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미국 LA에서 행한 ‘북핵’ 관련 발언 내용을 두고 국내 신문사들의 평가가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언론계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조중동’과 ‘한경대’ 대립구도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중동 “하필 정상회담 앞두고…” 비판 일색**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15일자 사설을 통해 일제히 노대통령 발언내용을 맹성토했다.
조선일보는 <“미국에 할 말은 하는 편”이라서 이러는 건가> 제하의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포기하고 북한을 달랠 새 방안을 내놓으라는 주문”이라며 “북한이 핵연료 재처리를 등을 통해 위기를 점차 고조시키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는 북한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리비아가 핵을 포기한 데에도 대화만이 아니라 은밀한 압박전술이 작용했다”며 “따라서 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봉쇄정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대북협상의 수단을 스스로 묶어버린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밖에 △북한의 핵개발과 사용목적은 북한정권 자신 밖에 모르고 △양국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나온 이같은 발언은 미국을 자극할 뿐이라고 거듭 비판한 뒤, 결론적으로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미국을 자극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국내의 현정권 지지자들에게 ‘미국에 할 말은 하는 편’임을 보여주려는 생각에서인지 모르겠다”고 노대통령 발언을 '국내정치용'으로 일축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관련 사설 내용도 이와 대동소이했다.
동아일보는 15일자 사설 <盧대통령 ‘LA 北核연설’을 보는 눈>을 통해 “노 대통령 또한 시기와 상대를 염두에 두고 연설을 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나치게 북한을 두둔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며 노 대통령의 북핵 발언을 ‘안 한 것만 못한 발언’이라고 비하했다.
동아일보는 또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깬 북한의 핵개발을 노 대통령이 인정하는 듯 언급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미국은 물론 북한 미사일만 해도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는 일본이 노 대통령의 말에 공감할지 의문”이라고 비판의 이유는 하나 더 붙였다.
중앙일보는 15일자 사설 <노 대통령의 북핵 발언 문제 있다>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북한 핵의 자위성을 인정하는 듯한 표현이었다”며 “이로 인해 북한은 남한이 자신들의 핵 자위권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 오판해 엉뚱한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노 대통령이 사전에 재선된 부시 행정부측과 어느 정도 의견조율을 일궈냈는지 알 수 없어 성급한 판단을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20일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이러한 우려들을 말끔히 씻어내고 한·미 공조가 흔들림 없다는 믿음이 재확인되는 외교 결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조심스런 주문을 했다.
***한경대 “우리 시각 전달 잘 한 일” 환영**
하지만 ‘조중동’의 비판 일색 논조에 반해 진보논조를 지향하고 있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노 대통령의 관련 발언을 “시의적절한 의사표현이었다”고 적극 지지했다. 여기에 서울신문(옛 대한매일)도 가세해 편집국장 교체 뒤 모처럼 ‘한경대’가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경향신문은 15일자 사설 <노대통령 북핵해법 시의적절하다>에서 “북한의 핵개발이 외부위협 방어 수단임을 이해한 것이나, 북한이 체제개혁·개방의 위험부담이 없어지면 핵을 포기할 것이란 지적도 명쾌한 입장 개진이었다”며 “특히 선거 승리로 고무된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정책조정기를 맞아 북핵문제를 무력사용과 제재 등 강압정책으로 풀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한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우리는 미국이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신뢰를 보내기를 바란다”며 “(그럼에도) 개탄스러운 것은 이를 정치쟁점화 하려는 국내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의 태도”라고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한겨레신문은 15일자 사설 <‘대북 강경책 반대’ 미국은 존중하라>에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미국민들에게 직접 분명한 견해를 밝힌 것은 의미 있고, 적절한 일”이라며 “우리는 노 대통령도 지적했듯 한반도에 전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대북 무력행사를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미국은 평화적인 북한 핵 해결이 한-미 우호를 궁극적으로 돈독하게 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신문은 15일자 사설 <美國의 대북 강경책 막으려면>에서 “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봉쇄정책’ ‘무력행사’란 용어까지 사용하며 우리 정부의 생각을 미국측에 전달한 것은 북핵 문제가 무력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정부와 국민들의 생각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왕 노 대통령이 정부의 생각을 밝혔다면 20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뜻을 왜곡되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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