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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 비스타 소우셜 클럽, 그리고 관타나모의 눈물과 용산기지 이전

김민웅의 세상읽기 <13>

“부에나 비스타 소우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하면 이제 모르는 이가 별로 없을 정도가 되었지요. 쿠바 음악의 진수를 보여준 이들은 이제 70대에서 80대의 노장들의 기량과 깊이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카리브 해안의 정열과 아프리카 밀림의 신비, 그리고 라틴의 자유분방함이 함께 어우러진 이들의 음악은 세계의 영혼을 사로잡는 힘이 있습니다.

1940년대 쿠바는 미국의 식민지와 다를 바 없었고, 수도 아바나의 중심에는 고급 사교클럽이 있었는데 쿠바의 대중음악은 이러한 시절, 미국과 서방의 돈을 유혹하는 코발트 빛 매력이었습니다. 1959년 카스트로의 쿠바 혁명 이후 식민지 시절의 유락시설은 사라지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유물이 되어갔습니다. 쿠바 음악은 침묵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이미 오래 전 전설이 되어버린 “부에나 비스타 소우셜 클럽”은 화려하게 재기하게 됩니다. 쿠바의 째즈는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고, 야구만 잘하는 줄로 알았던 쿠바에 <음악의 신>이 살아 있었다는 것을 세상은 알게 됩니다.

한때 아바나의 환락가가 밝힌 조명 아래 쾌락과 부패의 도가니를 위해 진홍색 립스틱의 웃음을 날리던 쿠바 음악은 이제 인류의 자산이 되어 쿠바의 짙고 독한 시가 못지않게 모두의 예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발랄하기 짝이 없는 열대(熱帶)의 관능을 담고 있는 “카리브 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쿠바음악의 여신은 그러나 언제나 즐거운 미소만을 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쿠바의 허리 깊숙이 꽂혀 들어와 있는 이국(異國)의 기지, "관타나모(Guantanamo)"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98년 미국은 스페인의 식민치하에 있던 쿠바를 자신의 식민지로 만들어버립니다. 1890년대라고 하면, 미국의 내전 남북전쟁이 끝나고 동부와 서부간의 철도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독점자본이라고 하는 거대한 기업들의 출현과 함께 미국 정치는 이들의 손에 좌우되어가는 시대가 됩니다. 내부적인 국가적 통일을 완료했다고 여긴 이들 미국 지배층 또는 지배계급은 눈을 밖으로 돌리게 됩니다.

이른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의 시동이 걸리는 시기였습니다. 제국은 당시 19세기 말 서구 열강들의 국가적 최고 목표였습니다. 하물며 우리의 경우도 조선조가 멸망한 이후 국가적 목표를 제국으로 삼아 <대한제국>이라고 이름을 지을 정도였으니 “제국의 시대”는 그 힘이 약하고 강하고를 떠나 하나의 시대적 욕망이 되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미국의 서부는 태평양을 건너 필리핀을 공략의 대상으로 삼았고, 동부는 카리브 해의 쿠바를 겨냥했습니다. 쿠바는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군사적 진지가 될 뿐만이 아니라 파나마 운하의 항로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전략 요충지라는 점이 미국의 구미를 당겼습니다. 노쇠해가는 스페인 제국은 미국의 선공에 휘청거렸고 필리핀과 쿠바는 아메리카 대륙의 독수리가 편 두 날개 아래 각기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관타나모는 이후 미국과 쿠바 양측이 모두 승인해야만 정리가 되는, 그러나 미국이 철수를 승인할 리 없는 미국의 영구적 군사기지가 되어버렸습니다. 1959년 쿠바 혁명이 일어나 관타나모 기지 문제가 새로이 제기되지만 바로 이 양 국가의 공동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관타나모 반환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게다가 오늘날 관타나모에는 국제인권기구 앰네스티의 지속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판도 받을 수 없는 인권유린의 상태에 놓인 전쟁포로들이 사각의 지대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크리토퍼 힐 주한 미대사는 개성공단의 남북교류와 협력에 대하여 미국이 별로 마뜩해하지 않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일이 잘 진전되면 남북관계가 미국의 통제권 밖으로 이탈한다고 우려하는 것일 겁니다. 한편, 용산기지 이전협정은 오늘 우리의 일방적인 부담을 부과한 채 일차적 정리가 되었습니다.

개성은 자칫 땅만 파놓고 판은 제대로 벌리지 못할 상황이 되고 있고, 용산 기지가 옮겨가는 평택은 우리의 관타나모가 될지도 모를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관타나모의 눈물을 기억하면서 아바나의 음악은 때로의 흐느낌 속에서도 흥겨움으로 쿠바의 영혼을 달래고 있는데, 우리의 관타나모는 누가 달래줄 것인지, 가슴이 아프게 저며옵니다.

* 이 글은 김민웅 박사가 교육방송 EBS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김민웅의 월드 센타"(오후 4시-6시)에서 하는 3분 칼럼의 프레시안과의 동시 연재입니다. www.e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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