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지역을 방송권역으로 하고 있는 경인방송(iTV)을 공익적 민영방송사로 바꾸기 위해 언론 현업단체, 시민단체, 언론학계가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대주주 동양제철화학 상대로 전면전 선포**
전국언론노조 한국프로듀서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언론 현업단체들과 언론개혁국민행동 민중연대 인천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한국방송학회 등 언론학계 관계자들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본의 이익에만 묶여 신음하는 방송본연의 정신을 되살리고, 공공재인 전파의 기본 책무를 실현하기 위해 iTV를 '공익적 민영방송'으로 바꾸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iTV 스스로가 소유구조개편을 통해 공익적 민영방송을 쟁취하고자 하는 것은 방송개혁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기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한다"며 "방송의 사유화 또는 방송을 그저 자신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지배주주에 대한 태도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방송위원회가 엄정하게 재허가 심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제대로 방송을 만들고 방송개혁을 하는 일은 일부 경영자의 편에 선 방송을 곧 국민의 품에 되돌려주는 일"이라며 "국민이 그렇게 바라던 언론개혁은 시작될 것이며, 우리 모두는 iTV의 투쟁이 언론개혁의 시금석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학림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현재의 방송은 공익성과 공공성을 갖지 않는다면 머지 않은 장래에 통신재벌에 의해 잠식되고 말 것"이라며 "오늘의 투쟁 선포는 수 십 년 앞의 방송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첫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방송학회 대표로 참석한 최형묵 성공회대 교수는 "iTV의 투쟁은 명확한 방향이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 어느 개혁보다도 희망적"이라며 "투쟁과 성찰의 결과물인 공익적 민영방송의 모델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평가했다.
전국언론노조 iTV지부는 쟁의조정 기간이 끝나는 오는 20일부터 대주주를 상대로 전면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편 기자회견 뒤 iTV지부는 2백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방송위원회 앞에서 '방송개혁을 위한 공익적 민영방송 실현 촉구대회'를 갖기도 했다.
***"공익적 모델로 방송의 상업화·사유화 저지"**
iTV는 지난 2003년 3월부터 줄곧 공익적 민영방송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공익적 민영방송이란, 방송의 지나친 상업주의와 사유화를 막아냄으로써 진정한 방송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방송개혁의 모델이다.
iTV 구성원들이 이같이 공익적 민영방송을 들고 나오게 된 데에는 지배주주인 동양제철화학(주)의 경영행위와 깊숙이 연관돼 있다. 이훈기 iTV지부 위원장은 "동양제철화학은 방송사를 설립한 뒤 무려 4백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들은 지금까지 사옥 임대료로 2백50억원을 챙겨갔고, 또 지가상승 등으로 투자한 것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그럼에도 최근에는 방송사를 지렛대 삼아 천문학적인 이권사업에 뛰어드는 등 방송을 한 기업의 이익을 챙기는 들러리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따라서 방송이 국민의 것임을 감안한다면 iTV는 △공익재단 설립과 소유구조개편 △사장공모 추천제 도입 △편성위원회와 시청자위원회의 민주적 구성 등 다양한 제도의 도입을 통해 시청자 주권을 회복하는 공익적 민영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특히 공익적 민영방송은 SBS를 중심으로 한 지역 민영방송사들이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민영방송 구조개혁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iTV는 지난 2003년 2월 노조를 중심으로 내부 개혁위원회를 구성한 뒤 1개월여의 투쟁 끝에 대주주의 대리인 격이었던 박상은 전 회장을 사임을 이끌어 냈으며, 지상파방송사 최초로 보직국장 임면동의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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