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가 오는 30일까지 지상파방송 재허가 추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질적으로 추천보류 판정을 받은 민영방송사들이 소유구조 개편 등 내부 개혁과제를 두고 들끓고 있다. iTV(경인방송)는 노조측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간 지 9일째에 접어들면서 다음주중 방송송출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고, SBS는 내부 개혁을 촉구하는 안팎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경인방송, 전면 파업 따라 65% 프로그램 제작 중단**
'경인방송 공익적 민영방송 실현을 위한 시민사회연대'(시민사회연대)는 23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영방송사의 태생적 한계를 과감히 깨뜨리기 위해서라도 경인방송의 공익적 민영화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소속 33개 단체, 전국민중연대 소속 29개 단체, 문화·예술 분야 8개 단체, 언론개혁기독교연대 21개 단체, 전남시민사회단체협의회 소속 30개 단체, 기타 95개 단체 등 모두 2백8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공익적 민영방송 요구는 방송을 자본의 종속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자 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전파를 돌려주는 일"이라며 "따라서 경인방송의 지배주주인 (두)동양제철화학은 지체 없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방송위도 '방송독립'을 염원하는 수많은 방송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눈물겨운 투쟁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경인방송노조의 선구자적인 투쟁에 지지를 보내야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방송위가 계속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결국 스스로를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마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훈기 전국언론노조 경인방송지부 위원장은 "전면 파업 9일째가 되면서 이미 보도 프로그램의 제작이 중단되는 등 전체적으로 65%의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된 상태"라며 "다음 주중에는 프로그램 재방영도 한계에 다다라 방송송출마저 중단될 수 있는 초유의 사태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인방송은 지난달 5차례에 걸쳐 진행된 노사 실무협상에서 대주주인 (주)동양제철화학측이 50%의 실질 임금 삭감을 주장하면서 협의의 틀이 깨지기 시작했으며, 이달 8일에는 대주주측의 협상결렬 선언에 따라 노조측이 곧이어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방송계 일부에서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방송위가 애초 "3자 협의(지배주주, 경영진, 노조) 여부에 따라 재허가 추천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오다가 이를 슬그머니 철회하면서 대주주측인 (주)동양제철화학측의 태도가 돌변한 것으로 보고 방송위의 '파업 유도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 경인방송의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언론계 일부에서는 지난 2001년 2백65일 동안 장기 파업투쟁을 벌였던 CBS의 '악몽'을 되새기는 눈길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MBC를 시작으로 KBS CBS 연합뉴스 서울신문 동아신문인쇄 경인일보 부산일보 인천일보, 전국민영방송사노조협의회, 제주언론노조협의회 등이 잇따라 경인방송노조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등 대주주와 방송위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언론노조 감사원 감사 청구, SBS노조 "개혁주체는 우리"**
윤세영 회장의 세전 수익금 15% 사회환원 약속 불이행 등으로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맡고 있는 SBS는 오는 29일 방송위 전원회의를 앞두고 윤 회장의 거취 표명을 촉구하는 안팎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지난 90년 SBS 허가 당시의 각종 의혹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키로 하고 산하 신문·방송사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3백여명의 청구인단을 모집, 23일 오후 중으로 국민감사청구서를 접수시킬 계획이다.
신학림 위원장은 "SBS가 방송허가를 받았던 지난 90년 당시에는 현재의 방송위 대신 공보처가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으나 밝혀진 바와 같이 당시 공보처는 관련 기록이나 문서를 방송위가 설립된 이후에도 인계하지 않는 등 많은 의혹을 낳고 있다"며 "이번 감사청구를 통해 정부기관이 관련 기록을 갖고 있는지, 갖고 있다면 왜 소관 문서를 인계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방송위가 관련 문서를 인계 받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SBS노조(위원장 민성기)는 23일 오후 6시 서울 목동 SBS 본사 로비에서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내부개혁 촉구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노조는 이번 집회를 통해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의 개혁의지를 다지고 △경영진에게는 구성원들의 개혁요구를 전폭 수용토록 촉구하며 △외부에는 SBS 개혁의 주체는 내부 구성원들임을 다시 한번 천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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