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자극적인 '북한 대학살(홀로코스트)전'을 관람하기 위해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등 극우인사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8일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전시회는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북한인권국제연대와 길수가족 구명운동본부 등과 함께 연 것으로, 극우 준동의 역풍으로 한나라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와중에 성사된 극우인사들과 한나라당 대표간 회동이어서 한층 눈길을 끌었다.
***남성 성기 노출한 탈북자 사진, 쥐 먹는 소년 그림 등 전시**
전시장인 의원회관 로비에선 북한 어린이들의 사진과 탈북자들이 그린 그림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왼편 벽을 크게 장식한 어린이들의 얼굴 클로즈업 사진. 이 중 한 어린이는 광대뼈가 심하게 튀어 나와 있을 정도로 마른 모습이다.
그 밑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두 명의 성인남녀와 한 어린이가 두만강을 건너는 사진이 있다. 사진속의 인물들은 모두 윗옷만 입은 채 강을 건너고 있는데, 성인 남성의 성기가 아무 처리도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나 있기도 하다.
전시된 그림은 더욱 자극적이다. 대부분 탈북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장길수 씨의 그림에선 한 손엔 뱀을 든 채로 쥐를 먹고 있는 소년이 그려져 있다. 그림에는 "아무 것이나 먹고 죽지 말고 살자"는 문구가 적혀 있고, 그림 옆에는 '미 국회의사당에 전시된 그림'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붙어 있다.
그 외에 일본 영사관 앞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사진으로 언론에 잘 알려진 한미 양의 일가에 대한 소식과 함께, '한미의 소식을 듣고 미국 어린이들이 보낸 격려'라는 편지도 전시돼 있다.
김문수 의원측은 "이번 전시된 사진은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회는 8일부터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 등을 주제로 하는 세미나와 영화 상영 등으로 10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한나라당-극우인사 "북한 인권 개선"에 한 목소리**
이날 전시회에는 황장엽 전노동당 비서와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등 극우인사가 총출동해 북한 인권 개선에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들과 함께 박근혜 대표가 자리를 함께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황장엽씨는 인사말에서 "북한의 민주화를 위한 큰 경사의 자리"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북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갑제 대표는 "59년전 독일의 아우슈비츠는 사라졌지만 21세기 우리 지척에는 아우슈비츠가 있다"며 "이들을 변호하는 사람들이 개혁과 진보로 위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의 제노사이드(대학살)라고 명칭을 분명히 하자"며 "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법을 제정하고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을 해야 한다. 정치권은 이를 경고하는 결의안이라도 제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의회의 북한인권법 제정에 주요한 역할을 한 수잔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대표는 "미국은 여야를 떠나 북한인권법을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며 "북한인권법 문제는 당파적 문제가 아닌 만큼 정치권도 미국처럼 당파성을 넘어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부 인사들의 이 같은 주문에 박 대표는 "북한의 참혹한 실상과 중국 내 딱한 동포들의 처지에 우리도 반성할 점이 있다"며 "정부는 북한정권이 싫어한다고 해서 머뭇거려서는 안되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도 앞으로 북한 인권문제와 탈북자 문제에 대해 적극 협조하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전시회를 주최한 김문수 의원은 "미국에선 상하원이 만장일치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는데 우리는 청문회 한번 못하고 있다"며 "5천억의 남북발전기금이 남북화해와 햇볕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김정일 체제유지를 위해 쓰여 지고 있는데, 우리가 굶주리고 죽어가는 북한 동포를 구해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이번 정기국회의 중점과제 중 하나로 탈북자-납북자 인권보장법을 적극 추진키로 한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는 극우 인사들의 외곽후원을 통해 여론몰이에 나서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나라당의 극우화가 빠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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