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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렌 시스터즈'와 북한 인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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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렌 시스터즈'와 북한 인권법

김민웅의 세상읽기 <5>

1960년대 아일랜드의 한 수녀원 소속 수용소에서는 바깥세상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오게 된 젊은 여성들이 세탁노동을 강제로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가톨릭 교회가 후원하는 이 수용소는 겉으로 내세우기로는 타락의 소지가 있다고 여겨지는 여인들, 또는 그런 경력이 있다고 단정된 여인들에 대한 도덕적, 종교적 교정이 목적이었습니다. 이후 예수의 충실한 제자가 되는, 성서에 나오는 창녀 출신의 막달라 마리아를 그 근거로 삼은 제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수용소는 병적 교리주의에 빠진 한 늙은 수녀가 원장으로 있으면서 이들 여인들의 강제 노동을 통한 금전적 대가를 수전노처럼 거두어들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수용소에 대한 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한 신부는 수용소에 있는 한 정신박약 여인을 일상적으로 추행하고 있었습니다.

종교적 구원과 윤리적 교정을 명분으로 한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형태의 폭력과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재했던 아일랜드의 이 막달란 수녀원 소속 세탁공장은 1996년에 폐쇄됩니다. 만시지탄이 있었지만 당연한 일입니다.

이러한 실화를 근거로 지난 2002년 피터 맬론 감독은 “막달렌 시스터즈”(막달라 마리아의 자매들)라는 영화를 만들게 되고, 작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게 됩니다. 가톨릭 국가 이태리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구원을 내세운 억압적 현실이 드러낸 모순에 대한 분노와 함께 비인간적 구속에서 결연하게 벗어난 소녀들에 대한 환호를 보내게 했다고 합니다.

현실과 영화의 메시지는 너무도 분명합니다. 구원을 앞세우고는 실제로는 착취와 인권유린을 하는 위장된 선의의 기만을 폭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써 희생된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에 대한 우리 모두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명분으로는 인권을 앞세워 정작은 인간의 생명과 권리에 대한 근본적인 박탈이 되는 전쟁을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기만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구원과 해방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를 지배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면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지난 몇년간 이른바 “인도주의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s)”이라는 정책으로 인권을 명분 삼아 내정간섭과 전쟁을 불사해온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소보를 비롯하여 최근의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와 인권을 부르짖었지만 그 현실적 실상은 무고한 민간인의 대량학살과 문명의 파괴, 그리고 끊임없는 저항, 테러의 일상을 세계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법”이 미국 상원에서도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결코 편안하지 않습니다. 그 법의 정치적, 외교적, 그리고 전략적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세우고 있는 것과 실제로 추구하는 바의 격차에서 보게 되는 모순을 예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북한은 어쩌면, 영화에 등장하는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막달렌 시스터즈의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으로부터 교정의 대상으로 낙인찍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른바 그 교정의 절차와 방식이 상대에 대한 지배와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진다고 한다면 그것이 다름 아닌 인간에 대한 유린이 될 것입니다. 막달렌 시스터즈의 교훈은 그래서 우리의 현실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글은 김민웅 박사가 교육방송 EBS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김민웅의 월드 센타"(오후 4시-6시)에서 하는 3분 칼럼의 프레시안과의 동시 연재입니다. www.e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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