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전서울대총장이 교육부총리 임명 등, 4일 노무현 대통령이 실시한 6개 부처 개각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국민의 존경과 신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혹평했다. 열린우리당에서도 "잘된 인사"라는 공식 논평과는 별도로 일부 개혁파 의원 가운데선 "이번 인사가 과연 참여정부 인사 원칙에 맞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정봉주 "이기준 교육부총리 기용은 '인사오류'" **
열린우리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신임장관들은 참여정부 2기의 '일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목표에 적합한 인물들"이라며 이번 개각을 높이 평가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신임장관들은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일 뿐 아니라 관련분야 업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모두 최선을 다해 경제와 민생을 살피는데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병영 교육부총리 후임으로 이기준 전서울대 총장이 내정된 데 대해, 개혁성향의 열린우리당 소속 교육위 위원들은 "인물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이인영), "직접적으로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유기홍)라고 언급을 삼가한 반면, 정봉주 의원은 "교육 철학적 차원에서도, 참여정부의 인사 원칙에 비춰 봐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인사의 오류"라며 비난했다.
정 의원은 "이 내정자는 서울대 총장 시절 개혁을 빌미로 돈 되는 학문에만 투자했다는 비판을 샀고 이공계 기피 현상을 부채질 했으며 독단적 리더십으로 학생들과 교수 등 대학 구성원들로부터 총체적 불신을 샀던 사람"이라고 맹성토한 뒤, "도덕성을 우선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중시하는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인사를 내정한 이유를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에서 교육 정책으로 대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이고 있는데 여권에서는 작년에 사립학교법 개정에도 실패하더니 개혁성향을 분명히 해야 할 새해 들어서는 정책성향도 불문명하고 불명예 퇴진한 인사나 갖다 넣고 있다"며 "교육 철학 면에서는 참여정부의 교육 정책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교육부총리 개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나라 "지도자의 통치 철학이 없다"**
한나라당은 이기준 전총장의 과거 자질시비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국민의 신망을 받기 어려운 개각", "교육행정가로서의 능력이 떨어진다"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인사들이 입각한 것을 두고선 "낙선보상용"이라며 좀 더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개각은 지도자의 통치 철학이 담겨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히고 "노 대통령은 집권 2년에 대한 반성과 교훈 속에서 국정쇄신의 의미로 개각을 했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라며 "전문가들이나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들어가지 않았다. 국민들의 기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혹평했다.
김 총장은 열린우리당 박홍수 의원이 농림부장관에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대행이 해수부장관에 임명된 것과 관련해 "정치인 출신이 여전히 내각에 남아있는데, 이번에도 전문성이 없는 정치인 출신이 기용됐다"라며 "정책의 문제가 정치의 문제로 가면 국민통합은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경제라인과 안보 및 체제불안을 일으킨 외교라인을 교체해야 하는데 애매한 곳만 (개각을) 했다"면서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에 대해서도 "교육전문가는 아니다. 교육행정가로서 교육행정을 잘 아는 사람도 아니고 큰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한나라 "이번 개각은 희생양 개각"**
전여옥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농민반발을 달래기 위해' 농림부장관을 갈았고 '불만이 가득해' 교육부총리를 바꿨고 '적당한 장관임기인 2년이 다돼서' 경질했다"며 "이번 개각은 '희생양 개각'"이라고 맹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고락을 같이 하고 나가는 장관들에게 '아이디어를 써먹을 만큼 써먹었고 열정도 식었고 매너리즘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한 말씀 한 것은 '박덕'의 표상이고 함께 일한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노 대통령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전 대변인은 "지난 2년의 민생파탄은 내각의 수장인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 분명한데도 만만한 장관들을 교체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라며 "정작 교체가 시급한 경제, 외교, 안보라인은 무슨 이유인지 면죄부를 주었다"라고 국정쇄신용 전면개각을 주장했다.
특히 전 대변인은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해수부장관에 임명한 것과 관련해 "새로 장관자리에 앉힌 사람들도 제대로 일할 사람을 찾았기 보다는 낙선보상용 등 나눠먹기식 인사에 불과하다"라고 혹평했다.
전 대변인은 "지금은 새 얼굴들도 기쁨으로 들떠 있겠지만 '시한부 장관 생명 2년'이 지나거나 혹은 '반발'내지 '불만' 무마용으로 노 대통령의 뜻대로 '임의처분'될 것"이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민노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전면화하려나"**
민주노동당은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의 자질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맹비난했고, 농림부장관의 교체에 대해서도 "농심달래기용 인사"라고 비꼬았다.
홍승하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기준 전서울대 총장은 LG화학(주)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대학교수의 사외이사 겸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서울대 총장으로서 과다한 판공비, 호화로운 총장실 운영으로 총장직을 사직하게 된 이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홍 대변인은 "더욱이 그의 '경쟁위주'교육관은 당시 서울대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협의회에서도 공식적으로 사퇴요구서를 제출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라며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전면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홍 대변인은 농림부 장관의 교체에 대해서도 "쌀개방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평가하고 농정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농심달래기'용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비꼬았다.
홍 대변인은 "그 외 인사에 대해서도 부처별 뚜렷한 변화를 기대할만한 인사가 아니라 여당과의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라며 "이번 개각은 정부의 혁신을 도모하거나 민생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의 매너리즘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거나 오히려 후퇴한 것이어서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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