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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와 바울, 마리아, 그리고 추석민심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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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와 바울, 마리아, 그리고 추석민심 이후

김민웅의 세상읽기 <6>

베드로와 바울과 마리아. 기독교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지요. 베드로는 예수의 수제자요, 바울은 예수시대 이후 최고의 사도이며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 또는 예수를 따른 여인 막달라 마리아. 그 둘 중의 한 여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세 사람이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른다면 어떤 분위기가 될까요?

“피터, 폴 앤 매리” 피터와 폴과 매리가 바로 베드로와 바울, 그리고 마리아의 영어식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라 1960년대 이후 미국 포크 송 무대에 혜성과 같이 등장하여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트리오 그룹입니다.

1961년 트리오 그룹을 결성한 이래, 8년간의 독자적인 활동기간을 빼놓고 오늘날까지 이들은 노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답고 쉬운 가사로 동시대인들의 가슴에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저 노래만 부른 것이 아니라, 그 노래를 통해서 그 시대 시대의 가장 절박하고 본질적인 문제들과 마주해왔습니다.

그래서 피터 폴 앤 매리는 마틴 루터 킹과 함께 60년대 민권운동의 최전선에 섰고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에도 앞장섰으며 최근에 이르러서는 생명운동의 여러 가지 분야에서 지치지 않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피터는 본명이 피터 야로우이고 심리학으로 유명한 코넬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학도로 뉴욕 맨해탄의 그리니치 빌리지에 와서 스탠드 업 코미디안으로 활약하고 있던 폴, 본명이 노엘 폴 스푸키와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당시 이미 음악활동을 개시하고 있던 매리, 즉 매리 트래버스와 의기투합하여 그리니치 빌리지의 워싱턴 스퀘어를 중심으로 열정적인 노래운동을 펼치게 됩니다. 피터 폴 앤 매리의 황금기가 열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만일 내게 햄머가 주어진다면/If I had a hammer”라는 노래는 당시 민권운동의 애창곡으로 널리 불려졌습니다. 여기서 햄머란 망치를 뜻하기도 하지만, 시대를 변화시켜나가는 의지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콧김을 내는 아기 공룡/Puff the magic dragon"을 비롯해서 밥 딜론과 함께 불러 유명해진 “Blowin' in the wind, 바람만이 아는 대답” 등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들이 불렀던 노래 가운데에는 “내게 떨어지는 빗방울로 빛나는 햇살을 짜주어요/Weave me the sunshine"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랫말이 참 의미가 깊습니다.

가령 이렇습니다. ”사랑의 나무는 고난의 강 언덕에서 자라난다고 하지요. 아, 내게 떨어지는 빗방울로 빛나는 햇살을 짜주지 않겠어요? 내가 당신의 상처를 싸매어 낫게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에게 새로운 아침을 찾아 드리고 싶네요. 저 거대한 철골과 힘을 자랑하는 자들은 결국 쓰러지고 말거예요. 아, 우리 떨어지는 빗방울로 빛나는 햇살을 짜보지는 않겠어요?“

어려운 시절, 아픔이 그저 아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것으로 새로운 희망과 기쁨의 재료로 삼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우리의 영혼에 빗방울이 눈물처럼 떨어진다 해도 희망의 손길로 그것을 빛나는 햇살의 옷감으로 짜낼 수 있다면 그처럼 감격스러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추석 이후 민심의 한결같은 소망은 이 고단한 시절을 어떻게 잘 이겨나갈 수는 없을까 하는 것입니다. 고난이 깊은 만큼, 도리어 우리 안에 희망에 대한 절박한 마음도 강렬해질 것입니다.

10월이 왔습니다. 선선한 바람 앞에서 우리의 삶도 새로운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떨어지는 빗방울로도 아름다운 햇살을 뽑아 이 가을의 옷을 짜는 그런 슬기로운 희망의 능력 말입니다. Weave me the sunshine out of the falling rain. 피터와 폴, 그리고 매리의 그 아름다운 노래가 귓가에 맴도는 그런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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