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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때아닌 ‘연개소문 무림고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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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때아닌 ‘연개소문 무림고수’ 논쟁

“상박권으로 중국 강호 평정”, 독자·내부비판 잇따라

조선일보가 때아닌 '연개소문 논쟁'으로 시끄럽다. 조선일보의 고정 필자로 활동하고 있는 조용헌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가 자신의 기명칼럼 <조용헌 살롱>에서 고구려의 재상을 지낸 연개소문이 중국 강호를 평정할 정도의 무예 고수였다고 썼기 때문.

***조용헌 교수 "연개소문은 무예 고수, 당나라 제패"**

조 교수는 지난 21일자 여론면에 실린 기명칼럼에서 "구전자료에 따르면 고구려의 영웅 연개소문은 귀족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일찍부터 명산대첩을 방랑하며 강호 고수들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그 가운데 '기천'(氣天)의 사부를 만나 '상박권'(上膊拳)을 익혀 당시 당태종을 호위하는 팔대장군을 모두 제압하고 중국의 무림을 평정하고 돌아왔다"고 썼다.

조 교수는 "고구려 무사들이 강했던 이유는 이러한 전통무학을 수련해 육체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다듬어졌기 때문"이라며 "현재 계룡산에서 거주하면서 기천문을 이끌고 있는 장문인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교수는 지난 9월 1일부터 조선일보에 <조용헌 살롱>이라는 제목의 고정칼럼을 집필하고 있으며, 지난 2002년 3월부터 8월까지 조선일보에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제목으로 전국에 남아있는 전통 명가의 이야기를 장기 연재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80년대 중반부터 한·중·일 6백여개 사찰을 현장 답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기인·달사(達士)들과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부 기자 "읽어보고 당황, 독자 두려워해야"**

그러나 이같은 칼럼의 내용은 독자들과 관련학계, 심지어 내부 기자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최복규 영산대 동양무예학과 교수는 조선일보 9월 24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 고구려 문제로 우리와 중국이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연개소문이라는 고구려 장수를 통해 우리 조상의 기상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는 알겠으나 주장을 전개하는 글이 전혀 사실(史實)과 관계없이 추측과 상상에만 의존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그가 강호의 고수를 만나기 위해 방랑을 했다거나, 또 이를 통해 고수가 됐다고 하는 등의 얘기는 학자로서 할 얘기는 아닌 듯 싶다"며 "이번 글은 조 교수의 본 뜻과는 무관하게 매우 상상력이 풍부한, 그래서 오히려 본질을 왜곡하고 고구려와 연개소문을 우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내부 기자들의 비판은 좀더 강도가 셌다. 조선일보 편집부 조민욱 기자는 조선일보노조 기관지 <조선노보> 9월 24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이 글은 칼럼이기보다는 무협지에 가까웠기에 읽고나서 무척 당황스러웠다"며 "글 게재 뒤 개인적으로 무예계와 체육학계 지인들로부터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 기자는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대학원생의 말을 인용해 "1천5백년전의 일을 구전에 의존해 기술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조선일보가 언제부터 이런 방법으로 칼럼을 썼는지 신뢰도에 의심이 간다"고 전했다. 조 기자는 또, "서울대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은 어느 대학의 교수는 '황당한 이야기'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조 기자는 이어진 글에서 조 교수의 글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조 기자는 "기천이라는 무술과 상박권이 삼국시대에 행해졌다는 기록도 없고, 맨손무술인 권법을 상박(相搏)이나 수박(手搏)이라고는 했지만 상박권이라는 기록 또한 없다"며 "기천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도 70년~80년대이고, 현재 무예계와 체육학계에서는 기천을 기존의 무술문파에서 파생돼 나온 신생무술로 정의하는 것이 주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조 기자는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있으나 1백명의 독자 중 한명이라도 눈 밝은 이가 있어 혀를 찼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등에 식은 땀이 난다"며 "'눈 밝은 독자 한명'을 두려워할 줄 아는 게 정론지이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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