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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와 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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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와 미국 대선

김민웅의 세상읽기 <19>

1900년 작가 프랑크 봄(Frank L. Baum)이 쓴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라는 제목의 동화가 출간되자 미국은 이 책에 열광했습니다. 우선은 오랫동안 요정이나 마귀 또는 왕자나 공주가 등장하는 유럽의 동화나 전설에만 익숙했던 상황에서 캔사스를 무대로 한 미국 자신의 동화적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에 더하여 무엇보다도 세기가 바뀌는 전환기에 무언가 새로운 꿈을 향한 용기를 북돋아 주는 내용이기에 더욱 환영을 받았을 것입니다.

흔히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라고 알려지고 있는 이 이야기는 이후 무대에 올려져 뮤지컬로서도 성공을 거두었고 무엇보다도 1939년 쥴리 갈랜드가 주연한 영화로 세계적 명성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1939년이면, 존 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The Wrath of Grapes)”가 출간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대공황 이후 황량해진 오클라호마의 삶을 통해서 당대 미국인들의 절망과 분노, 그리고 희망을 그린 존 스타인백의 작품은 거친 바람과 흙먼지로 상징되는 당시의 힘겨운 현실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영화로 만들어진 프랑크 봄의 “오즈의 마법사”가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와 힘을 주었던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줄리 갈랜드의 청순한 이미지가 작품의 주인공인 도로씨의 역에 그대로 스며들어 깊은 인상을 남긴 것도 이 작품의 대중적 성공에 큰 요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는 캔사스 농가, 그곳에서 살고 있던 소녀 도로씨는 갑자기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에메랄드 성의 마법사와 만나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도로씨와 동행하는 것은 강아지 토토, 그리고 머리가 있기를 바라는 허수아비, 심장이 생기기를 원하는 깡통 아저씨,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자입니다.

황금길을 따라 에멜랄드 성으로 가기까지 이들은 여러 가지 모험과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데, 그러면서 허수아비, 깡통 아저씨, 그리고 사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들이 원하던 것을 얻게 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이 허수아비는 농부, 깡통 아저씨는 노동자, 그리고 사자는 지도자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세 등장인물은 이후 캔사스에 도로씨와 현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중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당시 사회의 반영이기도 했습니다.

무식하다고 멸시받고 허수아비처럼 대접받고 있는 농부들, 기름에 범벅된 인생사로 살아가고 있는 그래서 감정과 마음이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 그에 더하여 의지는 있을지 모르나 정작 용기는 없는 허우대만 멀쩡한 지도자. 그것이 당대 미국의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소녀 도로씨는 이들과 함께 에메랄드의 성으로 가서 마법사 오즈를 만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여겼지만 정작 오즈는 강아지 토토에 의해 허구임이 밝혀지게 됩니다.

등장인물들이 그렸던 꿈의 나라는 정작 회오리 바람이 몰아쳐 황폐해질지도 모른다고 여긴 캔사스의 고향이었고, 희망의 파랑새는 바로 자신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작품 “오즈의 마법사”는 험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풍요해지며 용기가 자라나는 것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때로 절망적인 현실을 푸는 열쇠는 그 어떤 알 수 없는 마법과 같은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과 스스로의 내면에서 태어나는 지혜와 정신, 그리고 용기라는 것을 일깨운 것이지요.

전쟁과 평화의 문제가 걸려 있던 미국 대선은 일방주의적 밀어붙이기로 일관해온 세력의 재집권으로 판결이 났습니다. 평화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게 된 셈인 듯 합니다. 그러나 날이 흐리고 비가 온 후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오르고, 그 너머에 우리의 꿈은 여전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Birds fly over the rainbow, why, oh why can't I?" (“저 멀리 무지개 너머 어디엔가 높은 곳에 있는 꿈의 나라, 새도 날아가는데 어찌해서 인간인 나는 날아갈 수 없겠는가?”)라면서, 힘겨운 현실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았던 소녀 도로씨의 맑고 환한 미소가 가슴에 다가옵니다.

* 이 글은 김민웅 박사가 교육방송 EBS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김민웅의 월드 센타"(오후 4시-6시)에서 하는 3분 칼럼의 프레시안과의 동시 연재입니다. www.e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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