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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덕에 엄마 · 아빠도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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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덕에 엄마 · 아빠도 달라졌어요"

[공교육의 새 활로, '혁신학교'·③] "친구들과, 선생님과 소통하며 공부하는 즐거움"

'혁신학교'는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학교다.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취지다.

혁신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 중심'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교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입되던 강의식 교육이 아닌 교사와 학생 간 상호협력을 통해 수업이 진행된다. 토론과 프로젝트 수업, 모둠 수업 등이 그것이다.

혁신학교는 기본적으로 교장과 교사에게 학교 운영 및 교과 과정의 자율권을 부여해 교육 주체의 자발성을 통한 다양화·특성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위로부터 내려오던 교육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혁신학교 시행 1년, 변화의 바람이 곳곳에서 불고 있다. 강남 학부모가 다른 지역 혁신학교 입학을 위해 줄을 서고, 혁신학교 인근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등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마을 공동체 역시 되살아나고 있다. 현재 서울에만 60여 개의 혁신학교가 운영 또는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프레시안>은 두 차례에 걸쳐 우리 교육 현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직접 들여다봤다. 이번에는 혁신학교를 경험한 '학생-학부모-교사'의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

[공교육의 새 활로, '혁신학교']

- 학교 수업시간에 맨유를 수학적으로 분석한다고?
- "1년에 방학이 4번인 학교, 가능합니다"

시대가 뭐든 '혁신'이라는 단어가 이슈가 될 때 학교에도 '혁신'이라는 바람이 일어났다. 우리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혁신'이란 정확한 사전적 의미를 알고 싶었다. '혁신', 그것은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변화한다'는 뜻이다. '과연 우리 학교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나 역시도 기대와 염려가 교차했었다. 선생님들은 학교가 어떻게 바뀔 것이라는 말씀도 많이 해 주셨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가 변화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렇게 2011학년, 혁신학교가 시작됐다. 학교는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교실이 교과교실제로 바뀌었고 수업은 모둠으로 구성된 토론형식으로 변한 것이다. 이러한 수업 방식은 기존 방식과는 달리 선생님과 우리들 사이에 많은 소통의 시간을 부여했다. 처음 토론수업 때는 다소 소란스러운 면은 있지만 이 방식은 이내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과 소통하며 공부하는'이란 즐거움이 되었다.

▲ 우리의 생각을 키워주는 수업-다른 학교 선생님들도 수업을 보러 오심. ⓒ허정빈

학생 전용 휴게 공간 '홈베이스'라고 들어봤나?

다음으로 '신나는 수요일'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기존 학교에서 배웠던 특별활동을 대신하는 교육활동으로서 1학년은 미술 영역, 2학년은 음악 영역, 3학년은 체육 영역에 관한 여러 종목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1학년에는 애니메이션, 도자기 등을, 2학년은 색소폰, 관악 앙상블 등의 여러 가지 악기를 배울 수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덕분에 한 친구는 작년 한 해 동안 가야금을 배웠는데, 흥미를 느껴 지금은 방과후학교를 통해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다. 가을에는 '솔마당 큰잔치'를 통해 그동안의 배운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 솔마당 축제-오카리나 반 친구들 ⓒ허정빈

▲ 솔마당 축제- 가야금 반 친구들 ⓒ허정빈

▲ 솔마당 축제-관악 앙상블 반 친구들 ⓒ허정빈

또한, 학생들의 휴게 공간인 '홈베이스'가 생기고 학부모들께서 '홈베이스'를 관리해 주시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홈베이스'에서 적지 않은 일들이 생겨 학교 측에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CCTV도 설치했다. 사실 감시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홈베이스'는 달라졌다. 그 이유는 학교 측의 배려로 학생들이 좀 더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학교에는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점심시간마다 '홈베이스'에 와서 친구들과 어우러져 각종 게임을 하고, 오순도순 모여 담소도 나눌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우리들은 함께하고 소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 학교를 늘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학교, 배려하고 소통할 수 있는 학교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우리 학교는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우리들의 소중한 보물이 된 것이다. 결국 CCTV도 감시의 도구가 아닌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합당한 도구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들을 위해 노력해 주신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께 학생을 대표하는 학생회장으로서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 홈베이스에서 친구들이 쉬는 모습-뒤에 교장 선생님도 보이네요. ⓒ허정빈

"엄마, 아빠가 달라졌어요"

한편, 혁신학교가 되면서 학부모님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어머니들이 자주 학교에 와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반찬도 만들어 주셨다. 집안일도 많으실 텐데, 친구들을 위해 직접 반찬을 만들어 주신다는 것에 감사했다. 또 어머니들께서 우리들의 지킴이 활동을 위해서 학교에 오시는데, 처음에는 우리들과 마찰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님들이 우리와 많이 친해지려고 노력하면서 학교생활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따뜻하게 대해 주시고, 우리들의 이야기도 들어주시고 먹을 것도 사주시는 등 친해져서 지금은 우리와 '홈베이스'에서 함께 문화를 공유하고 장난도 칠 수 있는 편한 사이가 되었다. 나는 이런 우리 학교 학부모님들이 자랑스럽다.

또한, 아버지회의 아버지들은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셨다(우리는 그 프로그램을 '아토놀'이라고 부른다). '아토놀'은 '아버지와 토요일에 놀자'라는 말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 토요일이면 체육관에서 함께 농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하는 프로그램이다. 같이 땀을 흘리고, 정도 쌓으며, 우리의 또 다른 아버지가 되어 주셨다. 가을에는 친구들과 아버지와 선생님들이 함께 운동장에서 고기도 구워먹고, 구기종목도 함께 하고, 불꽃 축제도 했다. 불꽃 축제 때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인근 주민들의 신고가 들어와 놀라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런 행사를 위해 노력했을 아버지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감동적이었다.

▲ 부모님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허정빈

"겨울을 이겨낸 따뜻한 봄바람처럼 잘 적응하고 있어요"

우리 학교가 혁신학교가 된 것이 처음에는 혼란스럽고(변화를 싫어하는 우리가 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혼란), 교과교실제가 귀찮고 학생과 선생님과 학부님들과의 마찰도 많이 있었지만, 우리는 마치 겨울을 이겨낸 따뜻한 봄바람처럼 변화하는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학교가 혁신학교가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예전엔 수업만 듣고 기계처럼 공부하던 우리들이 지금은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돌고래처럼 밝고, 신선한 학교가 되었다. 수업시간에도 가만히 수업을 듣기보다는 서로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며, 소통하는 수업이 되었다. 우리학교가 인원도 적고 학교규모도 작아서 예전엔 모두가 기피하는 학교였지만, 지금은 그것이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 되었다. 왜냐하면 모두가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3학년 2학기,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졸업할 날이 200여 일 정도 남은 나에게는 학교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아쉽다. 또 이런 학교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낸다는 것이 뿌듯하다. 나는 정말 이 학교를 떠나기 싫다. 이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아쉽고,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매우 슬프다. 나의 자랑, 나의 모교, 송정중학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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