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사상최악의 광고 불황으로 신문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부산·경남지역에서 부산일보와 더불어 대표적인 지역신문으로 자리매김해온 국제신문(사장 노기태)에서 언론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금유용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언론계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자금 담당 K모 씨, 78억원 횡령 혐의로 구속**
부산 동래경찰서는 지난 1일 국제신문 총무국 간부 K모씨를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사건을 부산지검으로 송치했다.
14일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K씨는 회사 명의로 돼 있던 통장에서 모두 78억여원을 빼내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신문 관계자들은 “관련 통장에는 모두 7백억여원의 돈이 들어 있었다”며 “이는 신문사 공장을 짓기 위해 예전부터 모아온 자금이었다”고 설명했다.
국제신문의 자본금은 지난 2003년 말 현재 1백25억여원이며, 같은 시기 총매출액은 3백억여원이었다. 따라서 K씨의 횡령 규모는 회사 연간 매출액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측의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으나 K씨가 지난해 12월 31일 자진 출두해옴에 따라 1월 1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친 뒤 검찰에 송치했다”며 “지금까지는 K씨의 단독범행인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놨다. 김해창 전국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 위원장은 “K씨에 대한 고발은 회사가 아니라 노조 명의로 했던 것”이라며 “K씨 또한 자진 출두한 것이 아니라 노조가 경찰에 넘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신문은 지난 47년 9월 <산업신문>으로 출발해 50년 <국제신보>로 제호를 변경했다가 77년 회사명을 다시 현재의 제호로 변경했다. 국제신문은 신군부가 들어섰던 80년 11월부터 89년 2월까지 폐간된 바 있다.
이후 복간된 국제신문은 90년 5월 롯데그룹이 경영에 뛰어들면서 비약적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으나, IMF사태직후인 99년 9월 결국 제2창간 선언과 함께 롯데그룹에서 분리돼 독자 경영체제를 구축해 왔다. 이에 앞서 64년에는 럭키그룹(현 LG그룹)이 경영에 참여한 바 있다.
***검찰 수사 통해 횡령 금액 더욱 늘어날 듯**
지역 언론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측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횡령 금액이 알려진 것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따라서 과연 K씨가 단독으로 이같은 엄청난 규모의 금액을 횡령할 수 있었을 지에 대해서도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지역 언론계의 한 관계자는 “K씨가 만약 단독으로 이같은 횡령을 저질렀다면 그동안 어떤 형식으로든 도피하려 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로 석연치 않은 구석을 남기고 있다”며 “검찰이 공범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지역 언론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국제신문에서 대대적 문책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본금 규모에 육박하는 돈이 횡령될 정도로 어리숙한 회계-감사 시스템도 전면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측 “대부분 회수 가능”, 지역 언론계엔 ‘보도자제’ 요청**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제신문은 <프레시안>의 확인 요청 등에 대해 ‘모로쇠’로 일관했다. 회사 일부 간부들은 13일까지만 해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일이 없다” “내가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 등의 말로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14일 기사 발행 전 마지막 확인요청에서는 비로소 사실관계를 시인한 뒤 “재산가압류 등을 해놓았기 때문에 대부분 회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금을 횡령한 K씨 또한 제3자에 의해 관련 이 돈을 사기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회수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국제신문은 사건 발생 직후 지역 언론계에 “횡령 금액의 회수와 혹시 모르는 관련자들의 색출을 위해 도와 달라”며 ‘보도자제’를 요청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관련 사실을 보름 가까이 보도하지 않고 있다.
한 신문사 기자는 이와 관련,“국제신문이 오랜 노사 대립 끝에 롯데그룹 출신의 이종덕 사장이 물러나고 부산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노기태 씨가 지난 4일 사장에 취임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찬 물을 끼얹을 수는 없는 일 이었다”며 “하지만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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