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볼쇼이 극장, 뉴욕의 카네기 홀 등과 함께 세계 4대 오페라 극장 가운데 하나로 명성을 날린 아르헨티나의 ‘떼아뜨로 콜론’이 ‘세계일류 오페라가 아니면 공연불가’라는 오랜 전통을 깨고 한국의 전통음악인 국립민속국악원의 공연에 최초로 개방했다. 한마디로 자존심을 접고 콧대 높은 무대를 개방한 것이다.
<사진1> 수준 높은 콜론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부채춤.@김영길
1908년 개관한 콜론극장은 정통 오페라하우스를 고집해왔으며 세계일류 오케스트라들도 한번쯤은 무대에 서보기를 갈망하는 꿈의 극장 가운데 하나로 유명했다.
지난 20일 오후 8시, 이민 40주년을 맞는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사회는 기분 좋은 하루였다. 아르헨티나 상류사회 전유물의 대명사격인 떼아뜨로 콜론이 한국 전통예술단공연을 허락했고 한국인 이민자들이면 누구나가 무료입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사진2>공연 후 무대인사를 하고 있는 공연단.
오는 11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한국의 문화사절 성격을 띤 이번 콜론의 공연은 국립민속국악원(원장 곽영효)공연단이 최초로 아르헨티노들의 자존심인 콜론무대에 장고춤, 시나위, 부채춤, 사물놀이, 강강수월래, 대금산조, 승무, 판굿 등 우리의 전통음악을 무대에 올렸다.
아르헨티나 현지사회에서는 한국의 전통음악이 콜론무대에 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화제가 됐었다. 따라서 한국대사관이 발행한 1천여매의 초청장은 현지 유명 인사들 가운데 대단한 인기였고 무료입장을 약속 받은 한인교포들은 ‘극장이 콜론이라면’ 당연히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했다.
<사진3>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찬 콜론극장 내부.
아르헨티나의 현지인들이나 한인들은 공연 자체의 인지도보다는 콜론에서 공연을 하니 꼭 가봐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그만큼 콜론은 아르헨티나의 자존심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극장 입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였다. 6층의 원형극장인 콜론은 3천 석이 정원이다. 그러나 극장입구에 모여든 인원은 줄잡아 5천명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콜론의 유명세를 증명하는 분위기였다. 콜론 극장 측과 한국 대사관은 입석을 포함, 4천여명을 입장시켰으나 1천여명은 미처 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극장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관리인은 “지난 1999년 델라루아 대통령 취임식 축하공연 이후 최고의 인파”라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자존심인 콜론이 100년 ‘금단의 벽’을 허물고 입성을 허용한 한국민속음악은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수준 높은 콜론 관객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문화에 이해가 깊은 아르헨티나 문화계의 한 인사는 “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콜론이 아닌 일반극장에서 공연을 했어야 했다”며 “아르헨티나의 경제난에 콜론이 자존심을 꺾었다”고 혹평을 했다.
<사진 4> 6층 까지를 채운 아르헨티나 교민들.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공연 중간에 자리를 뜨는 아르헨티노들이 많아 이번 공연이 콜론 수준에 맞는 작품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학계의 한 인사는 “ 한국민속음악을 몇 번 접했는데 이번 공연이 얼마 전 세르반테스 극장에서 공연한 한국의 민속공연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그만큼 콜론의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다.(얼마 전 서라벌국악예술단. 황진이 등이 세르반테스 극장에서 공연을 했었다)
아르헨티노들의 자존심인 콜론.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조수미씨에게 공연을 허용했던 콜론이 특별하게 무대를 개방한 이번 민속공연을 바라보는 현지 문화계인사들은 한국 외교력의 힘을 인정하면서도 “콜론만큼은 옛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한국민속음악의 이번 콜론공연은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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