회오리일 수 있다"며 "그러나 문화재 관리는 현재의 정치적 이슈에서 한발 물러나 역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는 고고한 작업이라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유홍준 "노 대통령에서 '정조를 배워라'고 했었다"**

한편 광화문 현판 교체와 관련해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 언론 등에서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자 유홍준 청장은 26일 KBS라디오프로그램인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황당하다"며 "나 자신은 대한민국 문화재청의 청장일 따름이고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일 따름이다. 그 이상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97년 경복궁 복원계획에 이미 포함돼 있었고, 1년반전에 공청회 등을 통해서도 기정사실화 된 것"이라며 "다만 사안이 정치적인 것과 결부될까봐 미뤄왔던 것을 광복 60주년 행사를 경복궁에서 하게 돼 이번 기회에 교체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것"이라고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노 대통령이 정조를 닮았다'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솔직히 노 대통령에게 '정조를 배우라'고 했다"며 "개혁을 가장 부르짖다가 좌절했던 대표적인 군주가 정조인데, 역사적인 선조로부터 역사속에서 배우라고 우회적으로 이야기 한것이지, 내가 뭣 때문에 대통령에게 아부하듯이 그렇게 얘기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정조의 필적으로 교체한다는 것과 관련, "결정된 것이 아니다"며 "임금의 글씨로 할지, 조선시대 명필의 글씨로 할지, 현역 대가 서예가의 글씨로 할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추사 김정희에 관한 책을 쓴 적이 있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서예가의 글씨로 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쓸까봐 말을 못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 청장은 청장이 되기 전 3권짜리의 '추사 김정희의 삶과 예술로서의 완당평전'을 집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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