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재단 이사회가 박기정 현 이사장을 재단이사장으로 재선출한 것과 관련해 법률상 원천무효 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종 임명권을 가진 문화관광부는 전일에 이어 24일에도 "이번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언론인권센터 "대법판례에 따라 위임선출은 무효"**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이사장 이장희)는 2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재단법인 한국언론재단은 23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현 이사장을 재선임키로 의결했으나 이는 법률상 무효"라고 주장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날 임시이사회는 위임 이사 2명을 포함해 모두 12명의 이사가 참석해 현 이사장을 재선임했으나 재단법인 이사의 의결권은 이를 타인에게 위임하거나 대리의결을 행사케 할 수 없다"며 "이는 대법원 판례에도 나와 있고, 더군다나 언론재단의 정관상에도 이사의 의결권을 타인에게 위임하거나 대리행사케 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법원의 지난 57년 3월 판결(선고4290행상9호)과 82년 7월 판결(선고80다2441호)은 "이사회는 주주총회의 경우와는 달리 원칙적으로 이사 자신이 직접 출석해 결의에 참가해야 하며, 대리인에 의한 출석은 인정되지 않고, 따라서 이사가 타인에게 출석과 의결권을 위임할 수도 없는 것이니 이에 위배된 이사회의 결의는 무효이며, 그 무효임을 주장하는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돼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이에 따라 언론재단 이사회는 무효인 임시이사회 의결을 즉각 취소하고 새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언론발전과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대적 사명에 부응할 수 있는 참신한 인물들로 임원을 선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시이사회에는 비상임이사진 가운데 홍석현(중앙일보 회장) 한국신문협회장과 이긍희(MBC 사장) 한국방송협회장이 각각 개인사정을 들어 선출권을 위임한 바 있다.
***박기정 이사장, 안팎으로 '진퇴양난'**
박 이사장의 재선임과 관련해 언론재단 안팎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박 이사장이 재선임 뒤 이사로 지명했던 고영재(현 한겨레 논설위원) 연구이사 지명자와 이춘발(한국신문방송인클럽 감사) 지역신문기금 관리이사 지명자마저 "사전 논의 없이 이름을 거명한 것은 매우 불쾌한 행위"라며 수락 거부의사를 밝혀 박 이사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전국언론노조 한국언론재단지부(위원장 정민)는 23일 성명에서 "구성원들은 재단 신임 이사진의 선임과 관련해 3개 기관 통합 전후부터 현재까지 경영을 책임졌던 인사들의 재선임을 반대해왔지만 이사회는 이같은 우리의 주장을 철저히 무시했다"며 "우리는 재단 조직의 발전과 위상 정립 등에는 관심이 없고 자리에만 연연하는 이들의 모습에 환멸감을 느끼며, 박 이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도 24일 성명에서 "언론노조는 그동안 언론재단이 원래의 목적에 맞게 언론지원사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조직과 행태를 바로잡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여러 차례 촉구한 바 있지만 박 이사장을 비롯한 현 이사진은 재임 3년 동안 언론발전은커녕 재단의 발전을 위한 어떤 개혁작업도 방기해 왔다"며 "따라서 박 이사장을 비롯한 현 이사 전원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관광부는 24일에도 박 이사장의 재선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미디어산업진흥과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공공법인으로서의 특성이 강한 언론재단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러한 법인의 기관장을 연임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지 않을뿐더러 참여정부 아래에서도 아직까지 그러한 예가 없다"며 "더군다나 박 이사장은 재임 기간 특별한 실적이 없었고, 안팎의 조직개혁 요구에도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적임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언론인권센터가 제기한 법적 하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면밀히 검토중에 있지만 아직 언론재단이 정식으로 이사장 임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지 않은 관계로 지금은 구체적인 답변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다만 박 이사장이 그 전에 스스로의 거취에 대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로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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