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부터 이어져온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과 소장파 원희룡 의원 사이의 갈등이 8일 또 불거졌다.
***원희룡, "김 총장은 가만히 계세요"발언 사과**
사건의 발단은 8일 상임운영위회의 공개석상에서 원 최고위원이 신상발언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원 최고위원은 회의시작직후 "신상발언을 하겠다"며 지난 4일 상임운영위 비공개 회의에서의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4일 회의에서 원 최고위원은 북한을 정부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문헌 의원이 발의한 남북관계기본법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다른 상임운영위원들과 고성이 오가는 등 격렬한 토론을 벌였고, 이 과정에 발언을 제지하는 김형오 사무총장에게 "총장은 가만히 계세요"라고 일축한 바 있다. 원 최고위원은 "발언을 끝마칠 기회를 달라"는 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임명직 사무총장이 선출직 최고위원에게 어딜 감히'라는 뉘앙스도 느껴졌다고 전했다.
원 최고위원은 "논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절제되지 못하고 일부 참석자들에게 인격적으로 불편할 수 있는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아울러 김형오 총장께서 격한 논란을 조절하려는 과정에서 (내가 김 총장의) 발언을 제지한 것에 대해 사과드리고 김 총장을 존경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격수양의 부족으로 일어난 일이고 부족한 인격을 연마하는데 많은 가르침을 받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원 최고위원은 4일 회의 뒤에 김 총장에게 E메일로 사과했고 이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도 했다.
이에 이규택 최고위원은 "이해찬 총리도 원 최고위원 같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특유의 넉살로 받아 회의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정형근, "술에 취해 하는 짓이 하도 황당해서..."**
그러나 중앙위의장 자격으로 상임운영위회의에 참석하는 정형근 의원이 평소 원 최고위원 등 소장파에 쌓였던 불만을 표출하면서 분위기는 급랭했다.
정 의원은 "그날(4일) 회의 때 내가 있었는데, (원 의원이) 술에 취해 있었고 하는 짓이 하도 황당해 회의에 왜 왔는지도 몰랐다"라고 말을 꺼냈다.
정 의원은 국회 파행이 12일째를 맞아 당 대응방향이 주 의제가 되는 회의라는 점을 의식한 듯 "오늘 같이 굉장히 중요한 회의 벽두부터 앉아서 장황하게 얘기하고, 술 먹고 미친 사람 같은 발언을 해놓고 공식석상에서 사과하며 중요한 시간을 쓰고 있나"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옆 자리에 있었던 김 총장이 공개석상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정 의원의 발언을 제지했고, 박근혜 대표도 "그래도 잘해보자는 얘긴데 받아주자"고 자제해 논란은 더이상 계속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지난 9월 14일 중앙위의장에 당선, 당 최고지도부라 할 수 있는 상임운영위원 자격을 부여 받았고 꾸준히 상임운영위회의에 참석해 왔지만 공개석상에서 발언을 극도로 자제했다. 이에 이날 사건은 그간 정 의원이 소장파에 쌓였던 불만을 한꺼번에 터트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가보안법과 남북관계기본법 등을 두고 김용갑 의원 등 보수파들이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에게 '당을 떠나라'는 소리까지 의총에서 하는 등, 당내 보혁 갈등이 이날 상임운영위회의에서 보수-소장의 당내 두 대표주자의 대리전으로 드러난 것으로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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