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수화 움직임이 두드러졌던 문화일보가 최근 김광원 논설위원을 사규 위반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측이 내세운 이유는 '사규 위반'이나, 김 위원은 '보수 회귀화'의 일환에 따른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김 위원 사규 위반" 인사위 회부**
문화일보는 지난 17일 오전 논설실장 주재로 내부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광원 논설위원의 사규 위반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사측이 내세운 이유는 김 위원이 회사의 사전동의를 얻지 않고 비판적 논조의 언론비평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의 객원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점.
사측은 "김 위원은 지난 2003년 7월부터 <미디어오늘>의 객원칼럼리스트라는 직함으로 해당 언론사의 온라인상에 글을 기고해 오면서 회사측에는 애초 활동 시점을 2003년 12월 31일까지로 신고했었으나 최근까지도 허락 없이 해당 언론사에 글을 기고하는 등 사규를 위반한 사실이 있다"며 "더군다나 신고 당시에는 온라인상에만 글을 쓴다고 했으나 오프라인인 주간 <미디어오늘>에도 김 위원의 글이 실리고 있는 점 또한 사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일보의 '대외활동규정'에는 회사 임·직원이 다른 언론사 또는 단체의 상임직으로 겸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비상임 겸직이나 다른매체의 기고 등에 대해서는 허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지 또는 이에 준하는 사항의 경우에는 자율에 맡기고 있다.
***김 위원 "정치적 목적의 징계 움직임" 반박**
이에 대해 김광원 논설위원은 이같은 징계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일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은 △허가기간의 만료여부를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당시 허가서에 '온라인 매주 1회'로 신고한 것은 편의상 기재 내용으로, 오프라인 게재여부는 윤구 당시 논설주간에게 구두로 신고했고 △사실상 언론비평전문지인 <미디어오늘>에 글을 기고하는 것은 관련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는 사안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의원은 17일 인사위원회에 출석해서 "신고기간이 끝났다고 하나 회사측 또한 올해 11월말까지 1년여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던 것은 '묵시적 추인'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럼에도 느닷없이 이를 문제 삼으며 인사위원회까지 연 것은 단순히 대외활동 자체를 다루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문화일보는 창간 이후 견지해왔던 불편부당과 진취적 제작 방향이 이병규 현 사장의 취임 이후 일방적 관점을 지향하는 제작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따라서)이번 인사위원회 개최는 기자들의 '내적 언론자유와 자율활동'을 통제하기 위한 매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진행돼온 일련의 사태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또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이 사장의 무리한 제작관여와 통제강화는 이미 사내 공정보도위원회와 기자협회 지회 여론조사를 통해 지적됐고 △심지어 이재용 화백의 만평이나 칼럼 등이 사설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게재거부됐으며 △본인 또한 올해 5월 시론을 쓰면서 사장의 지시로 제목과 글의 서두, 그리고 결론이 수정되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이날 "본인은 여전히 문화일보의 전통을 지키는 큰 틀 안에서 기자들의 자율적이고 활발한 대외활동이 문화일보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은 신념에 따라 <미디어오늘>에 계속 글을 기고하겠다"고 맞섰다.
김 위원은 인사위 소집에 강력반발하며 징계수위의 결정 이전에 전·현직 사장과 논설실장(주간) 등을 인사위원회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 위원은 지난 76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92년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96년 문화일보로 자리를 옮겨 국제·사회부장, 편집국 부국장 등을 지냈다.
***일부 구성원 "지나치다" 반발 조짐**
언론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동문'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보수논조가 강화되고 있는 문화일보 내부에서 정체성과 관련한 본격적인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병규 <미디어오늘> 논설위원은 "김 위원이 그동안 회사입장이 투영되는 사설에 대해서는 어떠한 분란도 일으키지 않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인사위 회부 건은 외부기고를 통해 다른 시각을 보여온 논설위원을 속박하고, 나아가 기자들 전체를 통제하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더군다나 언론인들의 소통과 담론이 담기는 전문지 기고 글을 꼬투리 삼는 것은 명백한 의도적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일보 일부 기자들도 사측 움직임을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회사측은 김 위원의 인사위 회부와 궤를 같이 해 최근 편집국 부장단회의를 통해서도 기자들의 대외활동에 대해 철저히 사전 보고와 허가를 받도록 지시한 바 있다"며 "이를 두고 기자들은 회사측이 잇따른 만평 누락 사건과 이에 따른 외부 언론의 비평을 의식해 사내 언로를 통제하려 드는 것으로 해석하는 눈길이 많다"고 전했다.
또다른 한 기자는 "올해 3월부터 문화일보를 이끌게 된 경영진 입장에서는 이같은 조치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사내 헤게모니를 확실히 쥘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겠지만 사실 구성원들이 '조동문' 소리까지 들어가며 경영진의 입장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앞길이 보이지 않는 현 신문시장의 어려움을 감안한 것"이라며 "하지만 경영진은 시간이 흘러 구성원들이 사내통제와 자기검열에 염증을 느끼게 되면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분노로 표출될 수도 있음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