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제정 56주년을 하루 앞선 30일 국가보안법 피해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은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국보법 폐지를 놓고 주춤대는 열린우리당에 대해 "국보법 때문에 무고하게 죽어간 수많은 민주열사 가족들의 피눈물을 기억하라"고 압박했다.
***"국보법 유지하려고 크로스보팅으로 연막치는 것 아니냐" **
'국보법 제정 56주년을 맞아 국보법 피해자들이 17대 국회에 드리는 호소문'을 들고 국회를 찾은 국보법 피해자 가족들은 우선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의 방을 찾았다. 사전연락을 받지 못한 천 대표 대신 원내대표실 관계자가 이들은 맞자 피해자 가족들은 그동안의 울분을 터트렸다.
최창우 '국보법폐지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천 대표가 국보법 폐지안 처리를 연기하자고 주장하고 제안했다는 보도가 여러 곳에서 나왔다"며 진위를 따져 물었다. 그는 이어 "천 대표가 합리적인 대안을 운운하며 국보법 폐지를 늦추는 데 앞장서면 열린우리당은 무너지고 말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국보법 문제를 질질 끌면 천 대표 자신은 정치적으로 출세할지 모르지만 나라는 망치는 길"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제안한 '국보법 자유투표' 주장에 대해서도 "국보법을 유지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연막을 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한 뒤, "폐지를 위한 확실한 당론을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오종렬 '국보법폐지국민연대' 공동대표 역시 "지난 주말부터 열린우리당에서 하도 불안한 소리들이 들려와 잠이 안 온다"며 "단호하게 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고 다짐을 좀 받고 싶다"며 천 대표와의 면담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한총련 수배자인 김재연 학생의 어머니는 "옛날에는 의석이 부족해 (국보법 폐지를)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힘모아 대통령도 찍어주고 국회의원도 다 찍어줬는데 이렇게 무능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느냐"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에 원내대표실 당직자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음은 사실이나 의원 하나하나가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갖고 있는 의견이 달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해명한 뒤 "지난 주말 의견 수렴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쳐 연내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으니 걱정 않으셔도 된다"며 이들을 진정시키느라 부심했다.
***"17대 국회, 초심을 회복하라" **
피해자 가족들은 천 대표실을 찾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17대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입성할 당시의 초심을 회복해 양심이 부르는대로 행동해 달라"고 호소했다.
오종렬 대표는 "국보법 폐지가 '4대입법'의 우두머리인데 지금 와서는 가장 찬밥신세가 되고 있다"며 "어떤 이들은 국보법 때문에 불편한 사람이 누가 있냐고 말하는데, 그건 없어도 된다는 얘긴데 왜 명운을 걸고 막겠다고 하냐"며 국보법 폐지를 극력저지하겠다는 한나라당을 비난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17대 국회가 처음 열렸을 때에는 많은 의원들이 국보법 폐지에 동참했지만 몇 달만에 초심이 많이 흐려진 듯 하다"며 "국보법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할 때임에도 아직도 우리의 발목 잡고 힘들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남영동 대공실에 강제 임의 동행했다가 항복을 안한다고 해서 물고문, 전기고문으로 죽은 박종철이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정기씨는 "국보법 폐지는 모두 국회의원의 몫이라 생각하지만 국회의원만이 좌우하는 것은 아니니 기자 여러분들도 보도로 매를 치고 다듬어 줘야 한다"며 국보법 폐지를 위한 보도진의 적극적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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