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20일 대야협상의 전권을 천정배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 위임하고, 이에 한나라당은 '당대표-원내대표 4자 대표회담' 제안을 수용해 10여일간 계속된 국회 파행사태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우리 "천정배에게 전권 위임"**
열린우리당은 이날 3시간여의 의원총회를 통해, "4대 개혁법안의 연내처리를 촉구하고 협상에 나설 원내대표단에 '전권'을 위임키로 했다"고 박영선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전권'의 한계와 범위에 대해서는 "상식선에서 생각해 봤을 때 '국보법 폐지후 형법 보완'이라는 당론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시민단체 등의 '야합'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연내처리를 전제로 한 전권은 아니다"라고 덧붙여, 지도부가 '처리시기'를 갖고 협상에 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전권을 위임받은 천 대표는 "전력을 다해 끝장 토론하고 합의가 안 될 경우에는 왜 안됐는지까지 명백히 밝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 '4자회담' 수용**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열린우리당의 4자회담 수용 여부를 "열린우리당의 의원총회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던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의원총회에서 천정배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 대야협상의 전권을 위임한데 대해 환영의 의사를 밝히고, 4자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긴급히 열린 원내대책회의 브리핑을 통해, "열린우리당이 모처럼 지도부에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만큼 대화와 타협의 정신으로 4자회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라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의 4자회담 제안을 박근혜 대표의 '4대법안 합의처리 약속'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하며 "지도부에서 협상력을 갖고 대화로 이 정국을 푸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는 것이 회의에서 모아진 의견"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표도 "국민들은 여야 불문하고 양보와 타협, 희생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전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21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첫 4자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우리당 20여명, "4대법 연내처리 위해 국회서 2백40시간 회의"**
일단 대표회담은 성사됐지만 4대법 처리에 대한 양당 강경파의 입장이 워낙 확고해 협상단이 얼마만큼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한 예로 우원식 의원 등 재야파를 중심으로 한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남은 임시국회 열흘 동안 국회에서 2백40시간 동안 연속으로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말이 회의지, '사실상의 농성'을 통해 밤낮으로 회의장을 지키며 자신들이 주장하는 4대입법 연내처리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우원식 의원은 연속 의총의 이유를 "'4대법 연내 처리'라는 우리의 입장을 협상과정에서도 강하게 세워주길 지도부에 촉구하고, 한나라당과의 합의를 강조하고 있는 김원기 국회의장에게도 명분을 줘 국보법 폐지안 등의 직권상정을 가능토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혀 사실상 2백40시간 의총이 지도부 '압박용' 카드임을 시인했다.
재야파 좌장격인 장영달 의원도 "국보법은 민주주의를 가로 막고 민주 협력, 평화통일을 위한 모든 길을 가로막는 천하의 악법인 만큼 내년까지 끌고 갈 이유가 없다"며 지도부에 '연내처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국보법 폐지안의 상정을 저지하기 위한 법사위 점거농성을 14일째 이어가고 있는 한나라당 내 강경론도 여전히 비등하다.
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원내대책회의에서 4자회담 수용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라고 밝혀 당내 일각의 강경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희태 국회부의장은 "이처럼 격식이 맞지 않는 이상한 형식의 회담은 처음"이라며 "박근혜 대표를 계속 참여시키려는 의도도 의아스럽다"라고 불참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같은 여야 내부 일각의 강경기류에도 불구하고, 양당 지도부는 국회파행 사태를 무기한 끌고갈 수는 없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 21일 회의에서 어떤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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