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쯤 열린우리당의 언론개혁법을 대신할 언론관련법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던 한나라당의 행보가 계속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병국 한나라당 언론대책특별위원장이 "당내에서 '언론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아직 발표를 못하고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일부 언론의 보도를 통해 이미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한나라당의 '언론법'이 앞으로 손질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돼 귀추가 주목된다. 정 의원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도 맡고 있다.
***정병국 의원 "언론·시민단체, 선입견 거둬달라"**
정 의원은 지난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전국언론노조 관계자들과 만나 "나름대로 1주일에 두 번 이상 스터디 모임을 갖고 '언론법'의 틀을 모두 만들어 놓은 상태이지만 당내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발표를 미루고 있다"며 "일단 내놨다가 논리적으로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산업사회 환경변화에 맞는 제도적 변화방향에 대해 다시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방송법의 경우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고려해 대안을 마련하려 하다보니 정부조직까지 손을 대야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며 "'언론법'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언론·시민단체들 또한 한나라당의 관련 움직임을 과거의 선입견만 갖고 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만남에서 한나라당의 '언론법'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여러 곳에서 시사했다. 정 의원은 "지난 6월 당에서 언론대책특별위원장을 맡으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기존 당론으로는 안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며 "이에 따라 당에서도 원점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라고 해서 특별위원장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어 "하지만 특별위원장을 맡고 보니 열린우리당은 이미 상당부분 언론 관련법안의 틀을 만들어 놓은 상태여서 이를 감안해 국회 내에 언론발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딱 한번 만남이 있은 뒤 우리당 당론이 발표되고 말았다"며 "지금이라도 현업 언론인들과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으며, 조만간 일정을 잡아 한나라당 언론대책특위 위원들과 문광위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연석회의를 가졌으며 한다"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이 제안이 성사되면 한나라당의 '언론법' 당론 발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늦춰질 전망이다.
중앙일보-경향신문의 보도 등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준비하고 있는 '언론법'은 신문은 '신문 등 언론자유에 관한 법률안'으로, 방송은 '국가기간방송법 제정→방송법 부분 개정→방송통신법 제정' 등 3단계 로드맵으로 진행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언론 문제점 대체로 공감…족벌언론 비호할 생각 없어"**
정 의원은 이밖에 △신문시장 정상화 △일부 신문의 독과점에 대한 규제 △신문공동배달제 시행 △소유지분 분산 등 그동안 한나라당이 언론·시민단체들과 대립점을 이뤄왔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수용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정 의원은 "언론·시민단체들이 지적하고 있는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 큰 이견을 갖고 있지 않다"며 "다만 이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실효성과 함께 무리수가 없는 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 봐야하고, 그런 차원에서 나름대로 메이저 또는 마이너신문사 관계자들, 학계 인사, 기자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한나라당이 족벌언론을 비호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는 오해가 아니라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족벌신문이나 SBS의 편을 든 적도 없거니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언론법'도 앞으로 언론이 정권의 향배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관련 조항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만남은 지난 8일부터 국회 앞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간 전국언론노조가 한나라당의 언론정책을 담당하는 주요 의원들을 항의 방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언론노조측에서는 신학림 위원장을 비롯해 고 의원의 지역구가 경기도 양평인 점을 감안해 경기지역 신문·방송사 노조위원장들이 함께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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