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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본 정몽준 축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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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본 정몽준 축구협회장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35>

지금 한국에서는 축구협회장 자리를 놓고 축구 재야인사들과 협회와의 정면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현 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준 회장은 12년 장기집권을 할 만큼 국제축구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일까.

필자가 정몽준 회장을 처음 본 건 지난 2001년 7월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됐던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장에서였다. 당시 정 회장은 FIFA 조직위 부위원장 자격으로 아르헨티나를 방문했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조직위 부위원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막식과 폐막식에 참석하지 않은 유일한 FIFA 간부가 되었다.

필자는 당시 현지 언론계 집행위원으로서 해외, 특별히 동양에서 온 기자들 편의를 보아주는 역할을 맡아 축구장과 국제축구연맹총회장에 제한 없이 출입하는 입장이었다.

필자가 현장에서 보기에는 정 회장은 한국언론이 평가하는 것처럼 FIFA내에서 그렇게 대접을 받고 있지 않아 보였다. 우선 경기장내에서의 자리배치에서부터 정 회장은 당시 특별 초청자들인 플라티니 선수나 펠레, 마라도나에 비해서도 푸대접을 받았다. 당시 주경기장이었던 벨리스 사스필드 경기장 귀빈석 첫 번째줄과 두 번째 어디에도 정 회장의 명패는 없었다. 나중에 FIFA 언론담당관 옆에 자리하고 있는 정회장을 발견하고 필자는 국제축구연맹의 부회장이 명패도 없이 뒤쪽에 자리잡고 구경을 해야 하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 당시 한국언론들은 국제축구연맹 회장자리를 놓고 정 회장이 유력한 후보라고 연일 대서특필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것을 의식해서일까 정회장은 공항에서 만난 필자를 보고 “블래터 회장이 아르헨티나에 와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었느냐”고 물었다. “보도자료만을 돌리고 아직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는 필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다면 아르헨 주재 외신기자회견을 주선해 줄 수 있느냐”고 필자에게 부탁을 했다.

다음날 필자의 주선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쉐라톤 호텔에서 AP,로이터,ESPN 등 세계유수 언론사 들과 아르헨 국내 유력일간지 및 TV들과 아르헨 주재 외신 기자협회 상임이사회 초청형식을 빌린 간담회가 이루어졌다.

한국에서는 정 회장이 미국유학파로 유창한 외국어실력을 자랑한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당시 기자회견장에서의 정회장은 FIFA를 이끌 정도의 외국어실력은 아니라는 기자들의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조셉 블래터 회장을 대해 본 아르헨 기자들은 정 회장의 영어실력에 국제축구연맹회장으로서의 자격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FIFA 총회장에서도 정 회장의 좌석배치는 대륙별로 배정된 부회장 자리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나마 발언권도 없는 부회장일 뿐이었다. 다만 그날 밤 정 회장이 주최한 만찬석상에서만은 정 회장의 입지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자리었다. 그 만찬 역시 아시아지역 축구관련인사들만이 모인 그런 자리었다. 만찬장에서 만난 스위스주재 프랑스 스포츠 신문의 한 기자는 “한국의 정 회장이 FIFA회장 출마설이 있는데 스위스 현지기자들은 이를 어떻게 보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정 회장이 한국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이 FIFA회장에 출마하는 것보다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당시 한국언론들의 보도와는 사뭇 다른 평가였다. 하여튼 이 만찬이 끝난 바로 다음날 정회장은 결승전 참관도 하지 않고 바로 출국을 해버렸다.

이를 두고 현지에서는 국제축구연맹의 블래터 회장과의 불화설이 퍼지기도 했었다. 필자 눈에는 당시 총회장은 국제 외교무대를 뺨칠 만큼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국제사회에서 축구약소국으로서의 무시를 당하더라도 자신의 자존심을 꺾고 능수능란한 외교전을 펼칠 수 있는 한국의 축구협회장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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